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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동부에 극단적 폭우 “그냥 재앙”

등록 2024-11-02 18:58 수정 2024-11-03 10:26
2024년 10월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주민들이 홍수에 휩쓸려 쌓인 자동차 옆에서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4년 10월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주민들이 홍수에 휩쓸려 쌓인 자동차 옆에서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극단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9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강이 범람하면서 급류에 떠밀려 실종된 이도 많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0월30일(현지시각) AP 통신,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스페인 말라가에서 발렌시아에 이르는 남동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스페인 기상청의 설명을 보면, 이날 8시간 동안 내린 비는 지난 20개월치 강수량보다 많다. 특히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선 4시간여 만에 318㎜ 이상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발렌시아의 통상적인 10월 강수량(72㎜)의 4배가 넘는 수치다.

현지 주민들은 “그냥 재앙”이라고 현지 상황을 표현했다. 가디언에는 “물과 함께 진흙·돌이 밀려들어와 도로 표면까지 깨졌다. 터널은 반쯤 진흙으로 찼고 나무는 쓰러지고, 거리에 차와 쓰레기통이 굴러다닌다” “높은 곳으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갔지만 현관문조차 열 수 없는 노인들은 그냥 자기 집 안에 갇혔다” “모든 차가 서로 위에 쌓여 있고 말 그대로 박살 났다” 등 주민 발언들이 실렸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이 시기의 기후 현상인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면서 폭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도 폭우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온 상승으로 지중해 온도가 높아져, 해수면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리처드 앨런 영국 레딩대학 기후과학과 교수는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 위로 차가운 공기 방울이 966㎞ 넘게 이동하면서 폭우가 발생했다. 엄청난 양의 습기가 스페인의 산맥을 타고 이동해 홍수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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