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 소장품이 전시된 2025년 2월17일 오후 경기 군포시 장애인복지시설 ‘양지의집’에서 이용 장애인 김아무개양이 정세인 작가의 작품 ‘Only.Love.gr.pu’를 보고 있다.
“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아요.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대여 작품을 본 ‘양지의집’ 이용 장애인 김아무개양이 환한 얼굴로 소감을 밝혔다. 9년여 동안 이곳에서 지낸 김양은 새 학기가 되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그는 시설 복도 등에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며 감상했다.

나형민 작가의 ‘하늘에 꿈을 그리다’가 3층 재활치료실 들머리 벽에 걸려 있다. 오른쪽 재활치료실 안에서 물리치료사들이 이용인들을 돌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김성희 관장)은 미술은행 소장품을 무상 대여·전시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나눔미술은행’ 2025년도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첫 번째 지원 기관은 경기 군포시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양지의집으로, 장애예술인의 작품 1점을 포함한 총 13점의 평면작품이 2월5일부터 1년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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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대동강도 녹는다는 우수를 하루 앞둔 2025년 2월17일, 기대와 달리 날씨는 추웠지만 ‘웃음햇살 가득한 집'이란 뜻의 양지의집 안은 따스한 오후 햇살을 받아 아늑했다. 2003년 문을 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양지의집에는 현재 31명이 거주하고 있고, 30여 명의 사회복지사가 종일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2층 시설인들의 주거 공간 중 하나인 ‘자립홈’ 들머리에 벽에 홍순명 작가의 ‘측면풍경-리우데자네이루’(Sidescape-Rio de Janeiro. Dec 15. 2007-1)가 걸려 있다.
1층 사무실과 식당 앞 복도, 2층 주거공간 및 공용거실, 3층 물리·작업치료실 앞 복도 벽에 걸린 한국화와 서양화 작품들이 빈 곳을 채우며 실내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작품 설명판에는 정보무늬(QR코드)가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목적실 들머리에 걸려 있는 박기호 작가의 ‘우암동’. 서울에 이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부산 지역을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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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이 원장은 “중증 장애인들은 외부 나들이가 쉽지 않은데, 시설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자원봉사자들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며 만족도가 높다”라며 “장애인 시설이 지역사회에 더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작품을 활용한 홍보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부터 매년 장애인·노인복지시설, 특수학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문화 취약계층이 예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나눔미술은행’을 운영해왔다. 선정 기관에는 미술은행 소장품에 대한 대여료, 전시작품 감상자료, 운송비 등을 지원한다. 2025년에는 지난해보다 5곳 늘어난 12곳에 지원할 계획이다. 예술작품 대여를 원하는 기관은 대여 시작 1달 전까지 공문을 내면 된다. 신청은 연중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미술은행과로 문의하면 된다.

노현우 작가의 ‘No.082_61.028243, 30.138839’가 걸려 있는 다목적실에서 한 이용 장애인이 작업하고 있다. ‘No.082'는 직업 화가로서 그려낸 82번째 작품이고 ‘61.028243, 30.138839'는 위도와 경도를 나타낸다.
“이상향을 이룩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꿈을 파란 하늘에 그려”낸 나형민 작가의 ‘하늘에 꿈을 그리다’를 인상 깊게 본 장아무개(43·15년간 거주)씨는 “사다리를 타고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그림을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들고 더 밝아지는 느낌”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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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숙 작가의 목판화 ‘시즌’(Season) 아래서 한 이용 장애인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군포(경기)=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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