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로 마감한 2026년 6월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6월18일, 코스피가 9천을 넘어섰다. 8천을 돌파한 지 불과 22거래일 만이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렸다. 많은 사람이 ‘코스피 9천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그 상승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주식시장 상승은 모두의 축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잔칫상 앞에 앉은 사람과 그 잔치를 창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다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투자자 중 상위 1%가 전체 주식 평가액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피가 두 배 오르면 그들의 자산은 두 배가 된다. 나머지 99%에게 코스피 9천은 뉴스 속 숫자일 뿐이다. 한국은행 조사에선 상위 10%가 전체 금융자산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그 상승은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
그 소외의 최전선에 청년세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호황과 주식시장 급성장이라는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특히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청년세대는 현시대에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고 짚었다. 정확한 진단이다. 청년들은 주거 비용으로 소득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남은 돈으로 주식을 살 여유가 없다. 자산을 만들 종잣돈 자체가 없는 세대에게, 코스피 9천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여기에 한 가지 구조적 현실을 더 짚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꾸준히 30%를 웃돈다. 코스피가 9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은 국내 투자자가 아닌 국외 기관과 외국인 주주에게 귀속된다. 9천을 돌파한 당일에도 외국인은 순매도였다. 올라가는 시장에서 물량을 털어내며 차익을 실현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성장해서 주가가 오르는데, 정작 그 과실은 국경을 넘어 빠져나간다. 우리 기업의 성장이 우리 국민의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코스피 9천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숫자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하위 20% 가구의 166배에 달한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이 격차는 자동으로 벌어진다. 지수 상승이 곧 불평등 심화의 엔진이 되는 구조다. 시장은 성장하는데, 그 성장이 오히려 사회를 갈라놓는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자본 시장의 역설이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 주가가 290만원을 넘어선 날,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의 통장 잔액은 얼마나 늘었는가?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과세를 해법으로 꺼내 든다. 금융투자소득세, 자본이득세, 대주주 양도세 강화. 이름은 달라도 논리는 같다. 많이 번 자에게 더 많이 걷고, 그 돈으로 격차를 좁히자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정의감이 있다. 도덕적 울림도 있다. 그러나 과세는 근본 해법이 아니다.
과세는 결국 재분배다. 있는 것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는 새로운 부를 만들지 못한다. 과세를 강화하면 자본은 이동한다. 세금이 낮은 곳으로 옮겨간다. 실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을 때,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이탈 우려가 제기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과세 강화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그 피해를 소액 투자자가 먼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부유한 투자자는 세무사를 고용해 절세하고, 소액 투자자만 실질적으로 세 부담을 진다. 역사는 반복적으로 이 한계를 보여줬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과세는 양극화의 결과를 건드릴 뿐, 원인을 고치지 않는다. 주식시장 성장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격차는 세금을 걷어도 되살아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빼앗는 것이 아니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한겨레의 ‘반도체발 격차 사회’ 기획 시리즈에 삽입된 그래픽.
1950년대 미국, 한 변호사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왜 자본의 이익은 자본을 가진 사람만 누려야 하는가?” 루이스 켈소의 질문이었다. 그는 자본주의의 심층 모순을 직시했다. 노동자는 일해서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자본 이익, 즉 주식 배당과 주가 상승의 과실은 주주에게만 돌아간다. 노동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기업의 주주가 아닌 한, 성장의 열매를 나눠 받지 못한다. 켈소는 이 문제를 과세로 풀려 하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가 직접 주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자기 돈을 쪼개 주식을 사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본 참여자가 되는 구조를 설계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바로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다. 기업은 신주를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을 ESOP 신탁에 배정한다. 노동자는 별도의 초기 비용 없이 이 신탁을 통해 회사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기업이 성장하면 주식 가치가 오르고, 노동자는 그 이익을 배당과 매각을 통해 실현한다. 더 이상 임금만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가 자본가가 된다. 켈소는 이것을 ‘이중 소득 경제’(Two-Factor Economy)라 불렀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동시에 얻는 사회. 누구나 일하면서 동시에 자본의 주인이 되는 사회. 그것이 그의 꿈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1974년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 제정과 함께 ESOP가 법제화되면서 제도화됐다. 그 뒤 미국 역대 정부는 당파를 초월해 이 제도를 지지했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ESOP 확대에 손을 들었다. 자본 참여의 확대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6500개의 ESOP 기업이 있으며, 약 1400만 명의 노동자가 이 제도에 등록돼 자산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ESOP 기업의 노동자는 비ESOP 기업 노동자보다 퇴직 자산이 평균 2.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켈소의 이상은 현실이 되었다. 그 현실은 숫자로 증명됐다.
한국에서도 이 길은 가능하다. 한국형 ESOP는 이미 존재한다. 우리사주제도가 그것이다. 상장기업의 노동자가 자사 주식을 우선 배정받고, 세제 혜택을 통해 주식을 취득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은 미흡하다. 주식 취득에 필요한 자금을 노동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고, 중소기업과 비상장 기업은 실질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고용노동부 자료 기준, 우리사주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상장기업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제도는 있지만 혜택은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제도가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코스피 9천 시대,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첫째, 기업이 성과를 낼 때 주식으로 그 성과를 나누는 구조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성과급을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대신, 일부를 주식이나 주식매입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290만원을 넘어서는 동안, 그 회사에서 일한 직원들이 주식으로 그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비상장기업도 우리사주제도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행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국민 자산 참여 펀드를 더 적극적으로 확대 설계해야 한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석유 수입을 국민 전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약 3250조원 규모의 이 펀드는 전세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며, 그 수익은 노르웨이 국민 모두에게 귀속된다. 우리도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을 더 직접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자산 형성과 연결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단순히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수단을 넘어, 국민 모두가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공동 투자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국민 모두의 자산이 함께 불어나는 구조. 그것이 진짜 주식 대중화다.
셋째, 청년에게 자본시장의 입장권을 줘야 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적했듯,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없는 세대가 청년이다. 주거 비용이 소득을 잠식하는 구조에서 투자 여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위한 종잣돈 지원, 청년 전용 주식 매칭 적립 제도, 창업 초기 단계부터 지분 설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청년이 노동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구조를 깨지 않으면, 자산 양극화는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된다. 코스피 9천의 혜택이 청년에게도 닿아야 한다.
넷째, 소액주주의 권리를 실질화해야 한다. 주식을 가져도 의결권이 형식에 그친다면, 자본 참여는 이름뿐이다. 주식증서는 있지만 권리는 없는 것과 같다. 한국의 주주총회 참여율은 여전히 낮고, 소액주주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극히 어렵다. 전자 주주총회 활성화, 소액주주 대표 소송 간소화, 배당 문화 정착을 통해 주주가 되는 것이 실질적인 권리 획득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주식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오르내리는 화면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코스피 9천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기업들이 만들어낸 집단적 성취의 표현이다. 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노동자, 새벽까지 연구개발에 매달린 엔지니어. 그들의 땀이 쌓여 지수가 오른다.
자산 양극화는 운명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부유해지는 사회, 주가 상승이 소수의 축제가 아닌 모두의 잔치가 되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과세가 아니라 참여다.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지는 것이다. 투자는 특권이 아닌 권리여야 한다. 코스피 9천 시대, 우리 모두가—청년도, 노동자도, 협력업체 직원도— 함께 그 숫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소수의 성취보다 다수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투자와 경제를 이야기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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