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전설의 ‘정년이’들이 펼치는 무대

등록 2024-12-06 22:33 수정 2024-12-12 13:54
허숙자 명창도 세월을 비껴가지는 못해 웃음소리만큼은 어느 젊으니 못지않았으나, 깊이 패인 주름으로 손등이 자글자글하다.

허숙자 명창도 세월을 비껴가지는 못해 웃음소리만큼은 어느 젊으니 못지않았으나, 깊이 패인 주름으로 손등이 자글자글하다.


‘춘향전'에서 ‘변사또' 역할을 맡은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가 큰 목소리로 기차를 세운 일화를 떠올리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냈다.

지난 12월3일 국내 최초 여성 오페라의 전설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드라마 ‘정년이'(tvN)의 성공에 영감을 받아 국가유산진흥원이 기획한 특별극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막을 올렸다. 여성국극은 1950년대 온 나라에서 인기를 누리다 1960년대 영화와 방송의 등장 등으로 급격히 인기를 잃었던 전통예술이다.

특별공연에 앞서 1세대 여성 오페라 선구자들이 고전 ‘춘향전’을 공연했다. 월매 역을 맡은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80)과 이몽룡 역의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78), 변 사또 역의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85) 등 ‘전설’의 여성국극 연기자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들은 아픈 몸이지만 매진이 됐다는 소식에 무릎주사를 맞고 무대에 올랐다.

이후 무대에 오른 ‘선화공주'는 1948년 ‘옥중화’가 첫선을 보인 이래로 여성국극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향가 ‘서동요'로 알려진 신라 향가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공주와 훗날 백제 무왕이 되는 서동 왕자가 간난신고 끝에 부부의 연을 맺는 이야기다.

‘선화공주’ 역을 맡은 박지현(22) 씨는 서동 왕자 역을 맡은 김금미 국립창극단 악장의 딸이자 한국국악협회와 전주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역임한 홍성덕 명창의 외손녀다. 모녀 3대 소리꾼이 여성국극의 부활을 위해 함께 한자리에 섰다.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모처럼 높아진 가운데 홍성덕 이사장은 “중국의 월극처럼 여성국극이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여성국극의 희망찬 미래를 밝혔다.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변 사또 역을 맡은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다.

변 사또 역을 맡은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다.


월매 역의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오른쪽)과 이몽룡 역의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가 춘향전을 공연하고 있다.

월매 역의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오른쪽)과 이몽룡 역의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가 춘향전을 공연하고 있다.


여성국극을 오랫동안 지켜온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왼쪽부터),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과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가 춘향전을 공연한 뒤 대담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을 오랫동안 지켜온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왼쪽부터), 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과 허숙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가 춘향전을 공연한 뒤 대담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배우들이 `선화공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배우들이 `선화공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배우들이 `선화공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배우들이 `선화공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리허설을 마친 배우들이 원로 여성 배우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리허설을 마친 배우들이 원로 여성 배우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선화공주'에서 서동 왕자 역을 맡은 김금미 국립창극단 악장이 열연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선화공주'에서 서동 왕자 역을 맡은 김금미 국립창극단 악장이 열연하고 있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선화공주'에서 공주역을 맡은 박지현 씨.

여성국극 특별공연 `선화공주'에서 공주역을 맡은 박지현 씨.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함께 한 3대의 모습. 홍성덕 명창(앞줄 가운데)의 큰 딸 김금미 (앞줄 오른쪽)과 박정곤 연출(뒷줄)이 부부 사이로 박지현은 이들의 둘째 딸이다.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에서 함께 한 3대의 모습. 홍성덕 명창(앞줄 가운데)의 큰 딸 김금미 (앞줄 오른쪽)과 박정곤 연출(뒷줄)이 부부 사이로 박지현은 이들의 둘째 딸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