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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 판결 받은 ‘비문명 장애인’

등록 2024-11-01 22:14 수정 2024-11-03 08:2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포체투지’ 100일째인 2024년 10월3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포체투지’ 100일째인 2024년 10월3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2024년 10월30일 정부가 박 대표와 그의 활동지원사 박아무개씨에게 각각 700만원과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사람은 2023년 7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막고 이동권 보장 시위를 벌이다 연행돼 30여 시간 구금됐다. 이에 국가를 상대로 3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당시 경찰은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자마자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법원은 “경찰의 체포가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이 도로에 있던 시간이 체포 시간을 포함해 1분도 되지 않아 버스 운행을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한 경찰은 박 대표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요구했으나 일반 승합차에 태웠고,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휠체어를 탄 채 가파른 경사로에서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한 공공기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30시간 넘게 구금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소지도 크다고 짚었다.

2022년 4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가 “비문명적”이라고 비하했던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은 어느덧 7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한 뒤부터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강제 퇴거 등 강경 대응도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법원 판결이 나온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권리중심 장애인 일자리 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를 오 시장에게 촉구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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