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윤석열)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에 하나 이 사건 탄핵 심판 청구가 기각돼 피청구인이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다면 과연 피청구인이 어떤 위헌적인 행위를 할지 전혀 예측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만일 피청구인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이를 본보기로 삼은 미래의 독재자를 키워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국회 쪽 김진한 변호사)
2025년 1월16일 헌법재판소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쪽과 탄핵소추된 대통령 윤석열 쪽 대리인단이 각각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과 합헌성을 주장했다. 국회 쪽은 ‘헌정 질서’에 초점을 맞춰 윤석열의 행위를 규정한 반면, 윤석열 쪽은 사실상 지난 2년 간의 국정 전체로 변론 주제를 무한히 확대했다. 양쪽의 논리 전개 양상을 한겨레21이 간단히 정리했다.
국회 쪽 대리인단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구체적으로 헌정 질서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그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날 조목조목 밝혔다. 파면을 요구하는 까닭은 소위 ‘여야 정쟁’과는 거리가 먼, ‘민주공화국 보호’에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진한 변호사는 “국가 권력은 내재적으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친 싸움과 갈등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깨닫고 만들어낸 것이 헌법과 권력 통제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권력을 한 국가 기관에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기관에 배분해 서로 견제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톱니바퀴가 바로 헌정 질서고 이를 파괴하는 행위가 국헌 문란 행위”라고 짚었다. 윤석열이 군을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려 한 것은 국가 권력 견제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는 민주주의 상처를 치유하고 법치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상처 입은 헌정 질서를 정상으로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등장한 단어는 ‘헌법’(77차례), ‘민주’(23차례), ‘헌정’(10차례) 등이었다. 탄핵소추안에 자주 등장했던 ‘내란’이라는 단어는 ‘내란의 밤’ 등 표현에만 쓰였다. 내란죄 등 형법 위반 행위는 형법재판에 맡기고 헌법재판소에선 헌법 위반 행위를 다루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논리 전개는 다음과 같았다. 윤석열은 △‘전시·사변’이라는 비상계엄의 목적을 어겼고 △국회 통보 누락 등 비상계엄의 절차도 어겼다. 특히 군 병력 국회 투입·국회 활동 금지·선거관리위원회 인사 구금·계엄 포고령 선포·법관들에 대한 체포 구금 지시 행위 등 5가지를 ‘국헌 문란 행위’로 규정했다.
반면 윤석열 쪽 대리인단은 계엄의 영향력은 축소하고 계엄의 필요성은 극대화하는 논리를 펼쳤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정당성을 강변하려는 취지다. 예를 들어 배진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이런 계엄은 없었다. 국회의원 단 한 명도 체포된 적 없고 유혈사태 한 번 나지 않고 국가에 어떠한 피해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은 평화적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을 부수고라도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등 윤석열이 국회를 장악하려 했던 정황은 쏙 뺐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었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의 진술을 ‘조작’이라고 폄훼했다. “너무 그분들(군 장성)의 진술이 일치되기 때문에 어떤 시나리오에 맞춰가지고… 군인들은 제일 두려워하는 게 연금이 사라지는 거다라고 그렇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이건 제 추측이기 때문에 제가 감히 팩트라고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계엄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덴 부정선거 음모론과 야당 책임론이 동원됐다. 배진한 변호사는 ‘한국 전자투표기 논란’ 등 이미 거짓으로 밝혀진 부정선거 괴담을 1시간가량 읊으며 “우연도 여러 번 겹치면 필연이 되지 않겠느냐”, “그게 팩트이든 아니든 그런 정도의 의혹이 발생하고 있다” 등의 추측성 발언을 이어갔다. 또 야당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해 헌정질서와 무관한 주제도 대거 꺼내놓았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탈원전, 중국산 태양광 등이다.
배진한 변호사는 “우리가 가장 경쟁력 있는 원전이, 원전 국가에서 최우선적으로 치는 우리 원전을 갖다가 전 정권에서 마비시키고 중국 태양광들을 갖다 도입했다. 우리나라 전체 국토가 중국 태양광으로 바뀌었다”거나 “후쿠시마로 인해 우리는 다 핵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이) 강력히 주장해서” 등의 발언을 늘어놓았다.
계엄 정당성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삼권 분립을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조대현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여부는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국가 비상사태인지 여부,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 계엄이 필요한지 여부, 이건 국가 원수로서 모든 정보를 가장 잘 아는 대통령이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국회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심판할 방법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했다. 계엄 선포의 적절성 판단은 오직 대통령만 할 수 있고 다른 국가기관의 심의·견제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변론 과정에서 ‘거대야당’이라는 표현을 15차례, ‘중국’을 27차례, ‘북한’(‘종북’ 포함)을 26차례 사용했다. ‘헌법’(19차례), ‘헌정’(2차례)보다 월등히 많다. 논리 전개는 △한 번 부결된 탄핵소추안을 다시 부의한 건 무효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면 204명 정족수는 무효 △비상계엄 선포의 적정성은 비상대권을 가진 대통령이 판단 △계엄으로 헌정 질서 훼손 없는데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 순이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