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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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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만 있나, ‘다달’ 구독도 있다

【구독 서비스 시작한 ‘시네마 달’】
미개봉 작품 포함한 월 1편 이상 영화·관련 글 제공… “‘알고리즘 노예’ 벗어나 ‘독립된 취향’ 누려보세요”
등록 2026-03-05 21:07 수정 2026-03-09 14:00
영화 구독 서비스 ‘다달’을 선보인 ‘시네마 달’의 백현지 배급팀장(왼쪽)과 김명주 홍보팀장을 2026년 3월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구독 서비스 ‘다달’을 선보인 ‘시네마 달’의 백현지 배급팀장(왼쪽)과 김명주 홍보팀장을 2026년 3월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8년 문을 연 이후 서울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야간비행’, 이 시대 참어른의 모델을 그려낸 ‘어른 김장하’ 등을 선보이며 한국 독립영화 제작·배급사의 대명사 구실을 해온 ‘시네마 달’이 2026년 3월 영화 구독 서비스 ‘다달’을 시작했다. 거듭된 한국 독립영화의 위기 속에 관객과 소통할 새로운 실험에 나선 시네마 달의 백현지 배급팀장과 김명주 홍보팀장을 3월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주류 담론에서 소외된 한국 독립영화,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객이 작품 감상을 넘어 서로 공명하며 공통된 연대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영화 시장 어려울 때 독립영화는 더 어려워”

―한국 독립영화 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많다.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

김명주 “독립영화는 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제작·유통·개봉 지원사업에 따라 개봉 라인업과 스케줄이 짜인다. 예년에 견줘 올해 영진위 개봉 지원사업 일정이 좀 늦어지면서 3월에 개봉하는 독립영화가 거의 없다. 영진위 지원사업도 나뉘어, 기존 배급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문과 신규 배급사와 제작사·감독 등이 지원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 다양한 작품에 예산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방안인데, 기존 배급사 처지에서는 최대 5편 정도만 지원 자금을 받을 수 있어 ‘잔인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독립영화 흥행 기준을 극장 관객 1만 명 선으로 볼 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1만 명 동원 영화가 크게 줄었다. 2025년 관객 20만 명이 본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 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워낙 독립영화판에서 유명한 감독의 작품이라 예외적인 경우다. 영화시장이 어려울 때 독립영화는 더 어렵고 그중 다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 같다.”

―3월1일 영화 구독 서비스 ‘다달’을 론칭했다. 이름에 특별한 뜻이 담겼을까.

김명주 “백현지 팀장이 지은 이름인데, 입에 잘 붙고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좋은 의미가 담겼으면 했다. 다달은 뉴스레터 형식을 빌린 구독 서비스의 특징처럼 ‘다달이 온다’는 뜻과 함께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는) 시네마 달’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다달’ 서비스의 구성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백현지 “누리집(www.cinemadal.com)을 통해 월 9900원 회원으로 가입하면 뉴스레터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링크와 비밀번호를 전달한다. 한 달에 한 편 이상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개하는 작품은 주로 극장 개봉이 안 된 영화제 상영 영화나 미공개 영화다. ‘이달의 글’도 함께 소개한다. 단순한 영화 비평이라기보단 영화를 매개로 한 또 다른 창작물이라고 보면 된다. 평론일 수도, 에세이일 수도, 감상문일 수도 있다. 비평적 언어로 정리되지 않아도 영화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떤 형식이든 실험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노동운동가의 글을 받아 공유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이달의 감상’이라는 코너도 운영하려 한다. 독자가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감상을 공유해보자는 생각인데, 좋은 글은 뉴스레터에도 담고 누리집에도 게시할 계획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논의하는 장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 작품은 조은 감독 ‘사당동 더하기 33’

―3월 첫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컸을 듯싶다. 어떤 영화와 어떤 사람의 글로 구성했나.

백현지 “사회학자이기도 한 조은 감독의 다큐 ‘사당동 더하기 33’(123분·2020)과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 별동네 이야기’(210분·2009)라는 작품이다. 감독이 1986년 서울 사당동 재개발 철거 전후를 문화인류학적 방법으로 수십 년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철거민 할머니 4대의 이야기를 기록한 한국 다큐 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감독이 그 가족을 만난 시점으로부터 22년, 33년 만에 나온 영화다. 전주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됐고, 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이나 특별전 등에서만 공개됐다. 우리 사회에서 가난이 어떻게 순환되고 반복되는지 그 구조적 대물림에 대해 천착한 작품이다.”

김명주 “연계한 이달의 글은 202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크린토피아’를 쓴 강하라 시인에게 부탁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사당동 더하기’ 속 주인공인 할머니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의 접점을 살린 에세이다. 눈물이 핑 도는 글이랄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 중심의 시장에서 이 서비스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가격은 합리적일까.

백현지 “시네마 달의 라인업이 300편 정도인데, 미개봉 작품이 200편이나 된다. 우리가 제작·배급한 영화를 보고 싶어도 마땅한 통로가 없어 보지 못해 아쉬운 분들, 즉 잠재적 관객이 분명히 있다. 자본화된 시장 속 알고리즘의 노예가 아닌 독립된 취향을 누리려는 사람들이다. 극장 개봉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가치와 의미가 있는 다양한 작품을 묵혀두지 말고 새 통로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9900원이란 가격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넷플릭스는 최저 서비스가 7900원(광고 포함)이다. 영화의 값어치에 정답은 없지만, 콘텐츠 과잉 시대에 값이 더욱 낮아진 측면도 있다. 시네마 달은 영화 한 편을 서비스한다기보단 영화 감상, 참여, 연대 등 감정의 공명과 연결의 의미를 아는 구독자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았다.”

김명주 “다달을 론칭하기까지 여러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연구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독립영화 제작·배급사인 ‘그래스호퍼 필름’에서 다달과 비슷한 구독 서비스와 이를 확장한 온디맨드(주문형) 서비스를 한다. 그곳은 좀더 체계적이고 기업화돼 있다. 개인에게도 제공하고, 대학이나 기업에도 서비스한다. 우리도 향후 편의성을 좀더 높인 안정적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

―현재 반응은 어떤지, 목표치는 얼마인지 궁금하다.

김명주 “일단 독립영화 관계자들의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함께 홍보해주고 구독도 해준다. 누군가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시네마 달은 중장년 팬이 많다. 향후엔 2030세대가 구독자로 많이 합류해주길 바라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때 후원해준 분들에게 전달하는 기존 시네마 달 뉴스레터 구독자가 2천여 명 된다. 이를 기반으로 점차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오프라인 모임·상영회도 활성화하고 싶어”

―앞으로의 계획은.

백현지 “다달 서비스 자체가 판을 바꿀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봉 시장이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새로운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독자적 통로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서비스를 확장해 오프라인 모임이나 상영회 등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작은 희망은 있다. 요즘 문학동네를 필두로 독서 모임, 독서 챌린지, 출판사 팝업스토어 등이 활발해지고 독서가 힙한 경험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나. 우리는 독립영화계의 그런 하위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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