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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인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코로나 뉴노멀]
2부 1장 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⑥나이지리아
등록 2020-06-01 14:05 수정 2020-06-13 05:30
5월19일 나이지리아 남부 도시 이바단의 생활필수품과 약품 등을 파는 상점 쿤레 앞 풍경.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의 자리를 바닥에 띄엄띄엄 표시해놨다.

5월19일 나이지리아 남부 도시 이바단의 생활필수품과 약품 등을 파는 상점 쿤레 앞 풍경.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의 자리를 바닥에 띄엄띄엄 표시해놨다.


‘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나이지리아에선 정부 대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경험과 자체 방역 역량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또 국경 봉쇄 등 원천 통제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이지리아는 2월25일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3개월 만인 5월23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726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221명에 이른다. 우려스러운 일은 최근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구 2천만 명의 대도시 라고스가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고, 나이지리아 중북부 거점 도시인 카두나와 연방 수도인 아부자에서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지 보건 방역 당국의 검사 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해, 실제 감염자 수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에서 3월30일 발동한 통행금지령을 5월4일 일부 풀면서 제한적으로 경제활동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여전히 종교활동 등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금지됐다. 은행이나 관공서도 일부만 업무를 한다. 라고스, 아부자에 있는 국제공항도 폐쇄돼 출입국 업무가 금지됐다. 간혹 특별기 편으로 자국민을 귀환시킬 때만 항공기가 뜬다.

인구 2억 명, 국내총생산(GDP) 4753억달러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의 경제 뒷면엔 열악한 도로와 전력, 상하수도는 물론 빈약한 병원·보건 인프라가 놓여 있다. 나이지리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빈곤층 규모는 전체 인구의 40%인 약 8천만 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질 이들이다. 정부의 봉쇄 조처가 길어지자 시민들은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간에 사라진 정부 긴급구호 물자

정부의 방역 대책과 긴급재난 구호활동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빈곤계층 구호를 위해 식량 등 긴급구호 물자를 배포한다고 선전했는데, 실제 주위에서 이를 받았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석유 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재정 구조상 석유·가스의 생산 확대와 수출이 관건인데, 최근 유가 폭락으로 나이지리아 경제의 불씨가 꺼져버리고 말았다. 정부는 애초 올해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가 강타한 지금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나이지리아 경제성장률을 –3.4%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나이지리아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개인 위생 의식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행동 변화로 이참에 세계 최대 말라리아 발생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라고스(나이지리아)=글·사진 편보현 코트라(KOTRA) 라고스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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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2부 세 개의 시선

1장_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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