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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가려다 국경서 억류...“코로나” 조롱당하기도

[코로나 뉴노멀]
2부 1장 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⑦잠비아
편견이 낳은 12시간 국경 억류
등록 2020-06-02 00:32 수정 2020-06-13 14:30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상점에서 직원들끼리 체온을 재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상점에서 직원들끼리 체온을 재고 있다.

‘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전세계에 코로나19 사태가 생긴 지 3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야 구리광산 지대에 진단센터 1개를 겨우 개설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5월4일 남아프리카 잠비아의 소수정당 지도자인 윈터 카빔바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코로나 관련 통계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잠비아에서는 3월18일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첫 확진자로 판명된 뒤, 5월23일 현재 확진자 920명, 사망자 7명이 공식적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진단키트 부족으로 일일 검사 수가 600건 정도에 불과해,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잠비아는 현재 부분적 폐쇄 조처가 시행되고 있다. 학교와 술집 등은 문을 닫았으나, 일반인의 외출과 외부 경제활동이 전면 폐쇄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변국보다는 비교적 자유롭다. 잠비아의 부분적 봉쇄 조처는 그렇잖아도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경제가 전면 폐쇄로 인해 회복 불가능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샘플 들고 탄 연구원 버스 사고로 사망

여당인 애국전선당이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내년에 예정된 대선을 위한 캠페인에만 활용하고 있다고 많은 잠비아 국민이 의심한다. 5월2일 잠비아 북부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을 직접 들고 운송하던 연구원 이안 무탐보가 버스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부 장관 치탈루 칠루피아는 바이러스 샘플을 대중교통으로 운송한 것에 “당시 해당 지역 병원의 모든 차량이 진료소로 활용돼 어쩔 수 없는 조처였고, 바이러스는 잘 밀봉된 상태로 운송됐다”고 주장했다가 국민에게서 거센 비난과 사퇴 요구를 받았다.

잠비아 국민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지원된 물자와 자금의 행방에 의문을 제기하며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비판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이, 잠비아 경제를 이끌던 구리광산업, 빅토리아폭포로 대표되는 관광업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종료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침체된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나는 3월 말 남아프리카 각국의 폐쇄 조처 직전, 잠비아에서 출발해 남아공으로 넘어가는 육로 국경 출입국사무소에서 약 12시간 동안 억류됐다. 서류상 문제가 없고 발열 검사 결과도 정상이었으나, 이민국 직원이 자의적으로 ‘코로나 의심’이라고 판단해 남아공 입국이 거절됐다. 수많은 현지인이 어려움에 처한 아시아인을 향해 “코로나”를 외치며 조롱하던 아찔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아시아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혹여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루사카(잠비아)=글·사진 이대건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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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2부 세 개의 시선

1장_11개 나라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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