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마단에 접어든 2024년 3월1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주민들이 음식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라마단.’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이다. 서기 610년 라마단의 스무 번째 날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땅 메카 외곽의 누르산에 있는 히라 동굴에서 기도 중이던 ‘예언자 무함마드’ 앞에 지브릴(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복음(쿠란)을 처음 전했다. ‘라일라트 알카드르’ ‘운명의 밤’ 또는 ‘계시의 밤’으로 불린다. 이날을 기리기 위해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은 라마단 한 달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하며 기도한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성스러운 달이다.
해가 지고 나면, 모스크(사원)를 찾아 기도한 뒤 단식을 깨는 첫 번째 음식을 먹는다. ‘이프타르’다. 대추야자 등 과일이나 물 한 잔으로 금식을 마감한 무슬림들은 밤늦도록 음식을 나눈다. 낮 동안의 허기를 메워줄 ‘수후르’를 해가 뜨기 전 먹고 나면 다시 금식에 들어간다. 라마단은 가족과 친지가 모여 잔치를 벌이는 이슬람의 명절이기도 하다. 먹을거리가 없는 이웃과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도 라마단에 해야 할 의무다.
2024년 3월10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도 라마단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의 공세와 봉쇄로 라마단 이전부터 굶주렸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프타르도, 수후르도 즐길 수 없다. 그간 산발적으로 구호물품을 공중 낙하했던 미국 쪽은 해상통로를 열어 물과 식량 등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액션에이드 등 25개 인도지원 단체는 3월13일 공동성명을 내어 “구호품 공중 낙하나 해상통로 개척 등은 가자지구 주민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는 환상만 심어줄 뿐”이라며 육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재차 촉구했다.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침공 이후 2024년 3월12일까지 가자지구에서 3만1184명이 숨지고 7만2889명이 다쳤다. 사상자의 72%는 여성과 어린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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