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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정부는 “돈 줬다”는데 국민은 “못봤다”

[코로나 뉴노멀] 2부 1장 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①방글라데시
등록 2020-05-30 05:22 수정 2020-06-13 05:30
경찰이 마스크 착용을 세게 단속하는 탓에 다카 거리에선 인력 교통수단인 릭샤(삼륜차) 운전사나 손님 모두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대부분 마스크가 제 기능을 못한다.

경찰이 마스크 착용을 세게 단속하는 탓에 다카 거리에선 인력 교통수단인 릭샤(삼륜차) 운전사나 손님 모두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대부분 마스크가 제 기능을 못한다.

‘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방글라데시에선 코로나19로 거의 2개월째 봉쇄가 진행되고 있다. 감염자는 늘고 가난한 나라의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곳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 굶어 죽겠다며 거리로 나와서 시위한다.

두 자리를 유지하던 감염자 수는 3월 말 세 자리로 늘었다. 5월11일 1천 명을 넘어섰고,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매일 9천 명 안팎으로 검사한다는데, 5월24일 하루 동안 1532명의 감염자가 생겼다. 전체 감염자는 3만3610명이다. 특이한 점은 의료 환경이 열악한데도 정부가 발표한 누적 사망자 수는 380명(1.34%)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매일 정부 당국이 관련 자료를 발표하는데 신뢰도가 매우 낮다. 전체 감염자 중 정부가 발표한 완치자는 6908명이다. 나머지 2만7천여 명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며칠 전 다카대학의 한 연구소는 “코로나19 환자 발생 이후 증상이 있으나 검사를 받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929명”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검사를 거치지 않았는데 이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 ‘봉쇄’ 대신 ‘공휴일’ 발표에 귀향 행렬

감염병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방글라데시 정부는 몇 가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3월26일 봉쇄를 발표하면서 ‘봉쇄’라 하지 않고 ‘공휴일’이라고 발표하면서 모든 사무실 문을 닫도록 했다. 정부가 3월29일부터 4월14일까지 장기 휴일로 발표하자 사람들은 갑자기 휴가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했다. 마치 명절 때처럼 귀향 행렬이 이어졌다. 이동을 막으려고 휴일 발표를 했는데 오히려 이동을 조장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저지른 다른 실수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봉제공장과 시장 등에 제한적이기는 하나 상업활동을 재개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 방역 대책도 없이 일부 봉쇄를 푼 것이 화근이 되어 세 자릿수이던 감염자가 갑자기 1천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코로나19가 방글라데시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에서 상품을 사던 선진국들이 이제 다른 곳을 찾으니, 방글라데시가 이 기회를 잘 잡으면 중진국으로 올라서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방글라데시는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여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계속되는 경제활동의 중단으로 배고픈 저소득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자칫 한계에 다다른 빈민들에 의해 극단적 무정부 상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다카대학 경제학과의 사이마 하키 비디샤 교수는 “빈민 구제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패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경우 구호금은 빈민 손에 들어가지 않고 부패한 정치인들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며칠 전 정부는 500만 가구에 우리돈 약 3만5천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나눠주었다. 그런데 돈을 보지도 못했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다카(방글라데시)=글·사진 이석봉 방글라데시 한국민간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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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2부 세 개의 시선 

1장_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1.방글라 정부는 "돈 줬다"는데 국민은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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