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2026년 4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우리는 국제관계에서 우리에게 ‘덜 나쁜’ 쪽을 살피느라 전전긍긍했다. 이제는 ‘더 좋은’ 쪽을 챙긴다. 나라의 역량과 지도자의 처신이 달라졌다. 다른 건 몰라도 외교에서만큼은 ‘이재명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가령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한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대해 우리 안의 일부는 ‘자기검열’부터 했으나 나라 밖에서는 뜨거운 호응이 밀려왔다.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침묵하지 않는 지도자는 국격을 보여준다. 이란에 가장 먼저 특사를 파견한 것도, 대통령비서실장이 다크서클 턱에 걸려가며 아랍에미리트의 원유 확보에 매진한 것도, 바뀐 세상에 대한 지도자의 감각 덕이다.
이 와중에 ‘웃픈’ 장면이 국회에서 연출됐다. 2026년 4월2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보고된 본회의장 풍경이다. 북한 제3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정 장관의 언급이 엄청난 천기누설이라도 되는 듯 굴던 국민의힘은 의원 107명 명의로 장관 해임 건의안을 냈으나, 일정상 국회법에 따라 자동 폐기될 수순이었다.(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은 해임 건의안은 폐기되는데, 그날이 그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였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발언을 요청해 취지를 설명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몇몇 6·3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야당 의원의 발언이 끝나지 않았는데 여당 의원들이 사진까지 찍는 건 지나친 무시와 조롱이라는 지적과, ‘절차’ 따지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입하지 않은 걸 보면 그럴 만했으리라는 해석이 엇갈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예 표결도 못하겠다는 ‘폐기 꼼수’”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투표한들 가결될 리 만무한데다 같은 시각 국민의힘 의석도 상당수 비어 있었다는 점에서 하나 마나 한 소리 취급을 받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여당과 뭐라도 붙들고 싸워야 하는데 딱히 할 게 없어서 이거라도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발언에 “미국이 공유해준 기밀을 누설했다”는 딱지를 붙이고, 그 뒤로 미국이 자체 수집한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며 한-미 동맹에 큰 위험신호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그랬으면 하는 “자해적 행위”로도 보인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이나 진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미국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익 때문이든 신념 때문이든 이재명 정부 안에도 있을 수 있다. 협상 국면에서는 매파의 얼굴로, 대결 국면에서는 호전적 선동으로 영향력을 이어왔다. 이들은 정 장관을 비롯한 이른바 ‘자주파’의 언행을 때때로 ‘먹잇감’ 삼는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제 그 맥락을 다 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혀도 차지 않는다. 대체로 그냥 무관심하다. 그나마 제1야당의 의미를 찾거나 연민이 있는 이들은 ‘의원 107명이 뜻을 모으기는 하는구나, 그럼 이 시국에 장동혁을 몰아내지 왜 정동영을 몰아내나’ 반문할 뿐이다.
지금 미국은 우리가 알고 믿던 그 미국이 아니다. 다크 심리 영역에서 꼽는 문제적 세 성향, 즉 사이코패스·나르시시즘·마키아벨리즘을 다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려면 전 지구인이 침착해야 한다. 리더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동요하면 휘둘린다. 부여잡으면 더 그렇다. 바뀐 세상에 대한 감각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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