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입, 선민의식과 자기애가 빚은 대참사

유시민 작가가 2026년 7월21일 유튜브 방송 ‘2분뉴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누군지 모를 측근들이 무려 집권 초기부터 ‘기획’씩이나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란 말인가. 아무리 여당 전당대회가 과열되면서 쟁점화했다 해도 이는 앞으로 당과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다. 폐지하든 유지하든 해보고 손보든. 유시민 작가가 연일 정권에 경고를 날리면서 든 논거가 고작 이 보완수사권이라는 게 당황스럽다. 논리의 태만함에는 골이 띵할 지경이다.
대통령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반대한다는 게 유시민의 가설이고 결론이다. 뉴이재명 세력의 득세도 이를 위한 것이고 그 수장은 대통령이란다. 이를 위해 정계 개편도 서슴지 않을 기세고, 정권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란다. 이 말을 다른 이가 했다면 웅장한 헛소리 혹은 한 편의 아재개그라 치부했을 것이다. 뭔가 이상해, 내 맘에 드는 사람을 쓰지 않아, 왜 내 말을 안 들어, 그러니 당신은 틀렸어, 그러다 망할 거야…. 자신의 호불호를 옳고 그름으로 둔갑시켰다. 그의 세상에서 검찰은 여전히 거악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소수파이다. 좌우와 위아래만 있는 평면이다. 앞뒤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기획이나 지령 없이도, 심지어 좋아하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옹호하거나 지지할 수 있다는 걸 납득도 인정도 못하는 눈치다. 지금은 누군가의 선창을 따르거나 거대한 깃발 아래 일사불란하게 모이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내란을 통과해온 우리는 꼭 잘한다고 만족하지 않아도 이재명 정권을 지지할 수 있다. 망가진 나라를 다시 세우길 바라는 기대로, 안전한 세상을 향한 간절함으로, 번듯하게 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다양하고 다기한 이유가 있는 저마다의 선택이다.
이른바 ‘뉴명’들이 ‘설친다’면 그건 정치적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새로 유입된 이들은 단단하게 뭉쳐 있진 않지만 한번 지지해봤다면 또 지지할 가능성이 크니 주가처럼 상방이 열려 있다. 기민한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한 것이다. 이런 유동적인 세력과 흐름을 유시민은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낸 ‘조직’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와 그의 세대가 통과해온 시대의 문법으로는, 진영으로 묶이지 않고 가치나 이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이런 세태가 낯설고 나아가 위험하게 여겨지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심리적 회피 구동이랄까.
그가 이 정권의 통치 행태를 비판하고 자신과 뜻이 다른 평론가들을 깎아내리느라 꺼내든 ‘철거 용역’ ‘촉법’이란 딱지는 대참사다. ‘책상에 탁’ 못지않게 공론장에서 삼가야 할 표현들 아닌가. 철거 용역은 과거 재개발 현장에 동원돼 세입자를 끌어내고 집을 부수던 깡패들이다. 소년범죄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난제다. 가장 아프고 고약한 용어를 그럴듯한 비유랍시고 동원해 논리의 빈약함을 가렸다. 역사의 교훈을 들먹이던 이가 이런 감수성으로 자신을 방어하다니.
그는 글솜씨도 말솜씨도 뛰어나다. 떠들면 책도 잘 팔리고 조회수도 올라간다. 가까이에서 향유하고 찬양할 만한 재주다. 스스로도 재능을 뽐내고 인정받을 때 누구보다 행복해한다. 이런 환경이 축적된 탓이려나. 그는 자신을 향한 요만큼의 비판도, 조그마한 푸대접도 못 견뎌 하는 것 같다.
선민의식으로는 지금 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똑똑한 그가 이를 모르진 않을 텐데 왜 이런 전형적인 음모론 서사에 망상적 세계관까지 보태어 저주와 악담으로 보이는 ‘정권 걱정’을 하는 걸까. 혹시 정말 모르는 걸까. 지나친 자기애에 눈이 가려져서 말이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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