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아이들 세계건 어른들 세계건 소집단을 만들어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이가 꼭 있다. 얼핏 힘세 보이지만 실은 겁이 많은 이들이다. 패거리를 지어야만 안심하는 습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서도 본다. 혹자는 ‘형님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그건 학교 선후배 무리, 좁은 검사 세계에서나 통했을 터이다. 한 나라를 이끄는 이의 이런 리더십은 오히려 재앙에 가깝다는 것을 10·29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에서 목도한다. 많은 국민이 최대한의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는 듯하다.
“현장에 있었잖아!”라고 호통친 장면이 상징적이다. 2022년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혼자 온갖 말을 하면서 이렇게 샤우팅했다. 결국 이게 다 경찰 책임이고, 법적 책임은 내가 지우고 싶은 사람에게만 지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은 회의 장면이라며 이 모습을 길게 공개했다. ‘극대노’하며 기강을 잡았다고 알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나. 정작 우리가 확인한 건 이 와중에도 ‘내가 다 알아’ ‘다 꿇어’ 하는 우두머리의 모습이다. 평소 회의나 대화 방식이 어떤지도 직관적으로 알게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언행에서 참사에 대한 아무런 미안함도 그 어떤 간곡함도 간절함도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껴버렸다.
캄보디아·인도네시아 순방(사진)을 떠나기 전 엠비시(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못 태우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더니 현지에선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진 한 장이 많은 걸 말해줬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각국 정상들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현지 병원과 심장병 환아의 집을 찾았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제공’으로 나온 사진이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참사를 겪은 국내 상황을 고려했다면서, 아픈 아이를 찾아 위로하는 데 그렇게까지 사진을 찍어야 했을까? 눈 밝은 이라면 최소 조명, 반사판이 어느 위치에 놓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진심이든 흉내든 여사님이 ‘나의 사진첩’을 채우는 건 자유라고 치자. 적어도 참사를 들먹이지 말아야 했다. 언론을 포함해 온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통령의 말본새를 강한 리더십으로 포장하는 참모의 실력을 탓해야 하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배경음이 깔리는 듯한 대통령 배우자의 사진을 내놓는 참모의 감수성을 탓해야 하나. 일찍이 대선 당시 ‘개 사과’ 때부터 지적돼온 기이한 홍보 마인드를 이렇게까지 고집하는 이유는 무얼까. 심리학이 아니라 심령학의 영역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참모는 리더의 수준을 따른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 보수의 세련됨을 그리 잘 내보였던 김은혜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서 연일 선보이는 ‘웃기고 있는’ 모습만 봐도 분명하다.
대통령이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 건, 더는 선거를 치르지 않아서다. 여당이라도 각성하면 좋으련만, 지금 국민의힘 인사들은 국회의원 공천장에 매달려 대통령 내외의 ‘짝퉁 리더십’ ‘짭 선행’을 앞다투어 칭송하느라 바쁘다. 이러다간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실은 김장철을 내다보고 ‘쪽파 없어 어떡하나’라고 한 말씀이었다고 우겨댈 기세다.
딱하다. 공천장만 받으면 뭐 하나. 중뿔난 더불어민주당 몇몇 인사가 성마른 소리를 하고 친민주당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며 헛발질한다고 정부의 허물이 가려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조용히 분노하고 있다. 흥분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분노가 더 강하고 넓은 법이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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