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추모 공간에 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자발적으로 생긴 이곳에는 가득 쌓인 국화꽃처럼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쌓여가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인도에 과자, 빵, 초콜릿우유, 소주, 맥주, 막걸리가 쌓였다. 그 옆에는 하얀 국화꽃이 수북이 놓였다. 꽃향기가 향초 냄새와 섞여 내려앉았다.
2022년 10월29일 150명이 넘게 숨진 ‘참사’가 있은 지 사흘 밤이 지난 11월1일 점심 무렵, 지하철역 출구 담벼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이태원에 생활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웃는 일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언젠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사람들 (…) 다음 생에는 웃고 춤추며 만나요.’ 추모 문구를 액자에 담아온 이도 있었다. ‘서로는 모르지만 저와 같은 청년이자 (…) 꿈을 이루기 위해 힘쓰던 청년. 이제 자유를 갖고 하고 싶은 걸 맘껏 하자.’ 환하게 웃는 젊은 외국인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들도 놓였다. ‘젊음을 불태우던 그대들이여, 그들을 위한 축제는 멈추지 않으리.’ 도화지에 반듯하게 적힌 문구가 하얀 꽃 더미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하얀 장미꽃을 쥔 젊은 여성이 한참 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20분 가까이 서 있던 그는 겨우 꽃을 놓고 자리를 떴다. 40대 김정진씨는 초코과자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20대, 30대 때 이곳에서 쌓은 추억이 많다. (청년들이 이 즐거움을) 다 누리지 못하고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술은 많은 분이 가져다줄 것 같아 단 과자를 놓고 싶었다.” 80대 노인 부부는 종이컵을 꺼내 한 잔에는 소주를, 한 잔에는 음료수를 부어 내려놓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156명(11월3일 기준). 이 가운데 20대는 102명, 외국인은 26명이다. 두 손을 모은 채 추모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도 다양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피해 가족, 생명안전 시민넷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10월31일 이태원역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11월2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글이 적힌 메모를 바라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주인을 찾지 못한 신발, 옷, 소지품 등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11월1일 이태원역 추모 공간에 이번 참사로 희생된 친구의 사진을 붙여놓고 슬퍼하는 이란 여성들. 박승화 선임기자

11월1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글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사진 출판사진부·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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