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휴게소는 시민의 쉼터입니다. 운전 중 화장실에 들르고 국수 한 그릇 먹는 이 오아시스가, 누군가에겐 은퇴 뒤에도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낼 수 있는 ‘제2의 직장'이자, 뼈까지 싹싹 발라먹을 수 있는 먹잇감이었습니다. 한겨레21 연속 보도가 드러낸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 전관 카르텔의 민낯입니다.
최근 10년간 도로공사 퇴직자 최소 60명이 휴게소 운영사와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했습니다. 이들이 관여한 휴게소는 전국의 40%에 이릅니다. 감사·부회장·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수억원대 연봉을 받으며, 자신에게 돈을 챙겨주는 운영사를 위해 도로공사 후배들에게 전화해 평가 등급을 ‘조율’해왔습니다. 도로공사 퇴직자가 취업했다는 운영사의 휴게소엔 어김없이 유지·보수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퇴직자 친목단체인 ‘도성회’는 휴게소 사업에서 연 2700억원대 매출을 거뒀습니다. 출자회사가 적자를 내도 꼬박꼬박 수억원의 배당을 챙겨갔습니다. 연매출 400억원에 육박하는 하남만남주유소는 ‘임시운영'이라는 꼼수로 15년간 수의계약을 유지했고, 그 자리에도 어김없이 전관이 있었습니다.
도로공사 퇴직자들은 재직 중에 포착한 먹잇감을 퇴직하고 창업한 뒤 직접 사냥하기도 했습니다. 밴(VAN·카드 결제 중계) 사업과 오수처리 사업에까지 진출해 매달 꼬박꼬박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이권을 연금처럼 받아갔습니다.
공공 인프라를 감독해야 할 조직의 구성원들이 퇴직 뒤 그 인프라에서 밥을 벌어먹는 구조. 자신이 일하던 도로공사 후배들에게 전화해 청탁하고, 퇴직자 선배의 자리를 물려받고 싶은 후배가 청탁을 들어주는 구조. 피해는 고스란히 입점 소상공인과 이용자에게 돌아갑니다.
다행히 국토교통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의 보도 직후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하남만남주유소를 도로공사 직영으로 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도피아’ 행태를 “발본색원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의지는 지켜질 수 있을까요? 도피아 카르텔은 50년에 걸쳐 쌓여왔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지만, 카르텔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그러니 법과 제도의 빈 곳은 없는지, 휴게소에서 발생한 매출은 어디로 가는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꼼꼼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카르텔은 관심이 느슨해지면 모습을 바꿔 되살아날 것입니다. 휴게소는 길 위의 공공재입니다. 행정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끊임없는 감시가 함께해야겠습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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