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알고도 찍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024년 1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이 확정된 직후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제목은 ‘미국의 시대가 끝났다’였다.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알면서 어떻게 다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느냐’는 힐난이 묻어난다. 신문은 이렇게 덧붙였다.
“2016년 대선에서 그에게 백악관을 맡겼을 때, 미국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2024년 대선 상황은 전혀 다르다. 공화당 유권자는 자기 당의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태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더구나 그는 8년 전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는 그가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잘 알고 있었고, 오히려 그보다 더한 것을 원했다.”
이른바 ‘트럼프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이민, 반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촌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파시스트’라 낙인찍혔던 정당이 유럽 각국에서 주류 정치권으로 진입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질서 자체가 바뀌고 있다. 세상도 달라진다. 인류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나?
‘트럼프 2.0’ 시대가 개막했다.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공들여 만든 국제질서는 ‘트럼프 1기’ 때 철거가 시작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말하자면 트럼프 1기의 파괴적 일탈에 대한 일종의 ‘공사 중지 가처분’이었던가? 이내 ‘본 공사’가 시작될 터다. 향후 4년 동안 미국도, 세계도, 우리가 알던 것과 사뭇 다르게 바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미국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촌도 그만큼 달라질 게다. 그러니 묻는다. 그 시대를 대비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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