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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정치 끝판왕’들에겐 “법은 멀지만 표는 가깝다”

찍을 사람 없어 메마른 선거판, 5·18 폄훼 사태가 다시 투표할 이유를 일깨워
등록 2026-05-28 19:09 수정 2026-06-01 08:02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26년 5월25일 대구 수성못을 찾아 시민이 건넨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26년 5월25일 대구 수성못을 찾아 시민이 건넨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동네 의원부터 광역자치단체장, 교육감까지 벽보에 등장한 후보 가운데 도무지 표를 주고 싶은 이가 없다. 이런 적이 없었다. 당선 가능성이 없어도 출마 자체를 응원하고 싶은 이가 있었고, 자칫 빌런이 당선될까봐 마뜩잖지만 표를 준 이도 있었다. 그러니까 찍고 싶거나 찍어야 할 누군가는 꼭 있었는데 이번엔 영. 양당 체제의 고착화가 이렇게 내 선택지를 지우고 정치적 삶을 메마르게 할지 몰랐다. 기분이 매우 ‘ㄷㅅㅓ럽다’.

30㎞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치적 기근’에 시달리다 못해 우편 공보물과 각종 온라인을 샅샅이 뒤져 “스스로를 구원했다”고 알려왔다. 맘에 쏙 드는 공약을 “무려 두 개나!” 찾았다는 것이다. 이주민 정책과 정신건강 관련 정책이란다. 와, 그럼 찍을 사람이 두 명은 있는 거야? 물었더니, 한 사람 거란다. 흠. 친구의 자력갱생에 고무돼 나도 공보물을 꼼꼼히 보았다. 광역 비례의원 후보 중 한 명이 확실하게 시선을 끌었다. 비례의원을 늘리고, 중대선거구로 넓히고, 지겨운 단일화 타령 없게 진작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더라면 후보가 얼마나 다양했을까. 내 선택은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흑.

투표하려는 마음에 시동을 걸자마자, 가속페달을 확실하게 밟게 해준 일이 터졌다. 5·18을 폄훼한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이 그것이다. 아직 정치적으로 처량해하거나 느슨해질 때가 아닌 모양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 국민 앞에 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한몫했다. 제대로 된 반성은커녕 반성하는 척조차 못하는 모습이라니. 대기업 오너로서 오만하다기보다 오히려 멍청해 보이는 처신이었다. 아니면 짐작 이상의 ‘확신범’이거나.

자기들끼리의 은어와 밈으로 국가폭력 범죄와 희생자, 대형참사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혐오 놀이’가 도를 넘어 급기야 거대 기업의 마케팅에까지 버젓이 등장하는 바람에 입이 안 다물어지는데, 이에 대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대응은 더 가관이다. 턱관절이 빠질 지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대책 마련 지시를 “대통령이 주도하는 집단괴롭힘, 국가폭력”(장동혁 대표), “마녀사냥”(나경원 의원), “권력이 휘두르는 주먹”(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이라며 적반하장식으로 정쟁화했다. 마침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김에 낙인과 편가르기를 대놓고 할 태세다. 정권이 커피 마실 자유를 빼앗는다, 스타벅스 가서 자유시민 인증하자, 이번 선거는 이재명·‘개딸’과 자유시민의 대결이다, 스타벅스 커피 들고 투표장 가자, ‘물탱크’는 수사 대상이고 김일성 찬양물은 수사 대상이 아니냐…. 아무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 해도 이런 조롱과 모욕 마케팅에 올라탈 줄은 몰랐다. 역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어지러움과 해로움을 주는 ‘나쁜 정치’는 청산되지 않았다.

‘탱크데이’에 판매하는 ‘책상에 탁’ 놓는 텀블러라니. 전형적인 ‘도그 휘슬’(사람은 못 알아들어도 개는 알아듣는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하기도 힘든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도발이다. 윤석열이 정용진의 ‘멸콩 챌린지’에 화답하듯 장을 보고는, 멸치 육수 내고 콩국물 만든다고 비릿하게 웃으며 둘러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수준의 ‘뭉갬’조차 없다. 이런 식으로 극우를 엄호하고 아무 데나 표현의 자유 들먹이며 먹잇감을 주는 행태는 뿌리 뽑아야 한다. 법은 멀지만 표는 가깝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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