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026년 3월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정치를, 그것도 선거를 사실은 감당할 수 있겠나 자신감도 없고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선언 다음날인 2026년 3월31일 ‘그간 왜 그리 고심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가장 ‘김부겸다운’ 언어다. 특유의 솔직함이다.
그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던 2003년 무렵(그는 결국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한 ‘독수리5형제’가 되었다), 나는 한겨레 정치부 소속 출입기자였다. 여의도에도 이른바 ‘주지육림’이 횡행하던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그 당 사람들은 유난히 돈이 많았거나, 돈을 잘 썼다. 한겨레 기자들과 점심을 먹기로 한 날, 초선 김부겸 의원은 국회도서관 근처 공사장 ‘함바집’으로 안내했다. “내가 돈이 별로 없어서… 그래도 맛과 양은 이만한 데가 없어요”라고 했다. 진짜 미안한 표정이었고, 그 집 돼지불백은 그의 말대로 으뜸이었다. 밥값을 서로 내겠다 실랑이했던 것 같다.
사회운동을 하던 20대, 30대 내내 그는 돈이 없었다. 서점, 식당, 복사가게, 컴퓨터수리점 등을 운영하며 생계형 자영업자로 지냈고, 40대에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늘 빠듯했다. ‘없이’ 살아온 경험과 ‘없이’ 사는 이들에 대한 공감은 특유의 솔직함과 함께 김부겸 정치의 큰 밑천을 이룬다. ‘말’이 아니라 ‘일’로 증명하는 ‘밥값 하는 정치’가 오랜 지론이다.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은 이번 출마 이유도 소박하고 현실적이다. “내가 나서면 대구의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 명이라도 당선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였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결국 나설 줄 알았다는 것이 그를 오래 지켜본 이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그는 당 차원에서 방어 카드였지 필승 카드는 아니었다. 민주당 비토 정서가 강한 대구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대구도?’ 바람이 일더니 ‘이번엔 대구가!’ 강풍으로 바뀌었다. ‘별의 순간’이라는 ‘시운’이 그에게도 닿은 걸까. ‘이재명이 얄밉도록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대구에서도 대세를 이룬 가운데 연일 자폭 행보인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이 켜켜이 쌓였다. 입으로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이들의 거친 말이 진영을 불문하고 난무했다. 그 모든 부적절한 것의 여집합으로서 김부겸이 새삼 부상했다. 은퇴한 뒤 다시 불려나와, 지역소멸이라는 응급 상황을 극복할 적임자로 철벽같던 대구 사람들의 마음까지 열었다. 당락을 떠나 이미 정치인 김부겸은 이겼다.
“우리 새끼들 우예 되겠어요! 정신 차립시데이! 이카이까네 우리 대구가 전국 경제 꼴찌라도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여러분이 그리 밀어줬던 그 정당, 나라 와장창 뭉가뜨렸잖아요. 이래가꼬는 우리 자식들이 살 수가 없어요. 조용히 해주이소. 지금은 제 시간이라예.”
2026년 오늘 ‘윤 어게인’에 대한 질타가 아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히스테릭하게’ 굴던 대구 시민들 앞에서 김부겸 당시 대구 유일 민주당 의원이 토해낸 사자후다. 세월이 흘러도 ‘대구의 문제’는 그대로다. 그는 2012년 지역주의 벽을 깨보겠다며 대구로 간 뒤 줄곧 고개 숙였지만 마냥 굽실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이재명 정부에서 뭐든 잘 얻어낼 실세 시장임을 강조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대구가 앞장서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는 과감한 심판론을 내세웠다. 대구 시민에게 가장 도움되는 게 뭔지, 나아가 득표에도 도움되는 게 뭔지 아는 이의 ‘짬에서 나온 바이브’였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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