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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것들’ 손잡은 광장 vs‘약자 연대’ 맞선 극우

농민·퀴어·장애인·하청노동자… ‘맨 밑의 연대’
소통하는 ‘탄핵봉 전선’ 견줘 극우는 극단적 퇴행
등록 2025-01-04 21:00 수정 2025-01-05 10:0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수괴(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유효기간인 6일 이전에 집행하겠다고 밝힌 2025년 1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수괴(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유효기간인 6일 이전에 집행하겠다고 밝힌 2025년 1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내란’을 일으킨 피의자 윤석열이 여전히 ‘내전’을 선동하고 있다. 새해 첫날, 윤석열은 관저 앞에 모여 있는 극렬 지지자들과 이들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극우 유튜브 시청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했다. ‘나도 생중계를 보고 있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그의 편지는 자기 곁에 ‘애국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밖에 남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내란을 막아낸 광장의 시민들은 내전 선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환하게, 다양하게 그리고 넓은 빛을 만들어내고 있다. ‘남태령 대첩’ 이후 광장의 응원봉은 고립된 노동자의 투쟁, 장애인 이동권 문제, 성소수자 이슈 등 더 큰 응원이 필요한 현장으로 물결처럼 번져가고 있다.

음모론의 ‘망상 유니버스’에 빠져 관저투쟁에 돌입한 내란 피의자에 대한 체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여전히 내란 이전의 질서를 따르려는 반동적 세력들과 ‘내란 끝낸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역동적 시민의 움직임을 함께 쫓아봤다.

아울러 반동적 세력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분석해보고, 그들의 행태에 따라 한국 경제가 어떤 위기에 처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촛불을 들었던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한 가지 색깔로 물들었던 광장은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선 응원봉을 들며 다양해진 색상과 경로로 번져갔다. 응원봉을 든 이들은 각자 다르고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길 위에서는 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2024년 12월21일. 정운 작가 제공

촛불을 들었던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한 가지 색깔로 물들었던 광장은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선 응원봉을 들며 다양해진 색상과 경로로 번져갔다. 응원봉을 든 이들은 각자 다르고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길 위에서는 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2024년 12월21일. 정운 작가 제공


서울 광화문의 응원봉과 경광봉

 

서울 광화문광장이 반으로 갈라졌다. 응원봉과 경광봉이 한쪽씩을 차지했다. 세종대왕 동상을 기준으로 앞쪽(시청광장 방면)은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가, 뒤쪽(안국역 방면)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다. 2024년 12월28일 토요일 낮, 광장은 양쪽의 대치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란범 대통령 윤석열을 끌어내리라’는 광장의 외침은 이제 ‘응원봉 연대’라는 새로운 물결로 나아가고 있다. 내란범 단죄를 넘어 여성, 농민, 장애인, 하청 노동자 권익 보호로 사회운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반대급부로 윤석열의 지지자들 역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배신자들’을 솎아내고 보수신문 절독 운동까지 펼치며 집권세력 지지에 사활을 건다. 서로 다른 두 힘은 무엇을 위해, 또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나. 한겨레21이 광장의 발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보수 유튜브 등을 토대로 살펴봤다.

2024년 12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 동십자각 부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집회를 마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명동까지 행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24년 12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 동십자각 부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집회를 마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명동까지 행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마이크 잡은 광장의 약자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윤석열 퇴진 집회’의 열기는 꺼지지 않았다. 사회 곳곳의 소수자와 연대하는 투쟁으로 그 동력이 전환됐다. ‘남태령 대첩’은 그 시작점이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농업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2024년 12월21일,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행진하다가 서울 입구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막혔다. 대치가 길어지고 폭력 진압의 기미가 보이자 시민들이 대거 합류했다. 젊은 여성이 특히 많았다.

이들을 광장으로 모은 힘은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이다. “물대포 진압으로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을 생각했”고 “같은 경험을 한 여성으로서 농민이 무시당하고 외면당했던 서러움에 공감했”다(12월28일 ‘남태령 대첩을 함께 한 우리들의 집담회’ 중).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트랙터 창문을 깼다는 소식을 듣”고 “농민들이 남태령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는데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같은 의제 아래 모여서도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했다. ‘오픈 마이크’라 불리는 시민 무대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남태령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은 단상에 올라 자기 정체성과 지향하는 사회를 말했다. 3분 발언을 위해 3시간을 기다린 이민자 2세, 퀴어, 청소년, 여성의 이야기가 광장에 쏟아졌다.

연대 행렬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12월24일 서울 지하철 안국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에 2030 여성들을 주축으로 한 시민 200여 명이 합류했다. 그 결과 전장연 활동가들이 경찰 연행 없이 끝까지 시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정 후원도 이어졌다.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강인석 수석부지회장이 단식 농성 중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엔 투쟁 기금 후원이 쇄도했고, 모회사를 향해 복직 투쟁 중인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엔 생수와 먹을 것이 배달됐다. 12월27일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민주 없는 민주동덕’에도 시민들이 연합했다. 서울 4호선 지하철 혜화역 집회 장소 인근 도로에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참석자가 앉았다. 농민-여성-장애인-하청 노동자 등 윤석열 정권에서 탄압받았던 대표적 ‘약자’들이 연대의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전국농민총연맹 전봉준투쟁단 트랙터가 2024년 12월22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집회현장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농민총연맹 전봉준투쟁단 트랙터가 2024년 12월22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집회현장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분열 위기 넘은 약자들 진정성

 

각개전투 같던 싸움이 광장에서 뭉치자 참여자들은 고무됐다. “예전에 노동·퀴어·장애·기후 등 여러 집회를 느슨하게 오가면서도 제 자신이 각기 다른 자아로 찢어져 부유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어서 신기했어요. 사회운동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차에 무언가 새로운 길을 위한 작은 새싹이 돋아난 것 같았습니다.”(12월28일 ‘남태령 대첩을 함께 한 우리들의 집담회’ 중)

응원봉 집회도 항상 선전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충돌하며 갈등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2030 여성들의 도움을 받았던 남태령 대첩 직후 한 전국농민총연맹(전농) 회원이 동덕여대 시위를 폄하하는 글을 SNS에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대첩에 함께했던 몇몇은 실망감을 표출하며 전농에 해명을 요구했다. 분열의 위기였다.

이들을 다시 이어붙인 건 ‘사회 개혁’이라는 공통 의제였다. 전농은 12월26일 사과문을 올려 “전농은 농업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이들과 연대 투쟁하고 있다. 동덕여대 투쟁 또한 함께 세상을 바꾸는 투쟁 중 하나의 전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촌은 여전히 성별, 연령, 국적, 인종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전농 회원들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악폐습에 맞서 더욱 치열하게 싸우지 못한 지난날의 결과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평등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전 조직과 회원을 다잡는 계기로 삼겠다”고 썼다. 최근 광장에 모인 시민의 연대가 어느 한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받는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 글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서로를 다독이는 댓글도 달렸다. “각자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가자”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요구는 필요하다. 다만 사이버불링처럼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등이었다.

2025년 1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5년 1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좌익 시다바리” 화살 쏘는 극우

 

반면 대통령 윤석열의 지지자들은 ‘피아 식별’에 또렷한 초점을 맞췄다. 윤석열 탄핵 반대에 다른 목소리를 내면 국회의원이든 언론이든 단호히 배제했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절독 운동이 대표적이다. 장학일 자유마을 총재 등은 12월28일 광화문 집회에서 “조중동을 절독하자”고 외쳤다. 세 언론사가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정국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단 판단이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다문화비서관도 12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익 시다바리(거들어주는 사람) 언론, 조‧중‧동 사지도 보지도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지 세력은 윤석열 탄핵 찬성론자를 비난하는 가사를 담은 ‘배신자들’이라는 노래도 광화문 집회에서 틀었다. 첫 탄핵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등을 일일이 호명해 비난하는 노래다.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강력하게 결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2월29일 배승희 변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국민의힘, 싸울 의지 확고! 보수 결집 신호탄!!’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킨 정당에서 대선을 바로 하는데 (국민이) 그 당 후보를 찍어줍니까? ‘야 너네 찍어줘봤자 또 탄핵당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살기 위해서는 이 부당한 탄핵을 막아내는 데 우리가 온몸을 다 바쳐야 되는 게 먼저예요.” 그는 “중도라는 건 보수와 진보가 딱 뭉쳐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유능한가를 보고 움직이는 것”이라며 “우리 보수가 뿌리를 다 허물어버리고 좌파인 척한다고 중도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이 지지자 설득을 위해 소환하는 건 법조계 언어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다, 법률적으로 더 따져봐야 한다는 ‘쟁점’을 꾸준히 생산해낸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는 151명이 아닌 200명이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사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더라도 곧바로 처벌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등의 주장이 그 예다. 시민들이 쉬이 끼어들기 어려운 법률 해석 논쟁을 끝없이 펼치는 것이다.

 

‘내란범들’ 마이크 주는 언론

 

대통령 윤석열과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도 12월3일 이후 수차례 담화문과 변호인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 세력에 호소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었다”(12월12일 윤석열 대국민 담화)라거나 “비상계엄은 ‘정치 패악질’ 경종 울리고자 한 것”(12월26일 김용현 변호인 기자간담회) 등이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서 대국민 담화문을 내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질서에 부합하는가”라고 말했다.

이들 발언은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등이 모두 ‘여야의 극한 대치를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처’이자 ‘헌법에 부합하는 조처’였다는 주장이다. 명패는 ‘대국민’ 담화라고 달았지만 그 내용은 극우 지지자를 향한 호소이자 자기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내란 혐의자의 의도성 짙은 발언이 전국 각지로 전파될 수 있었던 건 언론 탓이 컸다. 이들 변호인의 기자회견을 언론은 매번 찾아가 속보로 기사화했다. 김용현의 변호인은 기자회견에서 문화방송(MBC)과 제이티비시(JTBC)를 배제하는 등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기자협회 등은 “내란범 스피커 되는 언론이 내란 공범”이라며 ‘다 같이 취재를 거부하자’는 성명을 냈지만 대다수 언론사는 취재를 강행했다. 그 결과 ‘김용현 ‘포고령 초안 내가 작성, 대통령은 일부 수정’’ ‘김용현측 ‘포고령 초안에 통행금지 포함…윤이 삭제 지시’’ 등 김용현 입장이 그대로 담긴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말로는 이들을 ‘내란 혐의자’로 칭하면서도 정작 이들에게서 마이크를 거두지 못하는 언론의 관성을 드러낸 것이다.

내란범의 원색적 호소에 지지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한청년자영업자연합 등 보수단체가 윤석열 담화문을 뽑아 길거리에 뿌리며 ‘윤석열 대통령 담화문 알리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이 12월28일 광화문 집회를 꽉 채웠다. 이날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든 손팻말은 ‘내란수괴 이재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윤석열과 권한대행 한덕수를 무리하게 몰아냈다, 이는 곧 선출된 권력을 흔드는 ‘내란’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최상목 빨리 헌법재판관 임명하라, 그렇지 않으면 따박따박 한 명씩 한 명씩 탄핵시켜버리겠다. (…) 이거야말로 이재명발 내란 행위가 아니냐…”(12월28일치 진성호방송 ‘긴급! 美국무부, 국방부 방금 최상목 대통령 대행 관련 충격 입장문! 이재명 큰일났다!’)

2024년 12월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들머리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고 쓰인 화환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4년 12월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들머리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고 쓰인 화환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재집권에 목매는 보수, 극단적 길로

 

이들은 애초 이 사태를 만든 ‘불법 계엄 선포’라는 사건은 거론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만 반민주적 행태로 부각한다. 그럼으로써 ‘계엄은 민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윤석열의 방어 논리가 한층 강화된다.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12월12일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담화를 발표하고, 12월14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이후 응원봉 집회는 연결과 연대로 진보하고 있는 반면 보수 정치는 내란마저 부정하는 극우 정치로 퇴행하고 있다.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썼던 ‘폭망’ ‘광란의 칼춤’ ‘반국가적 패악’이라던 선동은 이제 오염된 광장의 언어가 됐고, 내란에 동조했거나 최소한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방관했던 윤석열의 국무위원들이 노골적인 어깃장을 놓는 지지대가 됐다. 이에 대해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지금 보수는 근본적으로 사회 공동체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거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어떻게 다시 권력을 잡을 것이냐, 어떻게 해야 상대를 더 효율적으로 반대하며 기득권을 유지할 것이냐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의 보수 정치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든 박근혜가 국정농단을 하든 상관없는 그런 집단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그들도 내심으론 일련의 사태와 행위들이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생존하려면 극우화된 유권자층에 기대서라도 버티고, 그러다가 상대가 실책을 범하거나 인기가 떨어질 때쯤 ‘혁신쇼’ 같은 걸 통해서 재집권할 수 있다는 학습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효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결국 보수 궤멸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단일한 빛을 내던 촛불에서 형형색색 응원봉으로 진화한 광장의 역동성은 이번에야말로 끝내 반동적 보수 정치를 부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양쪽에서 끓어넘치는 광장에선 서로 다른 시간이 나란히 흘러가고 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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