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026년 3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충북도지사 후보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마다 정치인 감별법이랄까 선호 기준이 있겠다. 잠만 자고 일터로 나가느라 동네 정치를 전혀 모르던 시절에는 지방선거 투표날 아침 공보물을 뒤적이며 한 살이라도 어리거나 기왕이면 여성을 골랐다. 왠지 더 개혁적이고 깨끗할 거라 믿었다. 이젠 그렇지 않다. 가업 이권을 위해 정치하는 여성 정치인이 꽤 많고, 늙은이보다 더 답답하고 구린 젊은이도 매우 많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오랫동안 내가 지지했던 시의원은 지금 막걸릿집 사장님이다. 술도가까지 차려 손수 빚은 막걸리에 시 이름을 붙였다. 시의 이익과 시민의 행복이라는 면에선 정치 못지않게 멋진 일이다. 4년 전 선거 때 시장직을 내주었던 전 시장은 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다소 난데없이) 연 입시설명회에 학부모의 한 명으로 참석해 맨 앞줄에 앉아 꽤 진지하게 받아적는 모습을 보였다. 그 집 아이는 학교 잘 다니나 모르겠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이웃으로 지내고 싶은 이가 좋다. 이력부터 꼼꼼히 본다. 그 자리 말고는 할 게 없는 이를 가장 먼저 고른다. 달리 할 게 많은 이는 별로다. 그리 열심히 할 것 같지가 않다. 많은 것을 가졌는데 기어이 시장님, 의원님 명함까지 가지려는 이도 제치는 편이다. 예전에 어떤 국회의원은 낙선 기간 제일 힘든 게 공항에 갔을 때 (얼굴이 팔린 처지에서) 이코노미석 줄에 서는 거라고 했다. 어이없었다. 그는 그 뒤 ‘배지’를 한두 번 더 달았지만 역시나 보잘것없는 정치 여정을 보냈다. 정치는 정치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해야지, 지위나 포장으로 여기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 동네 일꾼일수록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잘 알고 귀하게 여기는 보통 사람’이면 좋겠다.
6·3 지방선거 결과는 빤하다고 하지만, 방방곡곡 대진표가 나오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꽤 많은 지역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싸움이 될 것이다. 진작부터 ‘져버릴 결심’을 했다는 말을 듣는 국민의힘은 상당수 지역에서 후보조차 못 올리는 중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은 지방의회 3~5명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과 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6년 3월22일 군단위 예비후보자 등록까지 시작되면 본격적인 힘겨루기와 눈치보기로 정치권이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가장 ‘핫플’은 대구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유력인사들의 이전투구가 어마어마한 가운데 각 미장센에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특이한 ‘텐션’이 더해져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공천 신청을 한 지역 중진 의원들을 싸잡아 “꿩도 먹고 알도 먹고 털까지 다 가져가려 한다”고 모리배 취급을 해버린다. 세대교체라면서 1960년생 주호영 대신 1961년생 이진숙을 대놓고 민다. 과연 이꼴 저꼴 별별꼴 다 본 대구 사람들이 이번에도 국민의힘에 표를 줄까, 아니면 ‘확 디비뿔’까.
사람들은 정치인에 대한 첫인상을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분히 직관적인 그 평가가 의외로 잘 들어맞는다. 당선 전부터 ‘쎄함’을 안겼던 내란 우두머리 부부가 그랬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휴대전화조차 직접 받는 법 없이 딴 세상에 살던 탄핵 1호 전직 대통령도 그랬다. 찜찜한 느낌으로 뽑았다가 후과를 크게 치렀다. 위험하기 짝이 없었고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큰 교훈이다. 유권자로서 우리는 그만큼 또 성장했다. 대구의 선택을 ‘즐감’하되, 내 동네 일꾼 고르기에는 치열하고 꼼꼼한 ‘매의 눈’을 가져보자.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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