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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졌지만 더 크게 이겼다

45% 넘는 득표율로 치열한 승부… 보수의 심장에 낸 균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
등록 2026-06-06 13:35 수정 2026-06-08 19:3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4일 새벽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4일 새벽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6월4일 새벽 2시27분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이하 김부겸)가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 2층에 들어왔다. 지지자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부겸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이 제게, 제게 걸어주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 선거 기간 동안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들의 패배가 아닙니다. 좌절하지 마십시오. 절망하지 마십시오. (…) 우리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저와 끝까지 경쟁해오신 추경호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49.1%(김부겸) 대 49.9%(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초접전으로 나온 전날의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때까지만 해도 ‘보수의 심장’에 마침내 균열이 발생하나 싶었다. 개표 초반에는 김부겸이 꾸준히 앞서가며 김부겸의 승리를 예상하고 잠든 시민도 많았다. 하지만 6월4일 새벽 1시께 개표율 45%를 넘어서면서 추 후보가 처음 앞서가기 시작했고, 이후 상황은 더 바뀌지 않았다. 최종 결과는 45.05% 대 53.92%, 11만5494표 격차 패배였다.

가능성 보여준 대구 시민

앞선 6월1일 대구 도시철도 2호선 감삼역 앞. 김부겸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지난 유세 기간 동안에 대구 곳곳을 누비며, 정말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절규에 가까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 정말 우리 대구가 너무나, 너무나 힘들구나….”

그는 눈물을 애써 꾹꾹 누르고 있었다. “대구 시민들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간절하고, 대구 청년들의 그 애절함 때문에, 제 뼛속 깊이 ‘이대로는 안 된다! 내가 몸을 갈아서라도! 이 대구를 살려야겠다’는 그런 절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해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6월2일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할 때도 김부겸은 주변을 가득 메운 시민들에게 온몸으로 호소했다. “대구의 미래만 생각해주세요!” 주먹 쥔 그의 손은 부르르 떨렸다.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바로 대구 시민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전선야곡’을 부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전선야곡’을 부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이 두 장면은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이 떠안은 정치적 당위성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대구가 전국 시·도 가운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지역에서 새로 창출된 부가가치 총합을 그 지역 인구수로 나눈 지표)이 33년째 최하위라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10년 동안 약 13만 명의 청년이 대구를 떠났다.

30대 직장인 이정민씨는 대구의 침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엄청 많이 느끼는 게 제 친구들, 제 또래만 봐도 취업이나 기회를 찾아서 서울, 경기 쪽으로 (절)반은 간 것 같아요. 저도 (직장을) 옮기려고요. 친구 가운데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대구로 온 친구가 있어요. 결혼해서 온 친구인데,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엄청 오래 했는데도 대구에 와서 ‘진짜 직장이 없다. 여기는 자영업자 아니면 공무원 둘밖에 답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당 정치인으로서는 국무총리까지 지낸 김부겸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구를 변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혔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는 4년이 남았고, 민주당은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집권여당이다. 지방재정에서 중앙정부가 주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게다가 김부겸은 대구 사람들이 특히 싫어하는 ‘뜨내기’가 아니다. 2012년 19대 총선부터 2014년 대구시장 선거,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에서 꾸준히 대구의 문을 두드려왔다. 당선은 2016년 한 번밖에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시민들도 이런 의미를 그대로 되짚어 말했다. 6월2일 김부겸은 아침 7시40분께부터 대구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 12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유세차 단상에 올라 반월당 사거리를 지나는 대구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구 시민들은 힘을 실어줬다. 승용차를 타고 가던 시민들은 창문을 열고 “김부겸! 김부겸!” “김부겸 파이팅!”을 외치며 손을 흔들거나 ‘엄지 척’을 보냈다. 한 택시 기사는 김부겸을 “시장님!”이라 불렀고, 한 시내버스 기사는 그의 앞을 지날 때 경적을 울리며 인사했다. 대구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는 서아무개(61)씨는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문재인 정부 때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인데, 저라면 (이번 선거) 안 나왔을 것 같아요. 집에 가만히 있고 편하게 밥 먹고 잘 살 수도 있는데 뭐 하러 나오겠어요. 그런데 대구 경제가 이렇게 낙후되고 너무 살기 힘드니까. 자길 희생하는 거죠, 대구를 위해.”

중단된 신공항(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그 첫 삽을 뜨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1조원) 마련, 기존 대구 군공항(K2)과 대구국제공항 부지(주변 개발 예정지를 합하면 최대 450만 평 규모)에 삼성·에스케이(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리벨리온·퓨리오사에이아이(AI) 등 AI 반도체 기업 유치, 이를 위한 세제 혜택 제공. 김부겸이 대구 시민들의 소망에 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무모한 도전’ 예감하고도…

또 하나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최초의 민주당 단체장을 탄생시켜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를 재구성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영남에서 부산(2018년 오거돈), 울산(2018년 송철호), 경남(2010년 김두관, 2018년 김경수)은 민주당 단체장이 등장한 적이 있지만, 대구·경북은 단 한 번도 민주당 단체장이 탄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친위 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세력을 심판하는 의미가 담겼다. 게다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추경호는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로 일했고,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던 2024년 12·3 내란 당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재판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번에야말로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을 통해 대구에서 국민의힘 세력이 아닌 단체장이 나올 수 있고, 이를 통해 중도보수 진영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 행보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김부겸의 정치 철학은 자연스럽게 이런 의미를 창출할 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치인 김부겸의 이력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치인으로만 보면 수도권에 남는 것이 훨씬 유리했으리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경기 군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한 김부겸은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찾는 편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내가 군포에서 4선을 하면 그건 월급쟁이다.” 그가 여러 차례 했다는 말이다.

김부겸은 뒤늦게 자각했다. 1991년 민주당에 입당하며 제도 정치권에 정식 입문한 뒤로, 정치를 오래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가치 추구를 게을리한 자신을 돌아봤다. 직장 다니듯 국회의원 노릇 하기가 부끄러웠다. 진영 논리에 빠진 한국 정치에서 실종된 공존과 상생, 화합, 통합의 가치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누군가가 ‘김부겸의 정치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김부겸의 정치였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정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넉넉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그런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 사회 변혁을 위한 거창한 담론을 생성하거나 캠페인의 주체는 아니어도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정치를 해왔습니다.” 김부겸이 책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김부겸·김태훈 지음, 더난출판 펴냄, 2015)에서 한 말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치고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치고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통합’은 획일도 아니고, 갈등의 부재도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이 싸우더라도 합의할 수 있는 토대, 함께 설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김부겸이 추구한 통합이다. 그 가치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찾은 답은 대구였다. 그가 초중고(대구초-대구중-경북고) 학창 시절을 보낸 지역이자, 민주당을 싫어하는 보수 정당세가 지배적인 지역. ‘지역주의야말로 그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나아가 공동체의 앞길을 가로막는 암 덩어리’라는 것이 김부겸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국가 자원의 배분율이 공정해지려면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점하지 않아야 합니다. 통 큰 지원을 받으려면 여당도 주려고 하고, 야당도 주려고 해야 합니다. (…) 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당신들이 선택한 작은 정치적 다양성이 훨씬 큰 기회로 돌아온다’라고 말입니다. 분명히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정치인 노무현은 싸우지 않고는 공존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보았다. 싸울 때도 항상 가치 실현을 위해 싸웠다. (…) 싸울 때 그는 질풍노도였다. 나도 그 바람의 한 줄기가 되고 싶었다. 대구로 내려간 것은 결국 그 부채의식 때문이다. (…) 그가 벌였던 지역주의와의 싸움에 함께하기 위해 따랐고(…).”(‘정치야, 일하자’, 김부겸 지음, 비타베아타 펴냄, 2019)

공존과 상생, 화합과 통합 위해

물론 대구 시민 235만 명 중에 국민의힘 정치인 지지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구 시민이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일단 대구니까. 그리고 또 사실, 이재명이가 사실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솔직히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어. (지방)선거 초만 하더라도 내가 ‘김부겸 나온단다. 총리까지 한 사람이 시장 되면 대구시가 좋아지지 않겠나’ 말하면 사람들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이래 들어줬다고. 그런데 시간이 자꾸 가면서 ‘대구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이래 되고.” 대구 달성군에 사는 박아무개(73)씨의 말이다.

민주당 정치인에게 ‘빨갱이’라는 말을 하고, 선거철에 파란 옷을 입고 다니는 민주당 정치인을 경멸하듯이 쳐다보는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김부겸은 간절히 외쳤다. 3월30일 대구 중구 2·28 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할 때다. “국민의힘은 대구 시민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대구 경제에 관심도 없다가, 무슨 일만 있으면 서문시장에 나타나고, 아쉬울 때만 대구를 찾습니다. 정작 대구가 아쉬울 때는 모른 척하거나 고개를 돌립니다. 말로만 ‘보수의 심장’입니다. 심장이 꺼져가는데, 어디 청심환 한번 구해온 적 있어요? (…) 국민의힘을 확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에 한번 국민의힘을 안 찍어보시면 됩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이 말은 달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종성(49)씨 가슴을 크게 울렸다. “정말로 한 당만 찍어주는 곳이잖아요, 대구가. 그게 정통 보수이고 괜찮은 보수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거죠. 그 부분을 (김부겸이) 탁 때려줬어요. ‘보수를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이 진정한 보수 정당을 원한다면 한번은 바꿔봐라. 이번에 나를 한번 써봐라. 그래야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린다. 그래서 민주당과 건강하게 경쟁하고, 그러면 정치가 발전한다.’ 이 말씀이 많이 와닿았어요.”

김부겸은 마지막 유세 때 그간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난 많은 얼굴을 떠올렸다. ‘대구 좀 꼭 살려달라’는 시장 상인들, ‘대구에 계속 살고 싶어요’ ‘일자리 좀 많이 만들어주세요’ 울먹이는 청년들, 유아차에 곤히 잠든 아이를 보여주며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꼭 당선돼야 한다’고 자신의 손을 잡는 아기 엄마, ‘대구에 와줘서 고맙다’는 시민들…. 그는 대구 시민들이 자신을 써먹길 바랐다. “이번에는 필요하잖아요. 써먹을 수 있잖아요!” “이번 기회에 김부겸이 한번 써먹으라 이기라.”

김부겸의 또 다른 적들

그럼에도 김부겸은 끝내 이기지 못했다. 이는 김부겸과 대구를 넘어선, 이번 선거 전체 구도에서 비롯한 결과다. 민주당의 ‘내란세력 심판론’과 국민의힘의 ‘정권견제론’이 맞선 이번 선거에서 초기에는, 여전히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장동혁 지도부가 지리멸렬하고도 무능한 행보를 보이며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들마저 고개를 돌렸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구·경북에서마저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정 지지율 60%대를 유지해 ‘내란세력 심판론’이 여전한 힘을 발휘하게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소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추진하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공천과 현장 선거운동에서 민심을 잃는 행보를 거듭하면서 차츰 ‘정권견제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구도 변화가 ‘민주당의 일방권력화’에 거부감이 큰 대구 시민들을 흔들었다. 대구 시민들이 마음 놓고 ‘민주당이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할 동력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즈음 한 대구 시민이 김부겸에게 “만에 하나, 낙선해도 공약을 지킬 겁니까”라고 물은 이유가 그것이다. 김부겸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5월1일 페이스북)라고 했다. 5월3일에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추진한 당을 향해 “여기서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히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싹쓸이 가능성이 제기되며, 영남권 지방 권력이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김부겸에게 불리했다. “대구라도 견제해야 한다, 권력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안 된다, 최소한의 균형은 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실제로 선거 기간 막판에 만난 시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김부겸과 민주당을 분리해서 평가했다. “김부겸은 괜찮은데 민주당은 좀 그렇다”거나 “사람은 좋은데 지금은 견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앞섰다. 그렇게 대구 지역은 이번에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 투표율(64.2%)을 나타냈다. 지방선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이번 선거 전국 투표율(61%)보다 높은 수치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3일 저녁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방송사 인터뷰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3일 저녁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방송사 인터뷰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심판과 견제, 절묘한 균형추

전국적인 선거 결과도 ‘내란세력 심판론’과 ‘정권견제론’이 절묘하게 교차했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경기(추미애)·인천(박찬대)·부산(전재수)·울산(김상욱)·대전(허태정)·세종(조상호)·강원(우상호)·충북(신용한)·충남(박수현)·전북(이원택)·전남광주(민형배)·제주(위성곤) 12곳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오세훈)·대구(추경호)·경북(이철우)·경남(박완수) 4곳에서 승리했다. 4년 전 국민의힘 12곳, 민주당 5곳이던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우세했다. 전국 227곳 기초단체장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119곳에서 당선됐고, 국민의힘은 영남권과 일부 충청권을 중심으로 95곳에서 당선됐다. 4년 전 63 대 145에서 완연히 판세가 뒤바뀌었다. 내란세력과 제대로 결연하지 않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5 대 1로 민주당의 일방적 승리가 예측됐던 것과 달리 12 대 4가 되고, 특히 서울에서 예상을 깨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게 막판 극적 역전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이 마냥 축배를 들 수도 없게 됐다. 게다가 재보궐선거에서도 부산 북구갑 한동훈 무소속 후보, 경기 평택을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울산 남구갑 김태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민주당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고현준 시사평론가는 “양당 모두 여론조사 숫자만 믿고 그 안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애초부터 여론조사 숫자는 민심의 전부가 아니다. 민주당은 유리한 구도만 믿었고,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에만 기댔다”며 “양당이 모두 ‘누가 더 싫으냐'고 묻는데, 유권자는 냉정하게 ‘누가 더 이익이냐'로 답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민주당의 기대 이하 승리, 국민의힘의 예상 밖 선전으로 보이는 어긋남의 선거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4일 새벽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026년 6월4일 새벽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이렇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가 끝났다. 김부겸은 이 선거에서 단단한 널빤지를 뚫기 위해 홀로 뚜벅뚜벅 걸었다. 쓰라린 패배를 했지만, 김부겸의 득표율(45.05%)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대구시장에 출마한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는 최고치다. 대구 시민 박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했다. “난 (김부겸 득표율이) 30~40%대만 나와도 성공했다고 봐. 대구 지역 정치인들이 좀, 생각이 좀 안 바뀌겠나.”

김부겸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대구 시민 마음에 박힌 김부겸의 정치가 아직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대구=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대구=사진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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