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기후 악당 포스코… 마을 뒤덮는 분진, 질병 앓는 주민들

2023년 11월10일 인도네시아 반텐주 칠레곤시 테갈라투 마을 주민이 자신의 집에 쌓인 검은색 분진을 손에 묻혀 보여주고 있다. AEER 제공
“2010년대 초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포함해 다른 공장들이 지어지기 전까지 분진과 소음, 냄새 등 피해를 겪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이후부터는 이런 피해를 직접적으로 느끼며 살고 있어요. 반짝이는 철가루 먼지 때문에 빨래도 바깥에 한두 시간밖에 못 널어둬요. 그동안 데모 등을 통해 항의도 했지만 아무런 개선 조치가 없자 이젠 주민들도 지친 것 같아요. 예전처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어요.”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100㎞ 거리에 있는 반텐주 칠레곤시 테갈라투 마을에 사는 디안 레스타리(48·가명)가 2026년 7월27일 한겨레21과 한 화상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제철소와 석유화학시설 등이 모여 있는 산업도시인 칠레곤시에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 크라카타우스틸이 세운 합작법인이다.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이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지만, 경영권은 포스코가 행사한다. 2014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연간 300만t 규모의 철강을 생산한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쇳물을 만드는 ‘제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철판을 만드는 ‘압연’의 3대 핵심 단계를 처리하는 종합 제철소를 일컫는 일관제철소다. 탄소집약적 제철 방식인 고로(BF·석탄을 태워 고온으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전로(BOF·고로에서 나온 뜨거운 쇳물에 남은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설비) 공정과 200메가와트(㎿) 규모의 자가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철강을 생산해 지역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인도네시아의 도시·산업 개발로 피해를 보는 지역민들의 권리 보장 활동을 하는 환경단체 ‘왈히 자카르타’(WALHI Jakarta), 경제·사회정의 이슈를 다루는 연구기관인 ‘경제법연구센터’(CELIOS) 등은 포스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보고 “포스코가 OECD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예방과 구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국 국가연락사무소(NCP)에 2026년 8월 초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OECD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국외 사업장에서도 인권·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파악해 예방하고 구제하도록 정한 국제 규범이다.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될 때 각 국가의 NCP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NCP가 당사자 간 대화와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한다. 한국 NCP는 산업통상부에 설치돼 있고,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검토를 거쳐 기업과 신청인 사이의 대화·조정을 주선하고 결과를 담은 최종 성명을 공개한다. 제재 권한은 없지만 정부 판단이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
이 단체들은 포스코가 크라카타우포스코 운영에서 △심각한 대기오염과 분진 배출을 통해 지역사회에 부정적 환경 영향을 끼치고 △이 분진과 연기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 지역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으며 △탄소중립 계획에서 국외 사업을 제외하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단체들의 주장처럼 칠레곤시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왈히 자카르타와 인도네시아 환경법정책센터(ICEL)가 2025년 9월 발표한 ‘칠레곤 지역 철강산업의 영향과 기후 취약성’ 보고서를 보면, 2025년 1월30일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로부터 약 1.5㎞ 떨어진, 레스타리가 사는 테갈라투 마을(인구 약 1만2천 명)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농도는 각각 276㎍/㎥, 352㎍/㎥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24시간 권고 기준보다 각각 약 18배, 8배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런 내용은 2026년 6월 발간된 ‘2025 포스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국외 일관제철소에서 먼지(Dust) 배출이 2024년 1668t에서 2025년 3670t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25년 기준 포스코의 국외 일관제철소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전기로’로 ‘고로-전로’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음) 두 곳만 있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배출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김민 빅웨이브 상임공동대표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대기오염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6년 7월27일 인도네시아 반텐주 칠레곤시 테갈라투 마을에 있는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디안 레스타리(가명) 제공
특히 제철 공정은 석탄(코크스)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이산화황·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배출된다. 이런 오염물질은 천식이나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질환과 피부질환 등을 일으켜 제철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인 ‘생태행동과 민중해방’(AEER)이 테갈라투 마을 주민 94명을 설문조사해 2025년 10월 발표한 ‘탈탄소화 시대 철강산업이 공중보건과 사회적 여건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기침·독감·콧물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78명이었고, 가려움증·피부 알레르기 경험이 41명, 감기와 호흡곤란 경험이 각각 30명과 11명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이 보고서에서 한 응답자는 “나는 가끔 기침, 콧물, 가려움증이 있다. 가족 중 아이들은 목이 아픈 경우가 많다. (테갈라투 지역에 많은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대기질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는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직접 2024년 인근 쿠방사리 마을(제철소에서 약 1㎞ 거리)과 테갈라투 마을 주민 등 약 100명에게 실시한 건강문제 설문조사 내용도 일부 담겨 있다. 그 결과를 보면, 94명(95.9%)이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43명(43.4%)이 호흡기질환, 25명(25.2%)이 호흡곤란, 23명(23.2%)이 기침·메스꺼움·근육통·눈따가움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인도네시아 통계청 칠레곤지청의 ‘칠레곤시 10대 다발 질환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상기도 급성 감염(코·목·인두 등에 나타나는 염증)이 4만1779건(1위), 감기 9766건(4위), 피부염 9450건(5위), 급성 인두염 8237건(6위) 등으로 호흡기질환과 피부질환이 많았다.
칠레곤시 주민이자 철강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하는 조사팀의 일원인 이리나 위자야(28·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검은 분진 문제는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불거졌어요. 2018년 3월 크라카타우포스코 인근 주민들은 집을 뒤덮는 미세 철 분진 문제를 제기하며 건강 이상, 눈 자극, 피부 가려움, 특히 아이들의 호흡기 문제를 호소했어요. 2019년에도 사망라야(제철소에서 약 2㎞ 거리) 마을에 짙은 먼지가 퍼지면서 한 명이 실신하고 수십 명이 호흡곤란을 겪었고요. 2023년 10월에 같은 분진 문제가 불거져 쿠방사리 마을 주민들이 칠레곤 시의회에 공식 민원도 제기했어요. 2025년 1월에도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성 분진(현지에서는 ‘멜렐라’라고 부름)이 쿠방사리, 사망라야, 테갈라투 마을 등 수백 가구에 내려앉았어요. 주민들은 피부 가려움, 빨래 오염, 침실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먼지 피해를 호소했고, 지역 의회 의원들은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공감 부재와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어요. 이렇게 같은 피해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실효적인 책임 규명이나 의미 있는 개선은 없는 상황이에요.”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크라카타우포스코에 제2고로를 증설할 계획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2년 7월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당시 대통령과 바흘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 실미 카림 크라카타우스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크라카타우스틸과 크라카타우포스코에 제2고로 신설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2026년 4월 포스코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약 40억달러 규모의 크라카타우포스코 2단계 확장 프로젝트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구체적인 투자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2고로가 신설되면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앞으로 수십 년간 탄소집약적 생산 경로에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생태행동과 민중해방’은 “2단계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제조업 부문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 중 하나로 더욱 공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가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서 국외 사업장을 제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의 탈탄소 이행 계획에서 제시된 탄소배출 기준선이 2017~2019년 포스코 국내 사업장의 평균 총배출량만을 기반으로 설정됐고,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포함한 국외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장별 감축 목표, 전환 일정 등 구체적인 이행 조처가 수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2024년 기준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고배출 산업이다. 조강 1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철강 생산 방식인 ‘석탄 고로-전로’(BF-BOF)가 2.34t으로 다른 방식들(‘스크랩(고철)-전기로’(EAF) 0.69t, ‘천연가스 직접환원-전기로’(DRI-EAF) 1.47t)에 견줘 가장 많다. 김민 상임공동대표는 “빅웨이브는 포스코에 국외 사업에 대한 배출 감축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두 차례 발송했는데, 포스코는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제조 공정에서 탄소감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며 “2023년에는 ‘국외 사업에 대한 탄소감축 계획을 수립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 했고, 2024년에도 ‘(해당 계획을) 지체 없이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현재 이의신청 제기 시점까지 3년 이상 관련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공동대표는 포스코가 “국내에서는 석탄 고로 중심의 생산 공정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수소환원제철과 최신식 전기로 신설 추진 등을 통해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지만,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외국에서는 탈탄소 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감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인도네시아 같은 국외 제철소에서 배출량이 늘어난다면 결국 전체 배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사업장의 환경오염을 외부화하는 ‘탄소누출’과 ‘그린워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23년 11월10일 테갈라투 마을 주민이 집으로 날아든 검정 분진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AEER 제공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비산먼지 개선을 위해 조업 관리를 한층 엄격하게 통제하고, 사업장 안팎의 살수·청소차 운영을 확대하는 등 비산먼지를 억제하는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포스코에서 활용 중인 비산먼지 억제 기술을 접목하고 현지 주민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서 국외 사업장이 제외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탈탄소 로드맵은 국내 사업장뿐 아니라 국외 법인에도 동일한 방향성이 적용되지만 수소환원제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국가 차원의 실증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현재는 국내에서 우선적으로 기술 실증과 상용화 역량을 확보하는 단계에 있다”며 “국외 사업장에서도 현지 여건을 고려해 최적의 환경 관리를 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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