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026년 6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했다. 정 대표는 6월24일 연임 도전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소싯적 나와 주변의 연애사가 물밀듯 떠오르는 나날이다. 각종 빌런과 트롤러들의 횡포와 협잡 속에서 가장 악질적인 상대는 “나보다 더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끊임없이 주입하는 이였다. 쥐고 흔드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이들은 연애 당사자이기도, 조언 그룹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부각되는 ‘정체성’과 ‘코어 지지층’ 논쟁을 보면서 연애도 정치도 결국 본질은 인간성과 인간관계임을 되새긴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코어 지지층의 이탈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코어 지지층이란 실체부터가 불분명하다. 민주당의 열성 당원인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의 정체성이라고 여기는 세력인가, 당 밖에서 그에 동조하는 이들인가. 그 모두를 합해도, 정치는 국리민복에 기여해야 하며 집권여당은 이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민심에 견주면 한 줌이다.
코어 지지층을 대표하거나 잘 안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자기들만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 수염 터는 소리다. 이 대통령은 누구도 지켜줄 필요 없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 하고, 잘하면 박수 받고 못하면 욕먹는 거다. 그간 대통령이 열심히 해온 성과들이 국민 마음속에 보너스 마일리지로 제법 쌓여 있는지라 여당이 저 지경이라도 그나마 지지율이 받쳐준다는 생각은 왜 안 하는지. 지방선거 이후 집권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진 이유에는 코어 지지층의 ‘이탈’이 아니라 코어 지지층의 ‘이런 집착’에 질린 민심의 이반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이들은 너무 쉽게 민주당의 주인 행세를 한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상대적으로’ 크고 날 선 목소리가 곧 당의 정체성이라 우긴다. 역사도 함부로 전유한다. 노무현·문재인 집권기에 ‘관여한’ 이들에게만 적통이 있고 올바른 판단 권한이 있다고 여긴다. 근본주의, 순혈주의라 이름 붙여주기도 딱한 노릇이다. 그러기엔 내용이 도통 없다. 누구와 가까웠느냐가 중심일 뿐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하려 하느냐가 없다. 온통 철 지난 패거리주의, 내 편 타령뿐이다.
정권의 지지기반이 넓어질수록 소수 열성 당원에게 기대거나 특정 연줄이 무기인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까봐 조바심을 내서인가. 급기야 협박도 한다. 집권여당의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당부를 비틀어 ‘당무 개입일 수 있다’고 으르고, 지지층의 실망을 내세워 ‘지지 철회는 한순간’이라 을러멘다. 그럴까봐 걱정이라는 외피조차 씌우지 않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의 부득이한 일부 필요성을 언급한 게, 민주당 출신이 아닌 인사를 등용한 게, 지방선거 말아먹은 당대표의 연임에 힘 실어주지 않은 게 그렇게 큰 허물인가. 찾다 찾다 적을 옆에서 찾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이들은 대체 왜 이럴까.
노선 경쟁이나 정책 제시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여당의 무능을 선명성으로 덮는 일만은 안 하면 좋겠다. 정치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데, 구호가 고작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당장 폐지’라니. 이 앙상함이 민망하다. ‘정치 군수업자’라 불리는, 싸움이 생업인 이들의 말은 참고하되 믿거나 휘둘려선 안 된다. 그들은 평화를, 좋은 정치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다만 ‘코어’를 들먹이는 이들의 이런 집착이 역설적으로 희망을 느끼게 한다. 뭐든 되는 집구석이니 뽑아 먹을 게 있어 이 난리 아닐까. 망할 곳이면 이러겠는가.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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