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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찍고 드럼 치고…이재명의 ‘전략적 자율성’

트럼프발 패권질 속에서 영리하게 살아남기… 남북은 이참에 ‘마니또’ 맺을 틈 열어야
등록 2026-01-15 21:58 수정 2026-01-17 18:50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1월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1월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패션과 외교는 기세다. 자신감으로 일단 먹고 들어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셀카’를 찍는 장면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신나게 ‘드럼 합주’를 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생각보다 큰 나라라는 자각을 했다”는 이가 많다. 중-일 사이의 등거리외교를 보면서 ‘어? 이게 되네’ 하는 느낌을 받은 덕분이다. 그야말로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가 끝나고 ‘전략적 자율성’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물론 아무리 준비가 잘돼 있고 기세가 좋아도 국제정치에서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력과 자원, 지정학적 한계, 그리고 ‘전 지구인의 재난’이라고까지 일컫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할 터이다. 2026년 새해 벽두에 ‘쌩으로’ 주권국가의 수반을 납치해놓고는,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우쭐대는 이가 지금 우리 별에서 ‘1짱’이다. 그런 트럼프의 심기를 살피면서 그와 긴장관계, 특수관계를 지닌 나라와도 잘 지내는 절묘한 미션을 수행해내야 한다. 운칠기삼이다. 칠은 운이지만 적어도 삼은 우리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술을 잘 쓸까. 주변국과는 잘 지내는 중이다. 한·중·일의 경쟁과 협력이라는 키를 제법 주도적으로 쥐고 나가는 듯하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절절매거나 특정 편에 붙어 종주먹을 흔들어대는 못난 모습을 안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귀가 편하다. 미국이 ‘패권질’에 정신 팔려 있고 중국과 일본이 서로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 덕도 없지 않지만, 이 또한 ‘그럴듯하게’ 기획해야만 작동하는 게 이 바닥 원리 아닌가.

동북아 질서는 기본적으로 긴장을 깔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패권이 충돌하고 대만·일본·북한까지 얽히고설켜 군비 경쟁도 치열하다. 저마다 군사적 갈등을 체제 수호를 위한 수단으로 써먹는다. 그 한복판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를 얼개로 운신의 폭을 넓게 짜나가는 비교적 ‘좋은 솜씨’를 선보인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안보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지 않은 ‘다이어트가 잘된 지도자’”이다. 상시적 위기는 상시적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이 틈틈이 휘청대서 안타깝지만, 따지고 보면 한·중·일은 독일까지 포함해 세계 제조업 4강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확히는 트럼프발 ‘패악질’에 가장 덜 휘둘릴 만한 세력권이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트럼프가 가장 ‘친한 척’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북한과 태생적 인연이 있지 않나.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5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협력을 위한 4대 사업 방안을 밝히며 협력과 중재를 요청했다고 뒤늦게 알려졌다. 원산갈마 평화관광, 대북 보건의료 협력, 광역두만개발계획 등이 포함된다. 오랜 시간 한반도 남단에서 섬 아닌 섬 주민으로 살았던 우리에게 기차로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것은 ‘웅장한 꿈’과도 같았다. 종점을 일단 베이징으로 하는 기획, 오히려 현실적이다. 최근 ‘북한 침투 무인기’ 소동에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여러 ‘험한 경고’ 끝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숨통 같은 ‘바늘구멍’이 아닐까 싶다. 대뜸 무력을 들먹이지 않은 것만 해도 나쁘지 않다. 남북이 무인기 진상 조사부터 함께 해보자.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마니또’(비밀친구) 맺을 타이밍이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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