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에서 ‘변사또' 역할을 맡은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가 큰 목소리로 기차를 세운 일화를 떠올리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냈다.
지난 12월3일 국내 최초 여성 오페라의 전설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드라마 ‘정년이'(tvN)의 성공에 영감을 받아 국가유산진흥원이 기획한 특별극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막을 올렸다. 여성국극은 1950년대 온 나라에서 인기를 누리다 1960년대 영화와 방송의 등장 등으로 급격히 인기를 잃었던 전통예술이다.
특별공연에 앞서 1세대 여성 오페라 선구자들이 고전 ‘춘향전’을 공연했다. 월매 역을 맡은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80)과 이몽룡 역의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78), 변 사또 역의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85) 등 ‘전설’의 여성국극 연기자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들은 아픈 몸이지만 매진이 됐다는 소식에 무릎주사를 맞고 무대에 올랐다.
이후 무대에 오른 ‘선화공주'는 1948년 ‘옥중화’가 첫선을 보인 이래로 여성국극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향가 ‘서동요'로 알려진 신라 향가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공주와 훗날 백제 무왕이 되는 서동 왕자가 간난신고 끝에 부부의 연을 맺는 이야기다.
‘선화공주’ 역을 맡은 박지현(22) 씨는 서동 왕자 역을 맡은 김금미 국립창극단 악장의 딸이자 한국국악협회와 전주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역임한 홍성덕 명창의 외손녀다. 모녀 3대 소리꾼이 여성국극의 부활을 위해 함께 한자리에 섰다.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모처럼 높아진 가운데 홍성덕 이사장은 “중국의 월극처럼 여성국극이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여성국극의 희망찬 미래를 밝혔다.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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