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슘맘요가 대표 허자연씨(오른쪽)가 2024년 12월7일 새벽 타이에서 탁발(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하는 불교의 수행법)을 하러 가고 있다. 당시 타이에 있는 사찰에 위빳사나(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 수행을 하러 갔다고 한다. 허자연 제공
어느 날, 요가 선생님이 내게 조심스레 조언했다. “성은씨는 요가를 할 때 느낌에 심취하는 경향이 있어요. 좀더 이성적으로, 내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가는지 알아차리면서 해보면 어떨까요?”
기분에 쉽게 좌우되고 힘든 것은 피하려던 내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이제부터 의도를 가지고 해보세요. 버티기 힘든 순간을 단순히 ‘싫은 느낌’으로 규정해버리면, 내가 몸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정작 필요한 것을 놓치게 돼요. 감각을 느낄 때, 약간 중립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이건 그냥 하나의 느낌일 뿐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훨씬 더 자유로워질 거예요.”
인도에서 요가 철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요가원 ‘몸슘맘요가’를 열 때 허자연(33)씨는 고민했다.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그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단 한 시간 수업이 어떻게 그들의 삶과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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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그것이 거만한 생각임을 깨달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요가를 통해 좋은 업을 짓고 싶었던 자연씨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려면 먼저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마음공부가 필요했다. “요가에서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어요.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지만 저를 힘들게 하는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죠. 요가 수행자들이 자주 빠지는 실수가 음식에 관한 거예요. 가볍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보니, 좋고 나쁨을 구분하기 시작하죠. ‘채식과 유기농은 좋고, 패스트푸드는 하위 음식이니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줘야 해.’ 그러다보니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이 커지는 방향으로 사고하게 됐어요. ‘나는 이 정도 사회적 지위는 갖고 싶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하고….’”
하지만 끝없는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고, 결국 ‘매일 이 육체를 먹이고, 재우고, 자아를 충족시키는 모든 행위가 지겹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반복하며 사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지?’
그렇게 답을 헤매며 시간을 보내다 초기 불교 수행처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이런 가르침을 들었다. ‘모든 존재는 괴로움을 피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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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는 순간, 제 고통이 이해됐어요. 내가 추구하던 모든 것이 결국 나를 괴롭게 하는 조건이었구나, 행복을 내 방식대로 정의하고 거기에 도달하려 하니 불행한 순간들이 곳곳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하나씩 욕망을 내려놓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자연씨는 불교에서 배운 가르침을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등을 언급하며 설명하려고 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굳이 요약하자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쥐려 할수록 괴로워진다는 것, 지금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어떻게든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가원을 차렸을 때도 홍보하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온 사람들과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며, 언제든 문을 닫을 준비로 하루하루를 쌓아왔다.
“초기 불교에서는 ‘의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뭔가를 추구할 때, 제 의도를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자랑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정말 상대를 위해서일까?’ 이렇게 되묻다보니, 타인과의 관계도 더 수월해졌어요. 수행 열심히 하고, 법답게 살고 싶어요. 마음에 탐진치(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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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몸슘맘요가 대표 허자연씨. 허자연 제공
① 보다 https://www.youtube.com/@보다BODA
요가와 마음공부를 하게 된 건 언제나 ‘왜?’라는 본질적인 궁금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부터 동물과의 대화 가능성까지.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등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과학이 사실은 우리의 모든 경험 속에 있다는 걸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채널!
② 인생 녹음 중 https://www.youtube.com/@tikitakabooboo
자극적이지 않은 웃음으로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채널. 흥 많고 다정한 두 부부의 일상 대화를 듣고 있으면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돼요. 부부의 배려 깊은 대화에서도 배울 점이 많답니다.
③ 책 ‘이해하고 내려놓기'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65867
잘 살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요가도 하고 마음공부도 했지만, 마음의 문제는 여전해 괴로웠던 날들. 그런 나에게 해답을 준 초기 불교, 그리고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던 춘천 제따와나선원. 선원장 일묵스님이 들려주는 마음의 작용과 행복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을 담은 책입니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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