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구갑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한동훈 의원(왼쪽)과 경기 평택을 재보궐 선거에서 낙마한 조국 전 당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어쨌든, 재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 6·3 지방선거는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문제는 그렇게만 평가하기 어려운 결과란 거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된 것까진 좋았는데 목에 뼈나 가시가 걸린 격이다. 예상 밖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더해, 재보궐선거 성적표를 보면 그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향후 정치 구도 전반에 영향을 줄 큰 이변 중 하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이 되어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하정우 후보를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제치고 신승을 거두었는데, 다자 구도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승리를 거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일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기술적으로 보면 한 후보가 과거 같은 지역구에서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던 스윙보터 성향의 유권자층 지지를 상당히 흡수했으리라 추론해볼 수 있다. 선거 초반 ‘이재명-전재수-하정우’ 조합에 대한 반대에 초점을 맞췄던 한 후보의 캠페인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재명-장동혁 반대’로 기울어진 점, 상대인 하 후보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후보’ ‘전재수 후보의 짐’으로 규정해 전 후보와 분리하려 한 점은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 거로 볼 수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전 후보를 선택한 지지층에 하 후보가 아니라 한 후보로 교차투표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민주당은 투표와 유세를 함께 하는 등 전재수-하정우 후보를 직접 묶는 전략을 택했다. 전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전재수에게 꼭 필요한 하정우를 도와달라”고 직접 호소한 것은 이 맥락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이러한 기계적 연결보다는 ‘정권 견제와 보수 재건’의 필요성에 스윙보터들이 좀더 공감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026년 6월4일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담론 차원에서 한 후보의 당선에 기여한 결정적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비상식적 당 운영이다. 장 대표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등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고,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미국행을 택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거듭했다. 보수적 유권자 입장에선 장 대표가 공천한 박민식 후보보다는 ‘보수 재건’을 내건 한 후보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커진다. 더군다나 한 후보는 장동혁 체제로부터 제명당한 당사자 아닌가.
둘째는 선거 구도상 일방적 우위에 선 여당이 ‘공소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추진한 것이다. 이 덕에 범야권 전체가 ‘여당이 선거에서 압승하면 여세를 몰아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를 취소하도록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 부산 북구갑의 스윙보터 입장에선 한 후보의 ‘정권견제론’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막판 검찰총장 대행이 있는 자리에서 “혹시라도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한 데에 한 후보가 맹공을 퍼부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원내에 입성하는 상황에 앞으로 복당 여부가 중요해지는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는 중요 지역을 지켜냈다는 취지의 ‘실질적 승리’를 주장하며 버티겠지만, 장기적으로 자리를 지키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지역 후보들이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등 이번 선거를 통해 당 내외의 민심을 잃었다는 게 구체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동혁 체제 붕괴 이후 그야말로 ‘키 플레이어’가 된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이 이뤄지는 과정에 보수언론 등에 의해 정계개편론 등이 함께 제기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함께하는 방식의 정계개편론은 이미 꾸준히 언급돼왔다. 이를 통해 내란 이후 망가진 보수정치를 그럴듯하게 재포장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한 전 대표가 주장하는 ‘정권 견제와 보수 재건’의 목표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단 보수 재건의 로드맵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는 것 정도밖에 없는데, 이는 분명한 약점이다. 그저 상대를 반대하며 오직 그걸로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런 전략은 2022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구사해 집권에 성공했으나, 그 종국적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을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2024년의 윤석열만 반대하고 2022년의 윤석열은 긍정하는 노선으로는 안 된다. 윤석열 시대 이전의 이명박·박근혜 노선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를 내놓고 보수정치 전체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수정치의 누구도 이 과제를 소화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지금의 집권세력도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는 명분 하나로 승부를 내는 전략이 반대파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이번 선거에서 ‘정권견제론’의 재료가 된 ‘공소취소’ 등 대통령 관련 사건 처리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거다. 이번 선거에서 체감했듯, 더는 대통령과 여당이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권에서 이른바 ‘추-윤 갈등’ 구도 등을 통해 겪었던 일의 재현이다. 정치적 경쟁 과열로 오히려 상대편 차기 주자를 키워주는 실책은 우리 정치에서 종종 일어나는 바다. 한동훈 전 대표의 원내 진입으로 이런 종류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조금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이 어떻게 대권주자로 각인됐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주류적 방식으로 순리대로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2026년 6월4일 경기도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점에서 상징적인 것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이다. 민주당의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의 조국 후보가 서로 싸우다 국민의힘의 유의동 후보가 당선된 것은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인데,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두 후보가 서로 부적합한 후보라고 주장하니, 양쪽 모두 지지층 동원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 지역의 경우 선거 공학과 셈법을 복기하기보다는 갈등의 본질을 짚어봐야 한다. 사태의 핵심은 크게 두 층위인데, 제1의 층위는 혁신당의 정체성이다. 혁신당은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주장해왔다. 하나는 ‘제2의 민주당’이라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제3정당’이라는 건데,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정의당보다 노회찬답게’라는 슬로건은 이를 상징한다.
문제는 두 정체성의 양립이 어렵다는 거다. ‘제3정당’을 하려면 민주당과 대립해야 하는데, ‘제2의 민주당’ 처지에선 그러면 안 된다. 지지층을 분별 정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합당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이 사실상 그게 불가능한 시점에 이루어진 것은 이 조건 때문이다. ‘제2의 민주당’뿐이었다면 합당은 훨씬 이전에 이뤄졌을 것이고, ‘제3정당’의 정체성만 가졌다면 합당 제안 자체가 어려웠을 거다. 합당이 파국적으로 무산된 상황에 선거연대 논의가 가능할 리 없다. 양당이 각자 후보를 내는 평택을의 상황은 이런 조건에서 만들어졌다. 합당과 선거연대가 어려웠는데 단일화 논의가 될 리는 만무하다. 예정된 ‘외통수’인 셈이다.
여기서 제2의 층위가 문제가 된다. 이 구조 안에서 조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 지지층을 힘으로 빼앗아오는 것만 남는다. 인물론과 명분 대결이 선거의 기본 전략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인물론 차원에서 ‘차명 대부업체 운영 의혹’ ‘정치검사와 보수정당 출신’이라는 공세가 이뤄졌다면, ‘개혁적 세력의 연대 연합’을 위한 민주당의 소수 정당 배려와 양보 필요성 제기는 명분론의 일종으로 제기됐다.
이 주장을 유튜브 등을 통해 가장 공세적으로 제기한 것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가 과거 진보정당 등 소수파에 ‘사표’ 방지를 위한 후보 사퇴와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 지지를 종용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이번에는 완벽하게 반대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사람의 생각은 바뀌기도 하니 이런 사실은 논외로 하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평택을 선거를 둘러싼 갈등에 집권세력 내 노선투쟁의 성격이 투영돼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집권한 상태에서도 비주류를 자처하며 검찰·법원·관료·언론 등을 기득권으로 지목하고 이들을 적대하며 지지층을 동원하는 정치를 ‘개혁’이라 부르는 노선이냐, 주류를 대변하는 유일한 정치 세력으로서 반대파까지 아울러 중용하며 통치의 책임을 다하는 노선이냐의 대결로 도식화해 표현할 수 있다. 이 구도는 이재명 정권의 주요 장면에서 내내 반복 재현되고 있다.
다소 거친 정리이기는 하지만, 혁신당 조국 후보와 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동시 낙선은 이른바 ‘범여권’의 노선 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앞으로 여당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 큰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게 한다.
조 후보에게 뼈아픈 점은 바로 이런 구도에 갇히면서 이 선거가 정치인 조국의 한계를 다시 한번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앞의 현실 때문에 당선이 어려웠더라도, ‘조국이 드디어 정치를 하더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면 남는 장사가 됐을 거다. 그러나 조 후보가 보여준 것은 오히려 ‘개혁’ 노선이 오독의 대상이 되어 전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파국으로 이어진 ‘조국 사태’ 당시와 별로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이다.
정치인 조국이 부활을 노린다면,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일 잘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일을 잘하는 것’과 상관없어 보이면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정치가 일 잘한다는 건 결국 민생을 챙긴다는 거다. 민생에 유능한 통치에는 적수가 없다. 조 후보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 거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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