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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트럼프, 취임 당일 이민자 단속 공약 실행에 옮겨…합법 입국한 이들도 ‘체포’ 대상으로 추방될 처지
등록 2025-02-06 19:32 수정 2025-02-09 08:40
미국 이민관세집행국(ICE)이 대대적인 이민자 체포·구금 작전을 예고한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 여성이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7살, 8살 난 사촌 남매는 방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있다.

미국 이민관세집행국(ICE)이 대대적인 이민자 체포·구금 작전을 예고한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 여성이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7살, 8살 난 사촌 남매는 방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있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살 집도, 일자리도 구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다. 신기루였다. 손에 잡힐 것 같던 ‘아메리칸드림’은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바뀌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 안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사촌 남매가 간식을 먹고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 안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사촌 남매가 간식을 먹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시에이치엔브이(CHNV)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상은 내정 불안 장기화 속에 미국 불법 입국 시도자가 많은 쿠바(C), 아이티(H), 니카라과(N), 베네수엘라(V) 국민이다. 먼저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친다. 이어 미국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국토안보부(DHS)가 인정한 기업 또는 단체를 후원자로 확보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갖추면 미국에 입국해 2년간 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체류기간 연장 신청도 가능하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짐 가방을 곁에 두고 창밖을 살피고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짐 가방을 곁에 두고 창밖을 살피고 있다.


2023년 1월 시작된 CHNV 프로그램으로 6개월 만에 쿠바인 3만5천 명, 아이티인 5만 명, 니카라과인 2만1500명, 베네수엘라인 4만8500명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일하기 시작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자료를 보면, 2024년 8월까지 CHNV 프로그램 대상자는 모두 53만 명까지 늘었다. 사달은 거기서 났다. 바야흐로 선거운동이 한창이었고, 정치인들은 반이민 정서를 부추겨 표심을 공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맨 앞에 섰다.

미국 이민관세집행국(ICE)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2025년 1월31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출근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묶고 있다.

미국 이민관세집행국(ICE)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2025년 1월31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출근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묶고 있다.


“아이티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결성한 무장 갱단이 콜로라도주 오로라를 장악하고 있다.”

거짓이 판을 쳤다. 혐오와 증오가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도 ‘불법 이민자’ 단속 대상에 포함하겠다던 ‘공약’을 취임식 당일 실행에 옮겼다. ‘국경보안에 관한 행정명령’이 발동됐고, CHNV 프로그램 대상자도 언제든 체포·구금·추방될 처지로 내몰렸다. 미군 북부사령부는 2025년 1월29일 오로라 외곽의 버클리 우주군 기지를 체포된 이민자 수용시설로 내줬다. 이민관세집행국(ICE)의 대대적인 이민자 체포 작전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전해졌다. 콜로라도주 3대 도시인 오로라의 베네수엘라 이민자 공동체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이민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 안에서 합법적으로 입국했음에도 단속 대상이 돼 체포·추방될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이 5살 난 딸을 안고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 안에서 합법적으로 입국했음에도 단속 대상이 돼 체포·추방될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이 5살 난 딸을 안고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이 두 딸을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워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아파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이 두 딸을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워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이 8살 딸과 4살 조카와 함께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짐을 꾸린 채 앉아 있다.

2025년 1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이 8살 딸과 4살 조카와 함께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짐을 꾸린 채 앉아 있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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