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월3일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한달 여만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 4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2024년 12월3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이순형 영장전담 판사)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자’ 윤석열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체포영장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음을 보여준다. 체포영장을 청구하며 공수처는 윤석열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영장 없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시도한 점에서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며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윤석열 쪽은 공수처는 내란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어 영장 청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공수처의 주장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석열의 행위를 내란으로 볼 정황이 충분하니 신병을 확보하는 수사를 통해 범죄를 증명하라고 판단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은 대통령의 형사소추를 엄격히 제한한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비상계엄 선포 행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더욱이 법원은 윤석열의 주장을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체포영장과 함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상황이 이를 보여준다. 체포영장에는 이례적으로 ‘형사소송법 제110조·제111조 적용의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함께 기재됐다. 형사소송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제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경호처가 경호처법을 근거로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집행을 막아서지 못하도록 법원이 선제 조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 발부 직후 기자들과 만난 오동운 공수처장은 대통령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권리행사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바리케이드나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은 공무집행방해로 보겠다”고 말했다.
예외 조항까지 적시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영장 발부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만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짤막한 입장을 남겼다. 법원의 판단이 끝났음에도 윤석열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발부의 위헌성과 위법성을 다투겠다’는 불성실하고 무용한 입장만 내놓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에서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체포 대상자가 된 상황에 어떤 심경을 밝힐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2025년 1월1일 밤,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갑자기 들끓었다. 한 장의 편지 때문이었다. 윤석열은 이날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시위대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으로 시작하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프린트된 편지였지만, 서명은 직접 했다. 편지는 윤석열의 대변인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에 의해 집회 진행자에게 전달됐다. 직무는 정지됐지만 신분은 유지되고 있는 대통령이 새해 첫날 온 국민이 아닌 극렬 지지자들에게만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으로 점철된 한 달이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극우 시위대와 그 추종 세력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다. 관저에 고립된 신세라 정무적 논의를 할 대상이 마땅치 않고, 본인의 신상과 관련한 내용임을 고려하면 윤석열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봐야 할 텐데, 그 내면은 여전히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이 준동한 결과 자신이 체포되기 직전에까지 이르렀다는 망상적 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보수의 언어에서 ‘반국가세력’은 통상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의미해왔다. ‘반대자=민주당=주사파=반국가세력’의 도식은 윤석열이 꽤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논리 흐름이다. 하지만 주권침탈세력이란 말은 조금 낯설다. 광장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랫말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헌법 제1조 2항의 내용이다. 그 앞의 헌법 문장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저지른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 주권에 도전한 그의 행위가 바로 국헌문란이다. 대다수 국민과 그의 탄핵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과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일치된 판단이다.
그런데 왜 윤석열은 주권침탈세력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극렬 지지자들에게만 발신한 것일까. 지금 윤석열은 자신에게 있던 주권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동조한 일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의해 침탈된 것이란 주장을 하는 셈이다. 자신에 대한 체포는 이 행위의 정점이라는 선동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이런 주권침탈세력에 맞서 애국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한 것이다. 메시지가 발신되고 수신된 형식을 고려하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 있거나 모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 격렬한 선동문을 내놓은 것이다.
이후 나온 윤석열 변호인의 입장을 보면 이들의 실제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 변호인은 ‘영장 집행을 경찰기동대가 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만일 경찰기동대가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혼잡경비활동을 넘어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 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호처는 그렇다 치더라도 영장 집행에 동원된 경찰기동대를 체포할 수 있는 시민은 누구인가. 저 입장대로라면 윤석열은 관저 앞 극우 시위대를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으로 호명하며 자신을 보위하는 사병이 되어 체포를 막아달라 주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쪽의 이런 인식은 법적으로 정확히 내란 선동에 해당한다. 내란을 일으키고 이어 재차 또 다른 내란을 선동하는 것이다. 내란의 법적 정의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을 상대로 적법한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과 싸우라고 선동하고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2024년 12월4일 광장에 울려퍼진 구호다. 12월3일 비상계엄 선언과 해제 이후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그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법의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시민의 각성보다 훨씬 더디고, 내란범의 최후 저항은 망상 속에서 여전히 악독하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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