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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빠한테 전화왔죠?’ 김 여사 음성, 나도 들었다”

강혜경씨 국감 증언 이어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도 증언 “김영선 전 의원 사무실에서 들어…명태균, 녹취 가지고 있을 것”
등록 2024-10-26 13:10 수정 2024-11-04 20:09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024년 10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024년 10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음성을 스피커폰으로 튼 적이 있습니까?”(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네.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였습니다.”(강혜경씨)

“그 오빠는 누굴 지칭하는 겁니까.”(정 위원장)

“윤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강씨)

2024년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이날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 공천을 논의한 정황을 보여주는 통화 음성을 여러 번 들었다는 강혜경씨의 증언이 나왔다.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다. 강씨는 명씨가 김 여사와 저 통화를 한 게 2022년 6월1일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직후였고, 통화 음성을 들려준 건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라며 김 여사가 “잘될 거”라고 말한 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강혜경 “명태균, 여론조사 공로로 ‘의원님’ 공천”

명씨는 이 통화 음성의 존재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음성을 들은 또 다른 인물을 한겨레21이 확인했다.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김태열씨다. 김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나도 (그 음성을) 들었다. 장소는 김 전 의원 사무실이었다. 그때 직원들은 그 음성을 모두 들었을 거다. 명씨는 그 음성은 세상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녹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명씨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김건희 여사를 통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으로 대신 받아왔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런 의혹들이 보도로 나오자 명씨는 김 여사와의 관계에 대해 크게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본인이 여론조사 조작을 했다거나 ‘뒷돈’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명씨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까. 한겨레21은 명씨와 강씨, 김 전 의원과 강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과 더불어 2024년 10월22일 김태열씨와 강씨의 증언을 통해 명씨가 그간 해왔던 발언의 진위를 따져봤다.

시작은 여론조사, 그리고 돈이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까지 진행한 여론조사는 공표되지 않은 것까지 총 81회다. 여기엔 총 3억7520만원의 돈이 들었다. 이 가운데 1억2천만원은 지방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자 2명(ㄱ·ㄴ씨)으로부터 충당했다. 명씨는 이들을 “독립자금 후원자”라며 여권 내 여러 유력 정치인에게 소개했다. 두 사람은 명씨가 정치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들도 공천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각각 6천만원씩 선뜻 1억2천만원을 건넨 이유였다. 이 공천 거래는 김씨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ㄱ씨와 ㄴ씨가 (1억2천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요구하길래 명씨가 웃으면서 ‘공천 대가라고 적어주면 되냐’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은 실패했고 명씨는 상환 독촉에 시달렸다. 명씨가 돈을 구하기 위해 찾은 곳은 김 여사가 있는 서울이었다. “본부장(명씨)이 김 여사한테 돈을 받아오겠다고 청구서 만들라고 해서 만들어줬어요. ‘돈 받아올게’ 하고 서울 가셨거든요. 그 뒤론 말씀이 없으셨어요.”(2023년 5월23일 김 전 의원과 한 통화에서 강씨의 발언) 그런데 명씨가 가져온 것은 돈이 아닌 김 전 의원의 공천이었다. 같은 통화에서 강씨는 “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의원(김영선)님 당선되고 나서 (명태균이) ‘내가 대선 여론조사하고 그 공로로 의원님이 공천을 받아 왔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후보로 이례적으로 단수 공천돼 무난하게 당선됐다.

경남 창원시의 ‘미래한국연구소’ 건물. 곽진산 기자

경남 창원시의 ‘미래한국연구소’ 건물. 곽진산 기자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 덕’ 인정 

김 전 의원이 이를 시인하는 녹취도 확인된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5월2일 강씨와 통화하면서 강씨가 ‘본부장(명태균)이 의원(김영선)님 공천을 받아 왔다고 말한다’는 말에 “내가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긴 했다”고 말했다. 또 3주 뒤인 5월23일 강씨와 한 통화에서도 김 전 의원은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 득(덕)을 봤잖아”라며 “덕을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라고 했다.

명씨의 ‘덕’을 인정한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세비(선거비 보전) 일부를 명씨에게 보냈다. 강씨는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공천으로 받아 왔다는 사실과 함께 김 전 의원 세비 9600만원을 명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돈을 다 받지 못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조처를 하면서 둘 사이가 벌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명씨는 “김영선이 내게 돈을 빚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2024년 4월 총선에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못 받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김 전 의원은 공천 배제됐다.

이런 상황들이 강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 국정감사 증언들로 공개되자 명씨는 여러 말로 상황을 둘러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미래한국연구소와의 연결성이다. 앞서 명씨는 한겨레21 취재진에 “미래한국연구소는 나랑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21 취재 등으로 미래한국연구소의 후보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명씨가 강씨에게 결과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여럿 드러나자,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어하고자 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 등기에는 명씨 이름이 없다. 서류상 회사 소유주는 소장인 김씨다. 그러나 소장인 김씨의 말은 명씨와 배치된다. 자신은 명씨의 지시로 돈을 가져오는 ‘수금책’ 역할만 했고, 회사 내 사정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씨는 김 전 의원이 선거를 치르기 위해 위장으로 회사 대표를 맡게 됐고, 운영과 폐업 과정 전반도 명씨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들이 권력 놀음하다 배탈난 것”

또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월급 외에 별도의 돈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명씨는 개인 사채이자 2건(월 70만원, 80만원가량), 거주하는 아파트 월세, 본인과 아이들 휴대전화 비용까지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받아갔다. 월급 외 가져간 돈만 1억이 넘는다”고 말했다.

“채무 관계는 다 제 이름으로 돼 있죠. 그러고 회사(미래한국연구소) 폐업하고 나한테 1400만원이나 압류돼 있습니다. 노가다 뛰고 있어요. 지들이 권력 놀음하다가 배탈이 난 거겠죠. 연관된 사람들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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