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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구호기구 퇴출’ 강행

등록 2024-11-03 09:47 수정 2024-11-04 19:29
2024년 10월2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주민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4년 10월2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주민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4년 10월28일 이스라엘 의회가 자국 영토 안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90일 안에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 2건을 통과시켰다. UNRWA는 1949년 12월8일 유엔 총회 결의 제302(Ⅳ)호에 따라 설립된 유엔 산하기구이자, 가자지구 최대 규모의 인도지원 조직이다. 결의 표결 당시 신생 독립국인 이스라엘도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 통과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미국 국내법에도 파급이 있을 수 있다. 이스라엘 당국이 법 집행을 중단하기 바란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월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밀러 대변인이 언급한 ‘미국 국내법’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제한하는 국가에 대한 군사 원조를 금하고 있다. 지난 1년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제한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기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밀러 대변인의 말이 모순적이라는 얘기다.

UNRWA 활동 금지 법안이 통과된 날 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아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포탄과 미사일로 아비규환이었다. 이튿날인 10월29일 새벽 4시20분께 5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공습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건물 더미에서 응급대원들이 주검을 한 구씩 차례로 끌어냈다. 지켜보던 주민들이 조용히 흐느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모두 93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물 더미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도 40명에 이른다. 최근 들어 발생한 가장 참혹한 학살의 기록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390일째를 맞은 2024년 10월30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4만3163명이 숨지고, 10만15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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