
대구 경북대에 재학 중인 박신규(20)씨가 서문시장 거리에 서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윤 어게인’ 세력으로 보지 않나요? 더불어민주당과 싸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구시장 후보로 떠오른 이유를 묻자, 대구 청년 박신규(20)씨는 이렇게 답했다. 한겨레21과 만난 다른 청년들의 답변도 유사했다. 이 전 위원장의 ‘정치 투사’ 이미지가 호감을 얻었다고 했다.
각종 경제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아 ‘청년이 떠나는 도시’로 전락했지만, 정치적 선택에는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구의 민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겨레21은 이런 대구를 바라보는 청년의 내밀한 속마음을 ‘대구의 체념을 묻다’(제1606호 표지이야기)에 담았다. 경북대·대구대·영남대 학생 213명을 설문조사한 뒤 나이, 성별, 고향 및 거주지, 정치 성향 등을 고려해 추려낸 5명과 심층 인터뷰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구 청년들은 “이곳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강아지도 국민의힘 달고 오면 뽑힌다”(고범진·25)는 자조와 무력감이 마음에 오랜 기간 축적돼 있었다.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배경이 무엇인가’라는 말에 ‘지역 문화’(51.2%·109명)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보수정당의 능력’(2.8%·6명)을 꼽은 이가 거의 없다는 설문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대구가 “제2의 고향”이라는 보수 성향의 장민수(27·가명)씨 역시 이진숙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봤지만, 국민의힘 6선 의원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구에 방문했을 때 주호영 의원과 대구·경북 신공항 예산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눈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절윤’(윤석열과의 절연)을 얘기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지역 예산을 따오려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진숙 전 위원장과 주호영 의원 모두 2026년 3월22일 대구시장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두 사람을 두고 “대구시장이라는 단일 직위에 머물기보다 국회와 국가 정치 전반에서 더 크게 쓰이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대구를 방문해 “지역의 정서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공정한 경선을 하도록 해달라”고 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말과도 배치된다. 공천에서 배제된 두 후보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내 잡음을 일으킬 이 결정은 어떻게 나왔을까.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게 명확한 정치공학적 판단을 무릅쓴 배경에는 어떤 믿음과 확신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구는 언제나 우리 편”이기에 어떤 결정을 해도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 말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체념을 준비하고 있다. 믿음과 확신의 포로가 된 ‘보수의 심장’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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