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오늘 서울에 있어야 하는데….”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의 문자메시지.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가 3월부터 모두 취소되면서 기다렸던 5월 한국 여행을 못 가게 됐다. “이 봄에 졸업파티를 못해요.” 다른 학생은 핀란드에서 가장 축복받는 고등학교 졸업파티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는 핀란드도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먼 나라의 상황으로 뉴스를 전했다.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핀란드 남서부 피르칸마 지역에 있는 도시 탐페레의 시민교육센터에서 만나는 다른 핀란드 선생님들도 “한국은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3월16일부터 아이 학교가, 18일부터는 대학교·식당·도서관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나도 한국어 수업을 급히 과제로 대체했고, 아이의 취미 클럽에서 모든 활동이 중단된다는 전자우편을 계속 받았다. 모든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핀란드와는 반대되는 정책을 펼쳐 논란이 된 이웃 스웨덴과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긴급하게 대처했다.
6월이면 식당과 기관도 문 열어
7학년(중1)인 아이는 예전부터 학교에서 쓰던 ‘마이크로소프트 팀스’(Microsoft Teams) 프로그램을 통해 원격으로 수업과 시험, 과제 제출을 했다. 일반 교과목은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되고, 가정경제는 요리나 청소, 체육은 산책이나 체조 등의 숙제가 나왔다. 등교가 가능하게 되니 6월 방학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학교에 가야 하는지를 두고 찬반 토론이 있었다. 결국 5월14일부터 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신 큰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분산했다. 예비학교와 9년제 종합학교(1~9학년)가 같이 있던 원래 학교에는 저학년 학생들만 등교한다. 마침 가까운 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7~9학년은 그 고등학교 건물로 간다. 핀란드 학교는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게 원칙인데, 지금은 반을 나눠 하루에 한 번씩만 건물을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반별로 가까운 호수나 공원으로 산책도 가면서 숨통을 틔운다.
5월26일 헬싱키의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 마스크를 받았다. 지금은 약국에서 5장에 13유로(약 1만7천원) 하는 마스크를 살 수 있지만, 3월과 4월에는 불가능했다. 마스크가 있는지 묻는 내가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휴지와 비누가 품절돼 놀랐지만 바로 물건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됐다.
상황이 심각했던 헬싱키와 주변 지역도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전체적으로 나아졌다(5월26일 현재 확진자 6628명, 사망자 312명). 여전히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지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6월이면 식당과 기관들이 문을 연단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긴장과 기대 속에 기다리던 여름을 맞고 있다.
탐페레(핀란드)=글·사진 홍미자 시민교육센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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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_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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