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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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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한동훈, 반성 없는 정치의 쌍생아

성찰과 혁신보다 멋짐과 비장함이 중요한 이들의 ‘도련님 정치’
등록 2026-04-16 21:22 수정 2026-04-19 10:1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4월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4월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하면 좋을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그걸 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둘 중 하나가 없거나 둘 다 없는 이가 정치를 하는 건 여러모로 안타깝다. 그런 점에서 조국과 한동훈은 한 묶음이다.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2026년 4월14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경기 평택을 출마를 선언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 북구갑에 전입신고를 했다. ‘눈치 게임’을 심하게 한 것치고는 꽤 싱거운 선택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웅장하다. “부산 북구를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발전시키는 데 몸을 던지겠다. 저는 한번 뱉은 말은 목숨 걸고 지킨다.”(한동훈) “제가 부산으로 출마하면 전체 부산 선거가 ‘조국 대 누구’로 구도가 바뀐다는 우려를 들었다.”(조국) 한마디 한마디에 ‘이렇게 멋진 나’와 ‘이런 비장함’이 뚝뚝 묻어난다. 자신의 앞뒤 안 맞는 말이나 오락가락 처신 따위는 사소할 뿐이다.

한 전 대표는 ‘임장’ 다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기저기 살피다가 한동안 대구를 기웃댔고 직전까지 부산 해운대구갑이 ‘매물’로 나오는지 기다렸다. 이를 온 국민이 아는데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부산 북구 시민만 보고 정치하겠다. 제 정치의 시작과 끝은 여기”라며 “보수 재건의 동남풍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왜 그곳인지 설명은 도통 없고, 고작 전입신고만 해놓고는 부산에 뭐든 다 해줄 듯 군다.

조 대표는 그간 소수당의 정치적 생존과 ‘민주진보진영의 연대와 단결’을 지고지순의 가치인 양 얘기했다. 그래놓고는 하필 진보당이 터를 다져온 평택을을 골랐다. 형식적인 ‘양해’나 ‘의미 부여’조차 건너뛰었다. ‘출마 예보’ 전날까지 여기저기 지지율을 저울질하다 골라놓고는 ‘험지 중의 험지’라고 포장한다. 연고도 조직도 없고 당원도 적지만 뚜벅뚜벅 홀로 헤쳐나가겠단다.

왜 이 두 사람은 ‘성장’하지 않을까. 지난 몇 년, 윤석열 정권의 ‘교훈’만으로도 아주 많은 동료 시민과 촛불·응원봉 시민은 정치적 각성을 거듭해왔는데 두 사람은 왜 멈춰 있다 못해 뒷걸음치는 것 같을까. 아예 정치적 디엔에이가 없다면 모를까 최소한 정치(혹은 정부)에 입문한 뒤 겪은 일련의 일만으로도 지금 모습과는 달라야 하지 않나.

혹시 모든 게 ‘당연히 주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짐작건대 성장기에는 유복한 집안의 공부 잘하는 잘난 아들로, 청년기에는 별 좌절 없이 출세한 엘리트로 살아왔을 것이다. 정치에 발을 디딘 과정과 이후 행보에서도 아등바등한 적이 없다. 그러니 나름의 시련과 고난에도 자기 허물을 돌아보는 성찰과 혁신을 못한 게 아니었을까. 넘치는 응원과 지지도 한몫했다. 팬덤에 둥둥 업혀 다니면 계속 ‘20세기 도련님’으로 떠받들어지니까. 그게 아니면 이렇게 모순된 주장, 민망한 처신을 이리 ‘꾸준히’ 할 수가 있나. 자기가 하겠다던 정치개혁은 외면한 채 “더불어민주당이 귀책 지역엔 후보를 안 내는 게 옳다”(조국)고 하고, 국민의힘의 무공천이나 후보 단일화를 내심 바라면서도 “공깃돌 놓듯이 하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한동훈)니.

쓴 건 뱉고 단것만 삼킨다. 듣기 싫거나 불편한 건 모두 자신을 향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서사화한다. 두 사람은 참 닮았다. 날이 갈수록 ‘정치적 자본 잠식’이 심해지는데 당사자들만 모르는 듯하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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