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를 쓴 수녀들이 5월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에 맞서 폐쇄된 성묘 문 앞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에 잘 대처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늦은 3월 초에 코로나19가 들어온 덕이다. 그땐 이미 중국·한국·일본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이 확인된 터라 이스라엘 정부도 치밀하게 대처했다. 시민들도 정부 지침을 잘 따랐다.
문제는 이스라엘 인구 가운데 14%가량인 정통 소수파 유대교 집단으로 주로 한 도시에서 밀집생활을 하는 ‘하리딤’이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 동향과 보건 측면에서 무지할 수밖에 없다. 하리딤 사이에 집단감염이 시작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교회당 문을 닫고 ‘통곡의 벽’ 같은 곳에서 공중기도 모임도 폐쇄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명절을 맞아 단체로 기도하고 금요일에도 당국의 눈을 피해 모임을 열어 경찰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그중 텔아비브 근처 브네 바락이란 종교인 동네에서 감염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자 정부는 그 도시를 전면 봉쇄했다. 내무부 장관 아리에 데리는 5월9일 인터뷰에서 전체 코로나 감염자 가운데 70%가 종교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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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만류에도 격리 기간이 길어지고 날씨가 풀리자 사람들은 해변으로 쏟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지시를 어기고 해변에서 수영하는 이들에게 벌금을 매겼다.
팔레스타인 사람 1만9천여 명도 격리 상태
팔레스타인에서도 3월 초부터 베들레헴을 찾은 그리스 여행객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곧바로 비상령을 내리고 봉쇄에 들어갔다. 모든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의 문을 닫았는데,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나는 5월23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5월20일 현재 1만9374명이 격리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외국인에 대한 반응은 별로 좋지 않다.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눈초리가 반갑지 않다. 다행히 한국인에 대한 초기 반응은 반전됐다. 세계에서 대처를 잘한 나라 중 하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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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년 6월부터 유대광야(예루살렘 동쪽에 펼쳐진 사막)의 한 베두인 마을을 돕고 있다. 이곳에 살던 24살 청년 나예프는 수줍음이 많고 성실한 자원봉사자였는데, 4월21일 베들레헴병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숨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가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조차 할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정부가 앞서 베들레헴을 봉쇄하고 전국에 비상령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모든 길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막내딸 은혜(중2)는 베들레헴에 있는 중학교에서 아랍어로 공부한다. 3월15일 시작된 온라인수업을 5월19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갔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수업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온라인수업이 끝난 뒤에는 반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복습과 숙제를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1장_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1.방글라 정부는 "돈 줬다"는데 국민은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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