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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뻘짓’ 아니까 그만 들먹이자

정청래의 민주당, 우려의 시선 아랑곳 않으니 오만한 인상 줄 만도
등록 2026-03-05 21:06 수정 2026-03-06 21:2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3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 완수와 대미투자특별법 신속 처리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3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 완수와 대미투자특별법 신속 처리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일 잘하고 마땅한 지지를 받을수록 여당에서 나오는 말들이 굳이 뾰족하거나 과도할 필요는 없다. 여당은 안정감이 우선이다. 여당 대표 역시 존재감이 없어도 좋다. 무리 없이 국정이 잘 굴러간단 신호이니까. 물 아래에서는 재게 발을 놀린다 해도, 물 위로 보이는 모습만큼은 유연하고 너끈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어는 참으로 아쉽다.

그는 설득이 필요할 때 선동을 하고, 설명해야 할 때 주장을 한다. 굳이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한다. 타고난 싸움꾼 기질인지는 몰라도 여당 대표는 투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 대표는 2026년 3월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마무리한 2월 임시국회의 성과를 열거하며 예의 조롱 섞인 비유로 야당인 국민의힘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공격했다. 볼썽사납다, 정신 차려라, 뒷북 때린다 등 거친 표현을 썼다. 새삼 그가 들먹이지 않아도 그 전날 있었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 소리를 듣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중이다.

사법개혁 3법은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지만, 그 과정은 대단히 거칠었다. 특히 사법부의 일탈을 막고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어렵사리 도입한 ‘법왜곡죄’는 본회의 상정 직전 법안 수정이 이뤄져 여러모로 우려를 낳았다. 숙의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시간에 쫓겨 처리할 이유도 뚜렷하지 않았다. 많은 이가 그 취지에 동의해 일단 넘어갔지만 이후 보완 입법 과정에서 섬세함과 정교함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5년 12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처리할 때도 위헌 소지를 없앤다며 본회의 직전 일부 수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몹시 나쁜 전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내란 이후 사법부의 행태에 크게 놀라고 실망한 국민의 여망이 담긴 법안들인 만큼 더욱 신중하고 꼼꼼하게 다루는 게 옳았다.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면 경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안심시킬 책임도 여당에 있다. 그런데 정 대표는 우려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열심히 잘 싸운다는 느낌보다는 배가 불러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만도 하다. 자리 탓이다. 그는 덩치로나 능력으로나 야당과 비교도 되지 않게 힘이 쏠린 여당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협상 파트너’인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말을 아끼면 좋겠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 3법을 뒤늦게 저지하겠다며 청와대까지 ‘쳐들어갈’ 기세로 시가행진에 나서놓고는 집회 신고조차 제대로 안(못) 한 게 드러나 많은 이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국민의힘이 행정통합에 대한 총의를 무슨 수로 모으겠나. 지역 이해관계 조율은커녕 당내 이견도 조정 못하다 여론이 비등해지자 부랴부랴 대구·경북 통합법 원포인트 통과라도 해달라고 매달리는 형국 아닌가.

이런 수준인데 “(오락가락 행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먼저 한 뒤 대구·경북 통합뿐 아니라 충남·대전 통합에 대한 당론까지 정해 오라”고 공을 넘기는 건 온당치 않다. 정 대표는 “통합이 무산되면 200%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 결국 집권여당 책임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면 대구·경북 통합법 통과는 민주당이 서둘러야 옳다. 충남·대전 통합도 앞장서 더 설득해야 옳다. 정 대표의 ‘투쟁력’이 여기서 ‘반전 정치력’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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