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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진보 교육감 시대… 민주시민 교육 탄력 받을듯

16곳 중 10곳 당선에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강화 예상… 유권자 무관심은 여전한 과제
등록 2026-06-04 21:44 수정 2026-06-10 08:38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026년 6월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배우자 은영 씨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026년 6월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배우자 은영 씨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2026년 6월3일 실시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10곳에서 당선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9곳, 보수 8곳으로 팽팽하던 균형추가 4년 만에 다시 진보로 기운 것이다. 다만 진보 후보들이 정책의 차별성을 갖고 이뤄낸 성과라기보다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실시된 이번 선거에 흐른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선거 구도 영향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이번 교육감 선거도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폐해가 반복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관심·‘블랙아웃’ 논란 또 반복
6·3 지방선거에서 세종시교육감에 당선된 강미애 후보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세종시교육감에 당선된 강미애 후보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역 진보 교육감 4명은 모두 수성에 성공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후보 8명이 난립한 서울에서는 현 교육감인 정근식 후보가 30.3%를 획득해 보수 조전혁 후보(23.5%)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전남(김대중 교육감)과 광주(이정선 교육감)의 현 교육감이 맞붙은 전남광주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42.5%를 얻어 장관호 후보(29.1%)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정선 후보는 3위(19%)에 그쳤다. 부산에서도 현직 김석준 후보가 50.6%로 보수 정승윤 후보(33.1%)를 꺾고, 전국 최초로 4선 교육감 당선 기록을 세웠다. 인천에서는 도성훈 현 교육감이 36.4%로 보수 이대형 후보(35.6%)를 이기고 3선에 성공했다.

현직 교육감이 보수 성향인 경기·강원·제주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들이 교육감 교체에 성공했다. 경기에선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안민석 후보가 52.8%를 얻어, 이명박 정부 때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현 교육감 임태희 후보(47.2%)를 제치고 당선됐다. 강원에서는 진보 강삼영 후보(41.5%)가 현 교육감인 보수 신경호 후보(33.1%)를 눌렀고, 제주에서는 진보 고의숙 후보(48.1%)가 현 교육감인 보수 김광수 후보(38%)를 이겼다.

현직 교육감이 3선 연임 제한이나 불출마 등으로 물러난 지역에서도 진보 후보 3명이 당선됐다. 충남에서는 진보 김지철 현 교육감이 3선을 마치고 불출마한 상황에서, 진보 이병도 후보(30.6%)가 보수 이병학 후보(27%)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불출마를 선언한 천창수 울산교육감의 후임은 천 교육감의 비서실장을 지낸 조용식 후보(39.2%)가 보수 김주홍 후보(36.5%)를 누르고, 진보 교육감의 계보를 이어갔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을 준용한 교육자치법 위반으로 서거석 전 교육감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공석이 된 전북 교육감에는, 진보 천호성 후보(56.6%)가 같은 진보 성향의 이남호 후보(43.4%)를 이기고 당선됐다.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실시된 2010년 진보 교육감 6명이 당선된 이래 2014년과 2018년 각각 13명과 14명이 잇달아 당선되면서,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실시된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다수 당선되면서 진보와 보수 교육감이 9 대 8로 팽팽해졌는데, 이번 선거에서 다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 만에 열린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현역 프리미엄 이번에도 확인
조용식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3일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식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3일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에서는 현직 교육감 3명이 수성에 성공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52.4%)가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으며 3선에 성공했고, 경북 임종식 후보(43.5%)와 충북 윤건영 후보(48.2%)도 재선에 성공했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 중심의 보수 성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관심이 낮은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조직력이 있는 현직 교육감들에게 작용하는 ‘현직 프리미엄’도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현직 교육감 11명이 전남광주 등 10개 시·도에서 출마했는데 총 7명이 당선됐다. 2018년 선거에서는 현직 교육감 12명이 전원 당선됐고, 2022년에는 현직 교육감 13명 중 9명이 당선된 바 있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은 대전, 세종, 경남에서도 당선됐다. 대전에서는 오석진 후보(27.5%)가 당선됐고, 세종에서는 강미애 후보(36.3%)가 첫 여성 세종시교육감으로 선출됐다. 초접전 박빙 승부를 펼친 경남에서는 권순기 후보(38.5%)가 개표 막바지에 진보 송영기 후보(38.1%)에게 역전승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자가 8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하면서, 향후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는 등 진보 교육정책이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주시민 교육과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강화와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제시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과 관련된 정책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전문대학원)는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이 민주시민 교육,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결이 같아 앞으로 진보적인 교육정책들이 탄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보·공약 검증 기회 넓혀야
강삼영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당선자가 6월4일 춘천시 퇴계동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중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삼영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당선자가 6월4일 춘천시 퇴계동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중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고 곳곳에서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가운데, 이번 교육감 선거도 유권자가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한 채 투표하는 ‘블랙아웃’ 선거로 치러진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은데 이들을 평가할 토론회나 정책 검증 기회는 매우 적은데다, 헌법과 교육자치법에 근거한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기호도 정당도 없이 이름만 적힌 투표용지에 유권자가 기표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와 ‘지지 후보를 결정 못했다·모름·무응답’으로 밝힌 ‘부동층’이 50%를 넘나들었다. 게다가 이 부동층이 지지율 10~20%대에 불과한 1위 후보보다 2~4배 정도 많은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이런 ‘블랙아웃’ 상황에서 후보들 간의 판박이 공약, 정파 편승과 혐오 경쟁, 후보 상호 간 고소고발전 등 많은 문제가 노출됐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교육학)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공약 검증과 정책 토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여론조사 비용 지원 등을 통해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를 충분히 비교·검증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교육감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교사들이 평가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현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장의 교사들이 공약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감시해 시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더욱 많이 열리도록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오른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가 6월3일 광주 서구 마륵동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유력이 뜨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오른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가 6월3일 광주 서구 마륵동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유력이 뜨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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