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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는 한동훈, 그다음은 누구?

끊임없이 배신자를 만들어내야 굴러가는 ‘모자무싸’ 국민의힘
등록 2026-01-29 20:34 수정 2026-01-31 11:06
2026년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를 관람하러 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를 관람하러 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분석에서는 질투를 두 유형으로 나눈다. 너를 이기고 말겠다는 ‘젤러시형 질투’와 너를 부수고 말겠다는 ‘엔비형 질투’. 경쟁적인 동기부여인지, 파괴적인 집착인지로 구별하기도 한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전현 대표의 싸움에는 후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장동혁 대표의 8일간의 단식은 무엇을 위해서였나. 한동훈 전 대표가 진짜 싫다는 강력한 의지 외엔 확인된 게 없다.

전 대표를 찍어내는 게 지금 제1야당에 그리 중요한 일인가. 제작 중인 드라마 제목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의 표현 그대로, 지금 그 당은 ‘무가치함’에 사로잡혀 있다.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길 없으니 ‘배신자’를 찾아내고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대상이 없다면 만들어내기라도 할 기세다. 과연 ‘한동훈 다음 배신자’는 누가 될까.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은 ‘주류성’을 잃어가면서 점점 더 내부 배신자 색출에 열을 올렸다. 당장 눈앞의 화풀이 대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었다. 유승민을 배척할 때도, 이준석을 쫓아낼 때도 그랬다. 못나기 짝이 없으나 그 못남을 쉽게 가리는 효율적인 ‘대증요법’이기도 했다. 누리는 지위가 스스로 쟁취한 기득권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외세와 군부독재에 부역하며 얻은 떡고물이니 더욱 내놓기 싫었으려나. 그렇게 진화한 그들의 정치는 공공선에 기반하기보다는 힘센 누군가에 따라 지향과 성격을 탈바꿈하는 ‘조폭 정치’ 꼴이 되었다. 그 절정이 윤석열 정권이었다. 집착적 질투이든 패권적 욕망이든 장동혁 대표의 모습도 윤석열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내란의 폐허에서도 그들의 추태는 참으로 ‘모자무싸’이다.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10년 만에 국회 본청에 와서는 하다못해 당과 나라를 위해 어떻게 하라는 흔한 당부조차 없이 겨우 밥 굶지 말라는 소리나 했다. ‘출연료’로 제 측근만 챙겼다는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 정치를 떠났다는 전직 당대표 홍준표씨는 입만 열면 ‘맞는 말’만 늘어놓아 오히려 예전 자신의 ‘헛소리’를 소환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당내 중진들은 눈치만 보고 있고, 간간이 들려오는 나경원 의원의 앞뒤 없는 이재명 정부 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믹물 취급’을 받는 중이다.

가장 시선을 끄는 건 쫓겨나는 한동훈 전 대표의 처신이다. ‘제명 전야’로 꼽히던 2026년 1월28일, 이날 개봉한 김영삼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영화를 보고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말씀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국민 믿고 계속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대체 무슨 수로, 어디로 가려는 거냐고.

사람들이 궁금한 건 행동이다. 당 지도부를 향해 ‘나치’니 ‘북한 수령론’이니 ‘사이비’니 점점 수위 높여 험한 말을 쏟아내는 것 말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건지 도통 밝히지 않는다. 팬클럽과 만나 세 과시를 하는 것 외에 계획도 없다. 혼란스럽고 아직 잘 모르겠으면 솔직히 그렇다고 하면 될 것을 마치 나는 다 알고 있다, 다 준비돼 있다는 식의 ‘척하는’ 모양새 탓에 당에서 만들어진 ‘핍박 서사’에도 불구하고 이 ‘청소년 성장극’ 같은 그의 드라마를 더는 봐주기가 민망하다. 멋있는 척, 잘난 척, 옳은 척 이 세 가지는 대중 정치인에게 금기에 가깝다. 한동훈 전 대표는 여전히, 하필, 그것만 지니고 있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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