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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탄 지하철 엘리베이터, 누군가 전과자가 되고 나서 놓였다

기로에 내몰린 장애인권 운동
등록 2026-01-22 22:45 수정 2026-01-29 08:10
비장애인 활동가 한명희(오른쪽)씨와 장애인 활동가 문애린씨가 2026년 1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에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비장애인 활동가 한명희(오른쪽)씨와 장애인 활동가 문애린씨가 2026년 1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에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특정 장애인단체는 불법시위를 중단하시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랍니다.”

2026년 1월19일 아침 8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동대문역 방면 승강장에 역장의 방송이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이 단체는 2001년부터 26년째 지하철 역사와 도로, 광장에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요구해왔다. 2021년 12월3일부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역사 안에서 선전전을 펼쳐왔는데, 1월19일자로 1천 번째를 맞이했다.

1천 번의 선전전 동안 이 단체 소속 장애인과 비장애인 수십 명이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받고 기소됐다. 법원은 간혹 무죄를 내리기도 했지만, 활동가 중 상당수가 유죄 판결을 받아 전과자가 됐다. 전과자들을 향한 일부 시민의 손가락질과 욕설이 쌓일수록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빨라졌다. 유죄가 낳은 혜택은 유아차를 끄는 부모, 노인, 환자, 바쁜 직장인들이 나눠 가졌다.

전과자인 문애린과 한명희는 2026년 1월29일 다시 법정에 선다. 둘은 지하철 운행을 잠시 지연시킨 혐의로 전차교통방해죄로 기소돼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있는 중범죄인 전차교통방해죄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곧 나온다. 두 사람의 곁을 지킨 변호인단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애인 문애린과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한명희가 특정 장애인단체에 소속돼 “불법시위”를 하며 보낸 시간은 둘이 합쳐 36년이다. 헌법이 정한 가치(“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34조 5항)를 실현하다가 불법을 저지른 나날이었다. 법원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두 사람의 삶에 또다시 “불법” 딱지를 붙이게 될까.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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