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16주기를 하루 앞둔 2025년 1월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 일대에서 `용산 다크투어'가 열렸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꽃과 요구 사항이 담긴 손팻말이 참사 현장에 놓여 있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은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다. 2025년 대한(1월20일)은 포근했지만 16년 전 그날 화요일 아침은 쓸쓸했다.
16년이 흘렀지만, ‘용산참사’의 비극과 그날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살려고 ‘남일당’ 옥상 망루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대화와 협상이 아닌,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폭력 진압이었다. 지게차에 실린 컨테이너가 망루로 올려졌고 인화물질이 가득했던 망루에 불이 났다. 결국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용산 다크투어'에 참석한 시민들이 잔디밭으로 변한 참사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장 근처는 마천루가 들어섰고 추모비나 추모표지가 없어 여기가 참사 현장인지 알긴 어렵다.
‘용산참사’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발 중심주의,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정치와 자본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철거민들의 주거권은 외면당했고, 그들의 생존 요구는 불법 점거로 치부됐다. 진압 책임자들은 처벌받기는커녕 승승장구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사퇴한 뒤 다시 시장 자리에 올랐고,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은 3선 국회의원이 됐다.

‘용산참사 16주기' 추모제가 열린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는 ‘용산참사 16주기 추모제’를 하루 앞둔 2025년 1월19일 그날을 기억하고, 도시개발의 대안적 미래를 그리는 ‘용산 다크투어(재난이나 참사 현장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여행 프로그램)’를 열었다. 참석자 50여 명은 두 조로 나눠 용산역 광장~용산역 구름다리~용산정비창 정문~이촌고가교~용산참사 현장까지 약 3.3㎞ 구간을 진행자의 해설을 들으며 걸었다. 2시간여를 걸어 엄마 송김경화(41)씨와 함께 참사 현장에 도착한 백송시원(초5)양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 좀더 잘 알고 싶어서 왔는데, 주거권을 위해 6명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조금 뭉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행을 맡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추모비는 안 되더라도 아주 작은 동판이라도 바닥에 만들어놓아, 아픔의 공간을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산 다크투어'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땡땡거리’라 불리는 철도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이곳은 티브이엔(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한편, 유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15년 1월20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용산참사 16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1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명박-오세훈 살인 정권은 윤석열-오세훈 정권으로 이어져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파탄 내고 부동산·개발 규제 완화로 투기 욕망을 부추기며 가난한 이들을 삶의 공간에서 쫓아내는 현실이 똑같다”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낡은 주택을 잇는 전봇줄 너머 재개발로 우뚝 솟은 건물들이 보인다.
그동안 변화는 없었다. 토건 자본의 이윤을 위한 개발은 여전히 지속하고, 서민들의 주거권은 개선되지 않았다. 집은 더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 대상이 됐고, 개발은 거대 자본의 배만 불리는 도구로 전락했다. 망루가 있던 그곳, 불길 속에서 들려왔던 철거민들의 절규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기억과 연대는 새로 한 해를 시작하는 절기 ‘입춘’(2025년 2월3일)에 시작하는 게 좋다.

한 시민이 용산정비창 들머리에서 안을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토지인 여기에 공공주택을 확대해 서민 주거 불평등 해소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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