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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산의 ‘BAD’ 열풍… 활짝 열린 ‘에이티즈’의 두 번째 문

3초짜리로 정확히 계산된 얼굴과 시선… 대중이 ‘최산 다 죽자 구간’에 매료된 이유
등록 2026-08-13 22:40 수정 2026-08-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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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었다. 인간에게는 아주 유구한 모욕인 그것.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에 붙여서는 안 될 타이틀. 그러나 그들은 ‘섹시 고릴라’ 박진영의 손에서 탄생한 아이돌이었다. 투피엠(2PM)은 짐승 타이틀을 훈장처럼 달고 근육을 키워 무대를 구르고 상의를 찢으며 포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복길은 저서 ‘펑펑’에서 2009년께 투피엠을 처음 본 순간 잠시나마 명명의 혼돈을 겪는다. ‘섹시한 여자’는 자연스러워도 ‘섹시한 남자’라는 표현에서는 어딘가 이물감이 느껴지던 시기에 힘껏 그들의 짐승다움에 매료된다. 그 시절, ‘짐승돌’은 대중을 겨냥한 이미지 전략이었고 많은 소녀의 욕망을 드러내 보였다.

2026년에 그 테스토스테론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될 줄 몰랐다. 그룹 ‘에이티즈’(ATEEZ) 멤버 산(본명 최산)이 후렴구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가슴을 들썩이는 ‘최산 다 죽자 구간’ 말이다. 6월26일 공개된 에이티즈 미니 14집 ‘골든아워: 파트5’의 타이틀곡 ‘배드’(BAD)의 이 구간은 댄스 챌린지를 넘어, 주로 가족과 친구들이 넋을 잃고 최산을 바라보는 장면을 담은 영상들로 재생산됐다. 흥미로운 건 ‘테스토스테론’이나 ‘야성미’ 같은 수식어가 더 이상 15년 전만큼 긍정적 의미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이팝 팬덤에서는 남자 아이돌이 군 생활을 계기로 급격히 몸을 키우면 오히려 달가워하지 않은 분위기마저 있다. 벌크업된 몸보다는 슬림한 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데다, 몸을 앞세우는 방식은 이제 어딘가 낡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최산 그 파트’가 힘을 발휘하는 지점은 정확히 계산된 얼굴과 시선에 있다. 고개를 정해진 각도로 기울이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다가, 시선을 정확한 타이밍에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팬들이 이 순간을 두고 ‘날티 북부대공’ ‘리디남’ 같은 웹소설, 웹툰발 표현을 빌려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산은 주어진 몇 초 동안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최산 그 파트’로 에이티즈를 처음 알게 된 대중과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을 좋아해온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 출연한 체이스 인피니티다. 그는 2018년 무렵부터 케이팝을 들었고, 대학교 재학 중 케이팝 커버댄스 그룹 ‘듀플’(Duple)의 창설 멤버로 활동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에이티즈를 좋아한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했고, 최근에는 ‘배드’ 뮤직비디오에서 단순 카메오 수준을 넘어 비중 있는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런 종류의 이슈는 보통 “케이팝이 할리우드까지 갔다”는 방향으로 소비된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였다. ‘배드’ 뮤직비디오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피니티의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오스카 화제작 출연 배우의 최애, 입덕 계기, 열렬히 임한 동아리 활동 같은 사적인 이력이었다. 케이팝의 영향력은 이미 증명이 끝난 전제였고, 남은 건 그 안에서 한 개인이 무엇에 왜 사로잡혔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최산 그 파트’는 원래 3초짜리 밈으로 소비되고 끝났을 수도 있었다. 짧은 클립 하나가 화제를 모으고 다음 유행에 자리를 내주는 건 쇼트폼 시대의 흔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인피니티는 그 진입로를 조금 더 오래 열어둔 두 번째 문이다. 음악을 이야기하는 접점을 그렇게 하나 더 늘린 셈이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2026년 6월 공개된 그룹 ‘에이티즈’(ATEEZ)의 곡 ‘배드’(BAD)의 뮤직비디오 갈무리.

2026년 6월 공개된 그룹 ‘에이티즈’(ATEEZ)의 곡 ‘배드’(BAD)의 뮤직비디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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