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한테도 땅을 사라고 권유했다. 저한테도 땅을 사라고 했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2024년 10월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명태균씨가 경남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신규 창원산단) 후보지 선정에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겨레21의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이 김영선 전 의원실에 머물면서 신규 창원산단 부지가 발표되기 넉 달 전부터 창원시 고위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았고, 심지어 부지를 최초 제안했으며, 부지가 중간에 변경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의 증언처럼, 명씨는 이 과정에서 주변인들에게 신규 창원산단 주변 땅 매입을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은 이 가운데 명씨와 사업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비서 출신인 강아무개씨가 신규 창원산단 발표 직전과 직후 부지 인근에 8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8965㎡(약 2700평) 규모의 땅을 구매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강씨는 신규 창원산단 발표 두 달 전인 2023년 1월24일 창원 의창군 동읍 화양리에 있는 72㎡ 크기의 건물을 샀다. 강씨는 2024년 7월 해당 건물을 사업지로 한 ‘매ㅇㅇ디엔씨’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업체를 차렸다. 한겨레21이 확인한 해당 업체의 등기부상 업태는 ‘부동산 임대업, 개발 및 분양업, 개발 관련 컨설팅업’ 등이다. 강씨는 2015년께 명씨에게 부산대 총동문회 졸업생 명부를 의뢰했던 것으로 인연을 맺어,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는 명씨와 함께 신규 창원산단 예정부지의 땅과 건물을 보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건물에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집기류가 한동안 보관돼 있던 사실이 한겨레21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명씨와 강씨가 함께 신규 창원산단과 관련한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씨는 이에 대해 “회사 부지와 사무용 부지를 위한 사업용 땅을 산 것일 뿐, 창원국가산단과는 상관없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화양아이시(IC) 사업을 진행하고자 구매했다”며 “명씨와는 2015년 동문회 사업으로 알게 된 사이여서 짐을 맡아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거짓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강씨가 신규 창원산단 인근에 산 땅은 두 필지다. 하나는 윤석열 정부가 신규 창원산단 선정을 발표하기 두 달 전인 2023년 1월27일 5700만원을 주고 매매한 창원시 의창구 동읍 석산리에 있는 605㎡ 필지다. 이 필지는 용도가 농림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산림 보존을 위해 정부가 개발을 묶어둔 땅이다. 대부분 개발은 제한되고, 농·어업인을 위한 단독주택 등 일부 건물 건축만 한정적으로 허용된다. 개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민간인이 농림 지역 조건이 풀릴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예상하지 않는 이상 거의 구매하지 않는 땅으로 본다. 이 때문에 토지 가격 자체는 낮은 편이고, 산단 부지를 정할 때도 낮은 비용 때문에 농림 지역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산단 부지가 들어서면서 농림 지역이 해제되면 상당히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두 번째 땅 8360㎡ 필지 역시 석산리에 앞서 산 605㎡ 필지와 이어져 있는 땅으로 강씨가 주택 판매사인 ‘디엔씨○○○○○’이라는 업체(2023년 3월 설립)와 각각 30%, 70% 지분을 나눠 2023년 3월31일 7억9300만원을 내고 매매했다. ‘디엔씨○○○○○’은 강씨가 설립한 회사는 아니지만, 강씨가 설립한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매ㅇㅇ디엔씨’의 한 임원이 이 업체의 감사로 등록돼 있다. ‘디엔씨’라는 이름도 겹친다. 이 때문에 강씨와 특수 관계인의 회사로 추정된다.
이 두 번째 땅은 농림 지역보다는 개발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준보전산지다. 이 땅은 이미 개발이 이뤄진 구역이 인접해 있어서 관리 지역이긴 하나 실제로는 더는 보호하기 어려운 지역에 주로 지정된다. 이 때문에 신규 창원산단이 들어서면 주택을 지어 공급해볼 수 있는 땅이다. 감정평가사 ㄱ씨는 “주택지는 언덕이 있는 임야를 사는 게 좋은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두 번째 땅에는) 충분히 주택을 지어 분양할 순 있다”며 “(두 번째 땅은) 평당 30만원 선으로 구매했는데 주변 시세를 고려했을 때 꽤 비싸게 산 것이다. 신규 창원산단의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고 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땅은 등기상 신규 창원산단 지정 이후인 2023년 3월31일에 매매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거래는 이보다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두 땅의 용도와 성격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땅 주인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두 땅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같고 땅도 인접해 있다. 이런 경우 일괄 거래를 하기에 등기상 나눠 거래한 건 좀 이례적”이라며 “사인 간 거래이기에 여러 사정이 있을 순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강씨가 같은 땅 주인과 일괄 거래를 해놓고, 더 비싼 준보전산지만 비용 충당과 세제 혜택 등을 위해 법인을 끌어들여 추후 등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개발업체 ㅅ본부장은 “법인이랑 공동 지분이 들어가는 이유는 2가지가 있는데, 후선은 세제 혜택이 있다. 또 하나는 법인 대표가 (돈을 댄) 투자자일 수 있다”며 “(개발) 정보를 아는 개인이 지분 참여자로 들어오고, 실제로 투자하는ㅇ 법인이 다수 지분으로 들어오는 게 부동산 개발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특히 신규 창원산단 호재를 보기 위해선 강씨처럼 ‘산단 부지 내’의 땅이 아니라 ‘산단 부지 인근’의 땅을 구매하는 것이 맞는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의창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ㄴ씨는 “산단 내 땅은 정부가 보상금을 주는 개념으로 매입해간다. 오히려 산단 내 땅을 갖고 있으면 손해”라며 “산단 호재를 보려면 산단 내 땅이 아니라 바깥의 땅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씨가 구매한 두 땅은 신규 창원산단 예정지로부터 약 3㎞(차로 5분 거리) 떨어져 있고 나들목 인근에 자리해 산단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큰 입지다.
이 지역 부동산에 밝은 이들은 오는 2030년 예정대로 신규 창원산단이 들어서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준공된 같은 의창구의) 동전산업단지는 평당 250만~3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며 “창원산단이 개발된다면 최소 평당 200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8억5천만원을 주고 산 땅이 54억여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강씨는 두 땅의 구매 이유와 ‘디엔씨○○○○○’와 지분을 나눠 구매한 이유 등을 묻는 한겨레21의 거듭된 질문에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창원시는 2023년 7월 신규 창원산단 후보지와 관련해 156건의 토지 거래 내역을 조사했지만, 문제는 없었다고 결론 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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