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0월2일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특별검사법, 지역화폐법 등 국회를 통과한 3개 법률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취임한 지 2년5개월 만에 24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중 최다이며, 45건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윤 대통령을 빼고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이 행사한 법률안 거부권의 전체 건수도 16건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의 이런 거부권 행사 남용과 관련해 최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가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4년 9월12일 장효훈 책임연구관이 발표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애초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헌법에 도입한 미국에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주로 헌법적 사유로만 행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년)부터는 정책적 사유로도 행사하기 시작해 현재는 제한 없이 행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차이에 대해 이 보고서는 첫째 한국 대통령은 법률안 제출권과 거부권을 모두 가져 법률안 거부권만 가진 미국 대통령보다 입법 과정에 더 많이 관여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단원제여서 의회가 법률안을 통과시키거나,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을 재의결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양원제인 미국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남용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재의결 정족수를 완화하거나,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 사유를 ‘헌법 위반’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미국처럼 자동확정의견서를 첨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동확정의견서는 대통령이 법률안에 서명하지 않고 기간이 지나 자동 확정되도록 하면서 의견을 첨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의 의견은 사실상 해당 법률 조항의 일부 개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내용의 헌법, 법률 개정은 쉽지 않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결론으로 “대통령이 법률안을 헌법적인 사유로 거부할 경우에는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정책적인 사유로 거부할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이 가진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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