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2026년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신예 배우 김민.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대단한 미남이 아니다보니 어떤 역이든 대중이 좀 친근하고 편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학교 다닐 땐 ‘10년 전에 태어났으면, 배우 못했을 외모’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요즘은 배역에 따라 선호하는 외모가 다양해지는 추세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 오빠 같다는 ‘외모 평가’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배우 김민(27)은 근래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2026년 설 연휴를 겨냥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엄흥도(유해진)의 아들 태산 역을 맡아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개봉 20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질주를 하는 작품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2월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배우 김민을 만났다.
“외모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사실 ‘왕과 사는 남자’에 캐스팅된 것도 유해진 선배님과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도 컸거든요. ‘개량형 유해진’이라는 장항준 감독님의 평가, 너무 좋아요. 앞으론 연기력도 닮았다는 얘길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바람입니다.” 유해진도 첫 만남에서 ‘네가 내 아들이구나’라고 했을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첫 사극인데다 극을 쥐고 흔드는 유해진과의 장면도 많아 부담되진 않았을까? “베테랑 선배님들 틈에서 제 사극 말투가 혹여 극에 이질감을 주면 어쩌나 싶고, 그 시대의 정서를 표현하기엔 부족한 연기 경력이 걱정되기도 했죠. 워낙 애드리브가 좋은 유해진 선배님도 사전 리허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긴장했지만 선배님이 ‘이 대사는 이렇게 바꿔볼래?’ ‘여기서 톤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세심한 조언을 하며 끌어주셔서 생각보다 편했어요.”

김민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광천골 촌장 엄흥도의 아들 태산 역할을 맡아 이홍위가 지도자로서 각성하는 데 일조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가 단종 이홍위와 마을 촌장 엄흥도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터라, 또래이면서 서로의 배움을 나누는 태산-홍위의 케미스트리가 조금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편집된 장면이 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다. 영화는 홍위와 흥도의 관계가 돈독해야 결말까지 달려갈 수 있고, 태산은 그 관계를 이어주는 ‘매듭’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봤다”는 대답을 내놨다.
5년 남짓 경력에서 장항준 감독과는 ‘리바운드’(2023)와 ‘더 킬러스’(2024)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저우싱츠(주성치) 영화엔 우멍다(오맹달)가, 팀 버튼 영화엔 조니 뎁이 나오는 것처럼, 장항준 영화엔 김민이 나오는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건 아닐까? “감독님이 제게 ‘배우로서 리듬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첫 작품 이후 제가 감독님의 디렉션을 잘 이해하다보니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해 적절한 배역이 있을 때마다 불러주시는 게 아닐까요? 페르소나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데뷔 이후 줄곧 운이 좋고 인복이 많았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2022년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재구)로 데뷔해 2026년 ‘왕과 사는 남자’로 주가를 올린 데 이어 안판석 피디의 ‘연애박사’를 촬영 중이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연이어 좋은 작품에 합류한 것은 배우로서 그의 매력이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안판석 피디가 캐스팅을 제안하며 “(출연작들 보니) ‘너 재주 좀 있더라.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는 깨알 자랑에서 겸손 속 자신감도 엿보인다.

첫 사극 영화임에도 극에 잘 녹아드는 연기 톤을 선보여 호평받은 ‘왕과 사는 남자’의 배우 김민. 쇼박스 제공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크게 하고 싶은 게 없었다는 김민. 가까이 지내는 사촌 형들이 모두 예체능을 하고 있어 체대 입시를 준비 중이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바람’을 보고 처음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연기학원에 다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길로 접어들었단다. “영화를 보는 눈, 그런 것보단 어린 마음에 순수하게 영화 ‘바람’이 너무 재밌었어요. 배우들이 모두 자기 얘기를 하듯 즐겁게 연기하는 게 눈에 보였죠. 첫 시작은 그렇게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연기에 대한 ‘각성’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단다. “의경으로 군대에 갔는데, 휴가 나왔다가 동기가 하는 연극을 보러 갔어요. ‘나도 하고 싶다’는 들끓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복귀해서 혼자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어요. 부러워서 이가 갈릴 정도랄까. 그때 알았어요. ‘아, 연기에 대한 내 열정이 결코 작지 않구나’라는 걸.”
연기에 푹 빠져들면서 여가생활이나 취미도 결국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단다. 한 달 전부터 복싱을 배우는데 “한곳에 집중해야 하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운동이다보니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번 설 연휴에 경쟁작으로 맞붙은 ‘휴민트’ 같은 본격 액션 장르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 “류승완 감독님의 ‘부당거래’를 열 번 이상 봤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라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더 킬러스’ 때 합을 맞춰 하나씩 연결하는 힘이 있는 액션을 잠깐 경험했는데, 그렇게 짜릿하더라고요.”
로봇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안판석 피디의 ‘연애박사’에 이어 대중과 만날 작품은 이재규 감독의 좀비 장르물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라고 하니, 사극·정극·장르물을 아우르며 스크린·안방극장·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말 그대로 종횡무진할 한 해가 될 듯싶다. “400만~500만 명 들면 정말 만족하겠다”던 ‘왕과 사는 남자’는 벌써 600만 관객을 넘어 2026년 첫 1천만 영화를 꿈꾸고 있다.

김민이 영화 ‘리바운드’에 나온 모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그래서 행복하냐’고 물었다. “행복조차 인지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행복을 느낄 때가 없진 않지만, 그건 찰나잖아요? 그 감정에 매몰되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불행이나 고통처럼 느끼게 될까봐서요. 행복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니 무난하고 무탈하게 사는 게 제일이죠.” 20대답지 않은 철학적인 대답으로 놀라게 한다. “배우는 불안정한 직업인데,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요. 길게 가려면 대중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 배우가 나오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끌리는 연기를 하는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조용하지만 조리 있게 자분자분 대답하는 이 배우, 영화 보면서도 느꼈지만 목소리가 참 좋다. “배우로서 (얼굴이) 잘생겼단 평가보단 목소리가 잘생겼다는 평가가 더 상찬”이라며 해맑게 웃는 김민의 다음이 더 기대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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