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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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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달걀로 바위 치기’는 계속된다

거대 양당 틈새 속 아쉬운 성적표 받아… 또다시 기득권에 가로막힌 진보
등록 2026-06-05 08:07 수정 2026-06-09 08:35
2026년 6월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서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의당 제공

2026년 6월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서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의당 제공


“거리 유세를 해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냉담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 진보 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지지를 만들어낼 거냐는 과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선거로 보입니다. 당대표로서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로서 여러분께 말씀을 드립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2026년 6월3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제이티비시(JTBC) 예측조사 기준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은 1.9%로 나타난 뒤 정의당 대표인 권 후보가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노동당·녹색당 등 다른 독자적 진보정당과 함께 ‘신호등 연대’를 결성해 지방선거에 임했으나, 또다시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진보정당은 거대 양당에 밀려 여전히 정치의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여성의당 등 독자적 진보정당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비례연합에 참여했던 진보당과 기본소득당도 후보를 낸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5%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접전이 예상됐던 진보당 후보들이 최종적으로 낙선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 일부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양강 구도에 묻힌 ‘신호등 연대’ 정책과 공약

 

우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의당 권영국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1.03%에 그쳤다. 1년 전 제21대 대선 때 서울에서 받은 1.27%보다 득표율이 소폭 줄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강은미 후보도 3.85%를 득표했다. 정의당은 광역의원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기초의원 6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현역 기초의원 9명 가운데 8명이 출마해 그중 5명이 재선됐다.

6월3일 저녁 7시께 출구조사 발표 이후 정의당 사무실에서 만난 권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 의제보다 ‘내란세력 심판’ 대 ‘정권견제론’이라는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구도로 흘러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 후보는 “내란 이후에 대선을 치렀고 대선 이후에 정권을 견제하자는 주장과 정권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결국 대선 구도의 연장선에서 치러진 선거였다”며 “정책적인 내용이나 공약에 대한 충분한 점검이나 검증이 중심이 되지 못하면서 진보정당의 의제가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호등 연대’를 구성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진보정당이 이름만 따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유권자의 의문에 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나선 선거라는 성찰도 했다. 권 후보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한 정당의 외형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겹치지는 않더라도 따로 존재해, 현장에서 주는 느낌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권 후보는 이번 선거가 진보정치의 과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탁상에서만 이야기하려 하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관성은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며 “실제 살아가는 서민의 일상적인 공감대에 대한 신뢰를 쌓아내지 못하면, 결국 단순히 정책이나 공약이 좋다고 해서 표가 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호등 연대’에 참여한 다른 정당 대표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날 권 후보의 출구조사를 함께 지켜본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본질을 선거 과정에서 더 혁파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한 내적 역량의 한계, 힘의 한계를 이번에 확인했다”며 “평가를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역시 “우리가 더 강한 마음을 가지고 가시밭길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인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앞줄 가운데)가 2026년 6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인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앞줄 가운데)가 2026년 6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당 지방의원 41명, 녹색당 안동 당선은 위안

 

2022년 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김종훈)을 당선시키며 진보정당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진보당 노정현 부산 연제구청장 후보가 민주당 이정식 후보의 경선 끝에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선출돼 기대를 모았으나, 43.62%를 득표하는 데 그쳐 현 구청장인 주석수 국민의힘 후보(56.37%)에게 석패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천기옥 후보가 44.07%를 득표해 진보당 박문옥 후보(41.87%)와 노동당 이장우 후보(14.05%)를 누르고 당선됐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다자 구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95%를 득표하며 5위를 기록했다.

다만 진보당은 지방의원 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34명 등 총 4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4년 전 지방선거(21명)에 견줘 두 배 늘어난 수다. 호남에서 가장 많은 29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이번 선거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를 마음에 새기고,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며,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에서 경북 안동시 마선거구에 출마해 시의원으로 당선된 녹색당 허승규 후보. 허승규 당선자 에스엔에스 갈무리

6·3 지방선거에서 경북 안동시 마선거구에 출마해 시의원으로 당선된 녹색당 허승규 후보. 허승규 당선자 에스엔에스 갈무리


기초의원 선거에서 화제를 모은 진보정당 당선자도 있다. 경북 안동시 마선거구(2인 선거구)에 출마한 녹색당 허승규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허 후보는 보수 성향이 강한 안동에서 36.86%(3040표)를 득표하며 25.87%(2134표)를 득표한 김창현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당선됐다. 허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선 2위 당선자와 300여 표 차이로 석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강남동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자율방범대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곳곳을 누볐다.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로 ‘버스 타기 좋은 안동’ 등의 활동을 하며 얼굴을 널리 알려 마침내 녹색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공직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이 됐다.

허 후보는 당선 입장문에서 “안동 시민 여러분이 키워준 허승규,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논평을 내어 “허 후보의 당선은 콘크리트처럼 공고한 보수 양당의 정치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고, 진보정치 도약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커다란 희망”이라며 “기득권 정치의 장벽을 뚫고 피어난 끈질긴 풀뿌리 정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녹색당은 또한 “2025년 3월 안동과 경북 북부 일대를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 재난 속에서,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기후재난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허 후보와 안동·경북 녹색당원의 헌신과 진심에 지역 주민들께서 응답해주신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성 정당과 차별화되는 정책 개발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거둔 초라한 성적은 민주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진보정당이) ‘진보의 어젠다를 갖고 싸우겠다’고 해야 했는데, 10년 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스스로 들어갔다”며 “이 구도로 가게 되면 민주당 본진을 찍지 아닌 데를 찍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수당이 상수일 때 민주당은 선거 연대로 보수당을 이겨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진보정당에도 공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의제를 다 흡수해버렸다. 진보정당이 설 공간이 없다”고 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가 진보정당 실패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왔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등에서 단순다수대표제로 승자독식의 결과를 가져오는 현행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소수정당이 정책 연합 등을 할 수 있는 결선투표제가 없는데다, 비례대표제도 유명무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의당과 진보당 등은 2022년 전체의 10%에 그쳤던 광역 비례대표 의원 수를 30%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또 기초의원 거대 양당 독식 구조의 원인으로 꼽히는 2인 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했고, 광역의원 역시 현재 한 지역구에서 1명의 후보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서 3~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런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를 앞두고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이 14%로 소폭 확대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역의원 선거구 중 4곳에서만 3·4인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데 그쳤다.

박성민 대표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제이기 때문에 거대 정당 밖에서 독립적인 정당으로 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진보정당은 소수를 대변하는 정당인데 한 사람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당선이 불가능한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로 개혁하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이어 “진보정당도 기성 정당과 차별화되는 정책 개발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이번에도 일부 진보정당이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는 등 차별성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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