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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스러움’을 후지게 만드는, 옛날 사람 정청래

감동이나 정성 느껴지지 않는 지역 공천, 여당 대표의 철 지난 순정만 보여
등록 2026-05-14 21:47 수정 2026-05-20 17:19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5월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5월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당 밖을 향해 내란 청산을 주문할 땐 날이 퍼렇게 서 있는데 당내 공천 논란에 대해서는 어정쩡하게 무디다. 2026년 5월1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을 본 이들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곤 그의 어머니가 전북 완주 출신이라는 것뿐이다. 기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지지세를 언급하며 공천 잡음과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을 연거푸 질의했으나, 정 대표는 연고에 기반을 둔 ‘전북 사랑’만 반복해서 강조했다.

김관영 지사가 젊은이들과 회식하고 대리운전비를 쥐여줬다가 아차 싶어 다시 회수한 일은 잘못된 처신임이 틀림없지만, ‘해프닝성’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제명 결정을 하자 김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조차 우려했다. 공천받은 이원택 후보가 정 대표와 가깝다는 말이 돌면서 민심이 술렁였다. 설상가상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 김의겸 전 국회의원이 전략공천되자 고질병인 ‘끼리끼리주의’가 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새만금개발청장 몇 달 한 게 전략공천의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험지에서 고생한 이를 명분 있게 데려다 앉히든지, 청년 중 미래 일꾼을 키우든지, 여러 방안이 나왔으나 무시됐다. 전북은 다 된 밥이냐, 만만하냐는 지역 여론이 비등했다. 당대표로서 소상히 해명하고 우려를 불식할 책임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하지 않은 건 단지 옹색하거나 무책임해서일까. 그는 잘 운다.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오해를 샀다 싶으면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운다. ‘내 편’과 있거나 ‘내 편’을 의식할 때 유난히 힘을 발휘한다. 가끔 일으킨 설화도 대체로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잘 보이려다 어긋나 빚어졌다. 한때 입에 달고 지낸 증오와 적대의 표현 또한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을 향한 것이었다. 종종 ‘웃기려고까지’ 들다보니 언행이 가볍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게 꼭 나쁘냐는 반론도 있다. ‘정치 서비스업’ 차원에서 친근하고 친절한 태도라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그는 잘 웃기고 잘 우는 ‘도구’로서 만족하는 정치인인가.

10년 전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가 다른 탈락자들을 모아 방방곡곡 누볐을 때 많은 이가 그를 재발견했다. 가치와 이념, 의리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좋은 점을 그러모은 듯한 행보였다. 정청래의 ‘순정’도 빛났다. 지금은 유세단을 이끌고 산간오지를 다닐 때가 아니다.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력이 필요한 시기다. 당원과 지지자들만 봐서도 곤란하다. 마음에 있건 없건, 그간 세금으로 표로 쓴소리로 오랜 시간 민주당과 동행해온 더 많은 유권자를 살필 때다. 하지만 거대 집권여당 대표가 된 정청래의 순정은 10년 전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 재보궐선거까지 그 많은 지역의 공천에 감동이나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필 상대가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덕분’에 저절로 청산이 되리라 믿는 모양인지. 제도도 나 몰라라다. 중대선거구로 확대는커녕 반헌법적인 2명 선거구로 쪼개기가 버젓이 횡행해도 여당으로서 손도 쓰지 않는다. 변명조차 없다. 적잖은 유권자는 그리하여 우스꽝스러운 세력과 후진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 중에서만 고르기를 강요받는 중이다.

김대중의 민주당은 유능했고 김근태의 민주당은 정의로웠다. 노무현의 민주당은 뜨거웠고 이해찬의 민주당은 치밀했다. 새삼 ‘민주당스러움’이 소환된다. 지금 정청래는 무엇을 내보이나.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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