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갈색 몸에 머리와 목의 엷은 황갈색 깃털이 선명한 흰꼬리수리가 2025년 3월1일 낮 일본 홋카이도 라우스 항구 제방 위로 날아와 앉았다. 경계심이 강해 평소 곁을 잘 주지 않던 새가 유빙 투어에 나선 배에서 던져준 생선을 차지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끝이 구부러진 육중한 부리와 눈매도 매섭다.
2025년 3월1일 일본 홋카이도 동부 끝자락에 자리한 시레토코 반도의 라우스. 쿠릴 해류와 오호츠크 해류가 만나는 작은 어촌마을은 바다에 유빙이 흘러들어 겨울왕국으로 변해 있었다. 거대한 얼음 더미 위에는 2m가 넘는 날개를 펼친 참수리(천연기념물 제243-3호)와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4호)가 내려앉아 매서운 눈매를 번득였다.

참수리가 서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먹이를 움켜쥔 참수리가 유빙 투어에 나선 배를 지나치고 있다.
홋카이도 땅끝 마을에서 수리는 유빙과 공존한다. 참수리가 번식하는 러시아에서 흘러온 아무르강은 오호츠크해의 염도를 낮춰 바다를 얼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유빙은 해류를 따라 시레토코 반도까지 내려온다. 유빙 속에는 바닷속 플랑크톤과 풍부한 영양소가 가득하며, 이를 먹이로 삼는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그 결과, 늘어난 어류를 쫓아 맹금류들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여든다. 육중한 부리를 가진 참수리는 전세계 개체 수가 5천 마리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러시아 극동에서 번식한 새들은 겨울이 되면 유빙을 따라 날아오면서 먹이를 찾는다. 수리들은 유빙 위를 선회하며 얼음 아래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거나, 어부들이 버린 생선을 낚아채기도 한다. 최근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배에서 생선을 던져 새를 불러 모으는 유빙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흰꼬리수리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홋카이도의 선주민 아이누 민족의 언어로 ‘지구의 끝’이라는 뜻의 시레토코 반도 앞 유빙에는 겨울이면 참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모여든다. 유빙 뒤로는 러시아 영토인 쿠나시르섬과 설산이 보인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어업 폐기물이 풍부했지만, 현재는 인공적인 먹이 공급이 수리들의 월동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먹이가 감소하면서 일부 개체는 국경을 넘어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섬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3월부터는 유빙이 점차 녹아 사라지고 새들은 먹이와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바다 위 유빙과 하늘의 맹금류가 어우러지는 공존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최근 기후위기로 유빙의 크기와 지속 시간이 줄어들어 최상위 포식자의 생존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인간도 새를 위협하고 있다. 번식지인 러시아 사할린에서 대규모 석유와 가스가 개발되고 있다. 해안 지역 오염이 우려된다. 홋카이도 사냥꾼이 사용한 납 탄환도 문제다. 사냥 뒤 버려진 동물 사체를 먹은 맹금의 납중독 사례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홋카이도 북부 지역의 대규모 풍력발전소도 새의 이동 경로와 겹쳐 충돌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유빙에 가까이 다가선 배 위에서 새를 기다리고 있다.
라우스(일본 홋카이도)=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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