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2호인 대한성공회 온수리성당. 1906년에 건립한 인천 강화 길상면 온수리성당은 품격 있는 양반집 같다. 성당 내부에는 100여 년 전 성당에서 쓰인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성당 옆에는 2004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새 교회도 자리하고 있다.
온수리성당은 우리 전통 목조건축을 어떻게 하면 성당이라는 용도에 맞게 지을지를 잘 고민하고 지은 건물 같다. 성당에 가보면, 입구에 전통 기와를 얹은 종루에 적힌 빛바랜 작은 현판이 이곳이 대한성공회 성당임을 알린다. 종루 천장에 매달린 종은 지금도 매일 오후 6시면 청아한 소리를 울려 세상을 따뜻하게 덮는다. 처음 달려 있던 종은 영국해군 군함에서 사용하던 것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징발됐고 지금 종은 한국전쟁 이후 새로 제작한 것이다.
27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시각 성당 종을 울리는 삼종지기 고상만(75)씨가 종에 대해 설명했다. “오전 6시, 정오, 저녁 6시 하루 세 번, 시간은 엄격하게 지킵니다. 마을 어르신 중에는 여전히 종소리로 시간을 아시는 분이 있거든요. 단 예외가 있습니다. 교인이 임종하실 때는 연세만큼 종을 울려 마을에 알립니다. 지금껏 한 200여 분이 떠나시는 길에 종소리를 울려드렸어요.”
오후 6시를 알리는 휴대전화 알람소리가 나자 종에 연결된 줄을 잡는다. 힘차고 절도 있게 종을 친다. ‘대앵 대앵 대앵’ 세 번 종이 울린다. 잠시 침묵한 뒤 다시 힘있게 종을 친다. ‘대앵 대앵 대앵’ 그렇게 한 번 더 종을 친다. 세 번씩 세 차례 종을 치기 때문에 이 종을 울리는 이를 삼종지기라고 부른다. 고씨는 9대째 삼종지기다.
온수리성당은 2004년 문을 닫고, 지금은 박물관처럼 쓰이고 있다. 50여 명이 앉을 법한 작은 예배당 안에 들어가면 목조기둥과 목조의자, 나무로 만든 풍금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일제강점기 때 쓰였던 성가집, 구식 난로, 성당과 함께 늙어간 풍금도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성가대 연주자의 손을 거쳐갔을 풍금 건반 하나하나에 소소한 역사가 서려 있다.
사진·글 강화(인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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