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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혜경 “명태균, 용산 지시 받아 ‘비선 여의도연구원’ 구상”

한겨레21 단독 인터뷰서 밝혀 “명태균, 취임 뒤에도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등록 2024-11-04 19:44 수정 2024-11-04 20:19
강혜경씨가 지난 1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근처 한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혜경씨가 지난 1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근처 한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께 ‘용산’의 지시를 받아 자체 조사로 여론 동향 등을 파악해 보고하는 ‘비선 여의도연구원’을 구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와 정책개발 업무를 하듯이, 용산 직속의 비선 조직을 만들어 이런 업무를 담당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2024년 11월1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근처 한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께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윽박지르는 통화가 있었던 배경을 두고 “명씨는 여의도연구원처럼 자체 조사를 해서 용산 내부 보고용 조사를 하는 용산만의 싱크탱크나 연구소처럼 기능을 해보려고 한 것”이라며 “명씨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통화하고 김 여사와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씨는 같은 시기 명씨가 자신에게 “용산에서 하는 정기 여론조사를 수주할 것”이라며 “용산에서 정기적으로 발주를 줄 것인데, 이는 여의도연구원처럼 참고용 자체조사를 하는 것으로, 정치사회 관련한 용역이라서 받는 것도 문제없고, 만드는 데도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 10월31일 공개한 명씨와 김 전 의원의 2022년 6월께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래요?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지시)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며 김 전 의원을 윽박질렀다.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서 여론 동향 파악을 위한 ‘비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부탁받아 왔는데, 김 전 의원이 이와 다른 의견을 내면서 명씨가 김 전 의원을 윽박지르는 통화를 한 것이라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의 설명에 의하면, 용산만을 위해 여론 동향을 조사하는 ‘비선 여의도연구원’을 만들려고 했던 명씨와 달리 김 전 의원은 경남 창원에 본점이 있는 미래한국연구소를 서울로 확장해 용산은 물론이거니와 언론사 등으로부터도 공표 가능한 여론조사를 수주하는 정식 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이를 위해 명씨와 상의 없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미래한국연구소 지점을 이런 구상의 전진 기지로 운영하려고 했고, 이에 명씨가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이런 구상은 용산 쪽으로부터도 거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당시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오늘 전화해서 윤석열이 뭐라 카는지 압니까, 내한테? 시키면 왜 시키는 대로 안 합니까 자꾸? 본인 생각이 왜 필요해요”라며 “내가 그러면 그 앉아갖고 그 언론사 해갖고 요리조리 해갖고 언론사 장사, 장사 해무까예? 예? 그럼 김건희하고 대통령이 내보고 뭐라 카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명씨는 아울러 “내가 대통령한테 대통령이 됐는데 당신은 정권 교체에 의해서 여론이 적으니까 그냥 이해하고 그래 하고 이러까예”라며 “청와대(용산)에서 지역 조사하는 거 에이알에스(ARS·자동응답방식) 돌리는 거 그거 받아야지예. 내가 이문을 남거나, 돈을 벌거나,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대표님하고는 아무도 공천 못 받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명씨가 미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정권 초기부터 낮았던 윤 대통령 지지율을 보정해 보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그 대가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오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용산과 명씨 사이 이런 교감이 사실로 드러나면, 윤 대통령의 위법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여론조사 때 비선 조직을 활용해 비용을 지출했다면 목적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취임 이후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론조사를 해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공천권 같은 대가를 제공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명백하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고,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인 신인규 변호사는 “구체적인 행위의 정도를 살펴봐야겠지만,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면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그리고 대가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육성 파일을 조작으로 몰면서 ‘경선 무렵 관계를 끊었다가 오랜만에 축하 전화를 받은 것’이라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해명이 거짓으로 들통났다”며 “대선을 거치며 미공표 여론조사의 힘을 확인한 윤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비선인 명씨를 통해 지지율 등 민심을 조작하려 한 것 아닌지 특검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은 2024년 11월3일 이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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