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실언을 해 또 외교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란 외교부는 2023년 1월18일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소환해,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관계에 대한 간섭이나 마찬가지며 이 지역(걸프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한국-이란 관계가 윤 대통령의 실언으로 인해 크게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15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한국 군인들을 만나 “우리의 형제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제3자인 한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양자 관계를 함부로 규정하고 외교 문제에 아무렇지 않게 발언한 것이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관계를 남북처럼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주적’ 관계로 보기도 어렵다. 이란은 중동에서 지역 패권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 관계에 있고, 아랍에미리트가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운 관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나라는 실리외교를 추구하며 경제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란산 원유수입금지 조처(2018년8월) 등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이란 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 이미 사들인 이란산 원유에 대한 대금 70억 달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란 외교부는 1월16일 “한국의 최근 행보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발언은) 간섭적이고 외교적으로 부당하며 전적으로 무지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1월17일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수습에 진땀을 뺐지만, 윤 대통령 발언이 틀렸다고 인정하거나 사과하진 않았다. 그러자 1월18일 이란 외교부는 “한국 정부는 이 발언에 대해 즉각 설명하고 접근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재차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을 ‘외교참사 시즌2’로 규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월18일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현지 교민들은 물론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우리 선박도 적지 않은 곤경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21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하고 선원들을 억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같은 해 4월 최종건 당시 외교부 제1차관이 이란에 급파돼 선원들이 조기 석방되긴 했지만, ‘70억 달러’ 대금 지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외교 갈등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외교 결례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9월 미국 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잠깐 만난 뒤 한 ‘이 XX’ 발언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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